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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Heart In Motion
A&M / 2002년 7월
평점 :
현재 미국 CCM계 최대 스타는 멕시코계 미국인인 제시 벨라스꿰즈다.
그런데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가 바로 1980년대 ~ 1990년대 초를 주름잡았던 에이미 그랜트다.
당시 "세속적인" 가요도 많이 불렀던 그녀는 안그래도 전형적인 대중스타이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돈 잘 벌어주는 가수였던 것이다.
여기서 미국 CCM 가요계가 한국에 오히려 덜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은 한국 가요계에 "상업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도 크다는 근거를 생각해봄직하다.
미국 시장에서 진짜 큰 인기를 얻는 가수들은 한국의 가요계가 모방하는 것과는 무척 다르다.
첫째가 컨트리 가수들이고, 둘째가 CCM 가수들이다.
셋째도 통속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무척 다르다.
바로 흑인음악이기는 흑인음악인데, 재즈나 소울음악이 아닌 블루스다.
그러나 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전 세계적인 영향을 본다면 블루스 음악은 세계에서 가장 큰 흥행시장을 보유한 음악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넷째도 기대를 벗어날 것이다.
바로 가스펠 음악이기 때문이다.
흑인들의 가스펠이란 CCM이면서 모든 흑인음악들의 뿌리가 되는 음악 중 하나라고 보아 무방하다.
블루스 음악의 풍과 진행 형식에,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모든 흑인가수들의 창법들이 집대성된 음악이 바로 가스펠 음악이다.
그런데 이 가스펠 음악은 놀랍게도 오늘날 흑인음악에 쓰이는 악기를 부각시켜주고 그 연주법을 탄생시킨 어머니 뱃속이기도 하다.
훵크음악에 쓰이는 슬랩베이스 등의 주법은 바로 악기구입 예산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흑인교회에서 콘트라 베이스 하나만 갖고 통주저음 반주 겸 드럼 역할까지 겸하게 연주하면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모든 흑인가수들은 곧 가스펠 합창단원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훈련된다.
마이클 잭슨처럼 되든, 마돈나처럼 되든, 그것은 일단 이런 전통음악이나 미국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종교의 음악으로 실력을 배양하고 난 다음이다.
게다가 모든 미국인들은 그런 음악의 풍이 익숙하게 들리는 것이 체질화된 사람들이다.
현재 한국 가요계에서 일본식 댄스뮤직인 J팝을 개량했지만 그나마 공감을 얻을 구석이 없도록 오로지 소비적인 노랫말로 가득찬 K팝을 갖고 미국시장 진출 운운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과가 있음직한 짓이라면 이미 2010년 경을 전후하여 성과가 나왔어야 했건만 드디어 뭔가 될 것처럼 떠벌려지는 현재도 여전히 함흥차사다.
엇나간 기대감을 갖고 오발탄을 쏘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에이미 그랜트의 본 앨범은 미국 시장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바르게 알려준다.
바르게만 알면 그 시장의 진입장벽 넘기가 쉽고, 잘못 알면 어떤 방법으로도 하다가, 하다가 안되니까 발차기도 연구하고, 담벼락도 넘어가보고, 극의의 비기를 전수받으러 깊은 산중에 속세를 등지고 사는 도사님도 찾아다녀보고, 둔갑술이나 축지법도 터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쌩쑈는 결국 다 바르게 알지 못해서 하는 호들갑일 뿐이다.
그러니 미국 대중음악 흥행시장의 천지가 운항하는 도리를 터득하고 싶은 자들이라면 CCM을 알고 볼 일이다.
무릇 일 잘하는 재주란 그 뿌리를 알고 나면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되는 법이다.
에이미 그랜트의 본 앨범은 그 중 가장 손에 쉽게 잡히는 비방서라고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