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슬픔과 사별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자신들이 상담했던 유가족들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이별 대처법을 제시하는 책이라 현실적이면서도 가슴으로 다가오는 책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별과 상실, 애도와 회복의 과정 전반에 대한 의미있는 지점들을 캐치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그 한 사람의 부재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함께 밥을 먹던 시간, 아무렇지 않게 나누던 대화, 전화번호를 누르던 습관,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얼굴처럼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던 수많은 일상의 풍경까지 한꺼번에 달라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지점이 가장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슬픔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슬픔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고, 언제까지 슬퍼할 것인지 기한을 정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지금의 내가 슬프다면 슬픈 채로 있어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를 간신히 살아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줍니다.

이 담담한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우리는 진부한 위로의 말을 건내곤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말들이 그들에는 위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지점들에서는 저의 지난 위로의 말들을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괜찮아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괜찮아진다는 것은 더 이상 울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 회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슬픔에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유가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28가지의 대처 방식을 제시한다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야 위로받고,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껏 울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을 움직이거나 일상을 정돈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과 다양한 대처 방식은 우리에게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이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슬픔은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개인적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모를 잃은 형제자매라도 슬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사람을 떠나 보낸 배우자와 자녀의 슬픔도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너무 쉽게 자신의 경험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언과 위로를 하려 합니다.

슬픔에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심리적 위로를 넘어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방식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아파할 권리를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육체적으로 사라진 뒤에도 다른 방식으로 남게 됩니다.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우리의 삶의 일부로 다시 나타나게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이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존재를 현재의 삶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도는 놓아주는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관계의 형태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살아 있을 때는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였다면, 떠난 뒤에는 기억하고 추억하며 마음속에 남겨두는 관계가 됩니다.

보고 만질 수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관계.

만날 수 없지만 내 삶에서 완전히 지워지지도 않는 관계인 것입니다.


인간에게 죽음은 이상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내게 남긴 의미는 계속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한 인간의 존재는 육체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때에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관계의 끝이라기보다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는 사건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행위인 동시에 현재의 나를 만드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기억,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다는 기억은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남습니다.

그러니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온 나의 일부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분들에게 우선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족, 친구를 떠나보낸 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버거운 분들이라면 한 번쯤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조심스러운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슬픔을 겪는 사람뿐 아니라 슬픔 곁에 서 있는 사람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한편 아직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결국에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애도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죽음을 미리 연습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흔적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평범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함이 오히려 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깊은 슬픔 앞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작고 평범한 것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상실과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많을수록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사람도 많아질 것입니다.

어느 늦은 밤, 문득 떠나간 그 사람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면 굳이 눈물을 닦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한때 분명히 내 곁에 있었고,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만날수없는당신이생각나는밤에 #남겨진사람들을위한28가지이별수업 #사카구치유키히로 #아카타지즈루 #황정원 #포텐업 #북유럽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