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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과학을 보다 흥미롭게 쉽고 편하게 설명해주는 곽재식 작가님의 책이라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작가님의 도움으로 우리가 더럽고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 속의 놀랍고도 신기한 과학 기술의 세계로 빠져 보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낍니다.
누군가 치워주기만 하면 일상은 다시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익숙한 감각이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내가 버린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눈에서 멀어진 것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은 쓰레기를 환경문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통 쓰레기를 다룬 책이라면 분리배출, 재활용, 탄소배출, 자원순환 같은 익숙한 주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곽재식 작가님께서는 그보다 훨씬 엉뚱하고 넓은 방향으로 쓰레기를 바라봅니다.
집파리 한 마리에서 시작해 매립지와 중장비, 양자이론과 미생물, 알루미늄과 철, 배터리와 플라스틱을 거쳐 우주 쓰레기와 인공지능에까지 이릅니다.
처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선으로 연결됩니다.

그 연결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롭고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명이라는 것이 사실은 수많은 기술과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버린다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오히려 더 복잡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쓰레기를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바로 그 불쾌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집파리가 왜 쓰레기장에서 번성하는지, 매립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침출수와 매립가스는 어떻게 생기는지, 소각장의 열은 어떻게 다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에는 조금 꺼려졌던 대상이 어느새 호기심의 대상이 됩니다.
저는 이것이 이 작가님 특유의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하찮다고 생각했던 것을 통해 과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 자체를 바꾸어주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과학을 거창한 연구실이나 최첨단 실험실에서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더미와 매립지, 재활용 공장과 소각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시선이 신선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과학은 그저 미래의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문명이 남긴 뒷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쩌면 만들어진 물건이 수명을 다한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술이 더 성숙한 문명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쓰레기라는 것 또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쓰레기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건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의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것이 한 사람에게는 쓰레기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쓰레기란 물질의 본질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부여한 이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사람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쓸모와 가치의 기준으로 세상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것, 낡은 것, 느린 것,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뒤편으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물건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환경론을 넘어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고 무엇을 버려도 된다고 판단하는 인간의 기준 자체를 돌아보게 합니다.
책에서 보여주는 재활용의 세계도 그래서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착한 행동으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재활용에는 환경보호와 자원 확보, 경제적 이익이 있는 동시에 오염과 품질, 안전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감상적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과학적 사고란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과학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식과 숫자, 전문용어가 부담스러워 과학책을 멀리했던 분들도 쓰레기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경과 기후변화, 자원순환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좋지만 역사와 사회문제,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한편 무언가를 너무 쉽게 하찮게 여기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꼭 환경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쓰레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 책을 읽어볼 만합니다.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좋은 문명이란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문명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외면하지 않는 문명일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어른 역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만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남긴 것의 마지막 자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가장 하찮아 보이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의미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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