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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왕과 공주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이 책은 영국 왕실의 역사 속 여왕과 공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국 왕실에 차 문화를 정착시킨 브라간사의 캐서린 이후의 여왕과 왕비 22명의 인생을 시간 순으로 담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차와 많은 관련이 있는 분이라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 책이 영국 왕실과 차를 묶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식민지에 수출하는 차에 세금 때문에 벌어진 보스턴 차 사건이 있고,
아편전쟁의 시발점 역시 청나라로부터 차를 수입하며 그 대가로 은이 대량으로 유출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애프터눈 티와 간단한 핑거 푸드나 디저트 조합은 영국의 대표 문화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학창 시절에 간단히 배웠던 내용만 따져봐도 영국과 차 문화의 관계는 꽤나 깊은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을 어떻게 왕실, 여왕과 공주의 이야기로 풀어낼지 더 궁금했습니다.

당연히 영국 왕실에 차 문화를 정착시킨 브라간사의 캐서린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포르투갈의 국왕으로 즉위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캐서린을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결혼시키기로 약속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고 영국 포츠머스에 첫 발을 내딛은 캐서린에게 멀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제공된 것이 에일 맥주였습니다.
당시에 영국 궁정에는 차를 마시는 관습이 없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두 나라간의 문화적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도 잘 보여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침실이나 그 옆에 딸린 밀실에서 차 모임을 열었습니다.
자극이 강한 차를 마시고 위가 상하지 않도록 차를 마시기 전에 버터를 바른 빵을 먹는다거나 차에 설탕이나 샤프란을 넣어 마시는 방식의 유행도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영국 궁정에 차를 유행시킨 캐서린은 영국 최초의 차를 마시는 여왕으로 칭송 받게 됩니다.
여기서 책의 내용 그 뒷면에 있었을 내용들을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왕비가 차를 마시는 모습은 우아함과 고귀함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당시에 차는 물론이고 설탕 또한 고가의 사치품이었고,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도자기류 또한 최고 귀족이나 왕실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물품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국 귀족들은 왕비의 그런 모습을 모방하며 차를 마시는 행위와 함께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상류 사회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갔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문화가 이렇게 일반인들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브라간사의 캐서린이라는 여왕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후의 여왕과 공주들 이야기 속에서 차를 깊이있게 연계한 내용을 많지 않습니다.
대신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 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추가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페이지에 담겨있는 내용과 사진들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장식이나 문양을 담고 있는 찻잔과 왕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애들레이드 왕비의 이름을 딴 콜포트 공방의 애들레이드 셰이프였습니다.
일본의 가키에몬 양식과 이마리 양식을 혼합한 인디언 패턴이 유명했지만 상류층 여성 고객을 늘리기 위해 로코코 양식에 힘을 쏟던 콜포트 공방은 1830년 새로운 형태의 자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해 즉위한 왕비의 이름을 따 애들레이드 쉐이프라고 이름을 붙여 1845년경까지 제작합니다.
애들레이드 셰이프는 만개한 꽃처럼 입구가 넓고 가장자리에는 프릴과 양각 장식이 세공되어 있습니다.
우아한 하이 핸들의 밸런스도 훌륭하고 대부분의 찾잔 안쪽에도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애들레이드 셰이프는 20세기 초에 복각되었는데 여전히 오리지널 작품의 완성도는 각별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책에 소개된 사진과 함께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
차가 담겨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찾잔은 비워지게 되고,
그러면서 더 진하게 안쪽면의 정교한 문양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은 마치 왕실이나 귀족들의 비밀스러운 사생활도과 맥이 이어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각적 만족도나 흥미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지점이었으니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지점이었을 듯 합니다.
사진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하이 핸들 또한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넓은 잔의 균형을 잡아주면서도 품격을 유지하는 듯한 모습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독일 출신, 27살의 나이 차이였던 결혼, 그녀가 남긴 재산은 애들레이드 기금으로 조성되어 약자를 돕는데 사용되었다는 점들은 제가 이 내용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까닭일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영국의 여왕과 공주 이야기를 들어 보면서 그 속에 차 이야기를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진과 삽화들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시켜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한 역사를 넘어 그 속의 문화와 일상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보고 관련 상식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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