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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Aerial (Digipack)
이엠아이(EMI) / 2005년 11월
평점 :
브릿팝은 뭐고, 아트록은 뭐고, 케이트 부시는 어떤 가수며 노래는 얼마나 잘 하냐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들려주는 앨범이 본 앨범인데, 그것도 모자라 영국 가요의 오랜 뿌리도 덤으로 들려준다.
참 친절하다.
그런데 노래하는 재주 한가지만 들어봐도 케이트 부쉬란 가수가 그냥 가수가 아니다.
수록된 곡들은 막연하게 예술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해서 영국식 예술지향적인 대중가요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들려준다.
그녀의 음악세계는 중세 이래 셰익스피어의 연극과 함께 해온 영국 대중가요의 깊은 전통을 들려주는 음악들이었던 것이다.
곡만 20세기의 음악이었다고 해도 좋다.
뜻 밖에도 귀에 쉽게 들어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들려주는 곡은 우선 첫번째 CD인 A SEA OF HONEY에 3번째로 수록된 Bertie라는 곡이다.
현대 가수가 고악기로 반주되도록 작곡된 곡을 현대 영어로 노래하여 들려주는 곡이다.
거의 바로크 초기 르네상스 시대 말기의 곡이라고 사기쳐도 속아넘어갈 사람들 많을 법한 곡이다.
영어 대중가요의 아주 오래된 뿌리가 막연하게 민요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셈이다.
17세기 중엽 이전의 영국 세속가요와 연극의 극 중 노래들이 사실 현대 영어 대중가요의 보다 직접적인 뿌리가 된 셈이다.
7번째 곡인 A Coral Room을 들으라고 권하기는 좀 지겹지만 충격적인 부분이 나온다.
중간에 케이트 부시가 저음으로 남자 목소리 흉내내어 노래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실제 테너가수의 주력 음역에 해당되는 음역으로 노래를 한다.
가수니 가창력을 잘 들려주기 적합한 곡을 만들었을 줄은 알기는 알겠지만 설마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중저음도 잘 낼 수 있는 소프라노 음역대의 가수야말로 진짜 축복받은 가수임을 알게 해주는 대목으로서 고음만 질러대면 가창력인줄 아는 국내 가요계 종사자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앨범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 CD인 A SKY OF HONEY는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음악들이 흔히 그래왔듯 컨셉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극의 구성을 따라 진행되는데 새소리로 시작되고 새소리로 끝나면서 새소리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이는 피터 가브리엘의 영향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이 연극에 얼마나 환장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되는 일은 덤이다.
하여간 귀에 어렵지 않게 들어오는 브릿팝의 뿌리를 알려주는 앨범이면서 영국식 아트록이 꼭 신디사이저에서 벼라 별 소리나게 하는 것이 아님도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