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대중음악 선진국의 딴따라 하기에서 중심은 바로 법고창신이다.
본래 법고창신은 조선시대 실학자 연옹 박지원이 주창한 개념이었다.
중국에서 배워온 온고지신에는 실천 방안까지 제시된 문장이 아니므로 4자 성어에 실현시킬 원리까지 설명이 요약되어야겠다~ 하는, 보다 실용주의적 발상에 근거하여 창제한 문장이다.
그런데 이토록 우수한 조상들을 후손들이 못따라가서인지 현대 한국인들은 유사 백인되기를 자청하면서도 정작 법고창신을 잘 하는 것은 항상 라틴 음악인들과 영어권 음악인들이기 일쑤다.
한국인보다 한국 조상들의 가르침을 더 잘 구현하여 언제나 세계를 정신적으로 지배할 실력을 유지하는 미국 대중음악에는 관례가 있어왔다.
바로 가장 상업적인 어덜트 컨템포러리에서도, 아니 잘 살펴보니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할수록 고전가수에 대한 헌정을 그의 고전 가요에 대한 재창조를 통해 해오곤 했다.
그 경우 대개 원곡이 본질적으로 지닌 가장 크거나 핵심인 매력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최신 음악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그 중에는 죽 쑨 경우도 없지는 않고, 그냥 옛 편곡을 최신 연주와 최신 기술에 의한 녹음으로 따라만 한, 무사안일주의(?)는 더욱 허다하다.
그래도 미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원곡을 원곡보다 더 잘 살리는 리메이크가 비교적 잦은 편이어서 이것이 또한 미국 대중음악의 실력에 밑천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그런 미국 대중음악인들의 법고창신에서는 오히려 중심이 바로 어메리캔 스탠다드 팝이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가장 거대시장을 갖고 있으며 시장의 동향을 좌우하는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토니 베넷이 여전히 하는 활동 중 절반 쯤은, 자신에게도 돌아가신 선배들에 해당되는 주디 갈런드, 빙 크로스비, 냇 킹 콜, 프랭크 시내트라들에 대한 헌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 미들러는 데뷔는 훨씬 늦었지만, 뮤지컬 배우로, 영화배우로 성장한 것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유사하지만, 특히 1960년대 후반까지 활약했던 어메리캔 스탠다드 팝 가수들을 들으며 자라났고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도 똑같다.
게다가 초창기 미국 스탠다드 팝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익히게 된 비엔나와 파리의 오페레타와 베를린의 레뷰, 영국의 설리번 오페라,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작법을 옮겨다 놓으면서 출발하다 보니 자연히 가수들의 밥수저 놀리는 방식도 만능 엔터테이너 방식일 수 밖에 없었는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베트 미들러도 평생 살아온 인생이 그와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 둘이 모두 경력 초기에 고전 스탠다드 팝 선배가수들과 무대를 함께 해본 경험이 있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아얘 어메리캔 스탠다드 팝의 시조 중 한 명이었던 주디 갈런드와 1960년대 초반에 TV 무대를 함께 했었다.
낸시 시내트라와 동세대 출신에 동시대 데뷔한 사이다보니 자연히 그 부친이었던 프랭크 시내트라
그에 비해 베트 미들러는 로즈마리 클루니의 헌정앨범인 본 앨범을 발표했던 것이다.
로즈마리 클루니는 미국 스탠다드 팝의 초기 가수 중 하나였고, 빙 크로스비와 함께 영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4인 중 한 명이었다.
작곡가이기도 했던 어빙 벌린, 주디 갈런드, 빙 크로스비, 그리고 도리스 데이와 냇 킹 콜에 이은 다음 세대 가수였고, 프랭크 시내트라와 의 가까운 후배였다.
그리고 토니 베넷과 코니 프랜시스의 가까운 누나였고, 언니였다.
로즈마리는 지적 매력이 넘치는 용모이면서도 경쾌한 인상을 주는 것이 매력이었다.
게다가 지나 1990년대까지도 여전히 무대에 서곤 했는데, 그 탓인지 2천년대 이후 타개할 때까지 "다 늙어 갖고는" 오지랖 넓어뵈는 아줌마같은 인상을 하고 무대에 여전히 섰었다.
죽는 날까지 온전한 모습을 간직했으니 진짜 제대로 잘 살다 간 셈이다.
그런데 생전에 노래하는 것 하나 만은 실제로 오지랖이 넓었다.
바로 본 앨범은 그녀의 "생전 오지랍" 을 베트 미들러가 집대성했다고도 할 법 한데, 컨트리 곡이 하나 들어있어 그야말로 초기 컨트리 음악이라는 이름이 생길 당시의 고전을 들을 수 있고, "Mambo Italiana" 같은 경우에는 영어로 노래하는 미국식 라틴음악의 진수를 들어볼 수 있다.
실은 로즈마리 클루니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알려져왔고, 영화 화이트 크리스마스 덕택에 올드팬들이 확보된 탓도 있지만, 근래 신세대들에게 오히려 가장 인기있는 중견배우 조지 클루니가 바로 로즈마리 클루니의 조카다.
본 앨범에서 베트 미들러와 편곡자에 대해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바로 "Mambo Italiana" 편곡이다.
현대적인 악기의 사운드로 대체하고 약간 손 본 정도의 편곡이지, 리메이크라고 할 것은 없었는데, 오히려 그 결과 곡이 지닌 광란의 잔치같은 성격을 기막히게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외에는 전반적으로 로즈마리 클루니의 주요 곡들을 알게 해주는 정도지만 꽤 성공했다.
적어도 미국 스탠다드 팝이 걸어온 꽤 오래된 길을 알게 해주는 길라집이용 음반으로서는 딱이다.
미국 어덜트 컨템포러리는 스탠다드 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을 당시 어떻게 시작하여, 어떤 음악들을 이유식 삼아 모방하고 차용하며 성장했는가를 짐작케 해준다는 점에서는 차라리, 엔터 비즈니스의 종사자들을 위한 교재처럼 쓰면 어떨까 싶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