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악산업에 대해 한국에 알려진 가장 1차적인 사실은 한꺼번에 2가지다.
하나는 "쪼잔하고 겁이 많다" 이고, 또 하나는 "돈 많다" 이다.
일본 음악산업에서는 놀랍게도 이 2가지 서로 반대되는 행동이 동시에 나타나곤 한다.
"쪼잔하게" 겁먹고 조심스럽게 음악흥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일단 공연이든, 뮤직비디오든, 홍보를 위해서든, 일딘 개시했다 하면 거의, "돈을 쳐발라" 버린다.
대부분 한눈에 보기에도 공연한 돈쓰기에 가까울 지경으로 돈을 써댄다.
이런 일본인들의 돈으로 도배질하기가 특히 외국에 뭔가 보여줄 때 심해지는데, 거기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평소 쪼잔하게 돈을 비축하였던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축한 돈을 댐을 폭파시켜 물난리로 싹 쓸어버리는 것마냥 돈을 쓰는 행동이 아니다.
그 돈 써가며 준비한 결과 외국인에게 일본인이 의도한대로 잘 보여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일본 음악산업이기에 돈 쓰는데 비해 본 공연실황도 결과는 별루다.
공연 자체도 관객과의 교감이 없으며, 다만 음반으로 듣던 음악을 생음악으로도 들려주면서 아무로 나미에를 직접 보여주는 자리에 불과하다.
고로 멘트는 일절 없었고,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하는 행위는 물론, 심지어 관객들에게 마이크 들이대기도 정확히 한번 뿐이었다.
중간에 아무로 나미에가 옷갈아입으러 백스테이지로 간 사이에, 밴드의 베이스 주자가 잼세션을 하면서 멤버들을 소개한 후, 관객들을 데리고 노는 장면이 있기는 한데, 그것은 마치 "공연 관람하시느라 힘드시죠? 아직 더 남았으니 잠깐 놀아도 되요." 하는 듯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마치 운동회에서 응원 훈련시키는 것 같은 광경이어서 보기가 불편할 지경이었다.
필자의 경우는 엉뚱하게도 김연아가 어느 인터뷰에서 "링크에 오셔서 응원하시는 것은 좋은데, 3.3.7 박수는 제발 좀... " 하면서 웃던 장면이 생각났다.
아무로 나미에의 백밴드 세션은 공연 관람하러 온 관객들에게 337박수 가르치는 꼴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공연 후반부에서 댄싱팀 멤버들 소개할 때에는 아무로 나미에는 무대에 그냥 앉아있고, 앞서 설명한 백밴드 리더가 대신 댄서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더 끔찍한 것은 그 백밴드 세션 중 멘트를 대신 하던 자들은 베이시스트와 기타리스트였는데, 둘 모두 다 "오 예!" 하는 등, 미국 록스타를 흉내내는 멘트나 추임새였다.
멕시코와 스페인 가수들의 공연실황을 자주 보아왔는데, 거기에는 자국 언어에 의한 자국의 잔치와 놀이 전통에서 나온 추임새 관례가 압도적이었던 것과 너무 대조되었다.
거기에는 그 무신... "오 예!"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런 것들은 무슨 노래하거나 춤추는 기량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다고 복잡한 문제도 아니다.
그냥 공연을 공연답게 못하는 것 뿐이다.
일본에는 공연에 요구되는 물자는 "돈 쳐바를" 지경으로 풍요로운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된 공연 문화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와 음향을 지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카메라는 대형 공연장소에서의 공연실황도, 어떻게 하면 현장감을 거세시켜 못느끼게 해주는가에 초점을 맞춰 촬영, 편집된 듯 싶을 지경이었다.
이는 특히 관객들을 거의 비추지 않거나 비추더라도 어둡게 촬영하여, 영상물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게 한 것으로 두드러진다.
음향도 어떻게 하면 현장감보다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처럼 들리는가를 고민하기라도 한 듯, 배음 효과나 울림이 거의 없었다.
특히 관객들이 아무도 없기라도 했던 듯, 관객들의 함성 소리와 떼창은 철저히 제거되었다.
사실 일본 관객들이 워낙 조용하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슈퍼스타가 무대에 나왔는데 함성소리가 정녕 전혀 없을 수는 없고, 떼창을 전혀 안하지는 않는다.
이 영상을 본 후 다른 일본가수의 공연실황 영상물을 보고 비교했다.
똑같았다.
무대에서 가수가 할 일 백밴드 리더가 대신 하지 않으면 그나마 과장된 말투의 멘트였다.
그나마 아무로 나미에는 춤과 노래라도 되지만 그나마 둘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본 가수들의 공연 실황들은 한 개도 찾을 수 없었고, 어설픈 미국 팝스타 모방 뿐이었다.
일본 음악산업의 한계를 일본 미디어 스스로 자백한 증거물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