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시선이 
내 시선을 따라갔다가 내게 돌아오더니
지침을 내려주길 기다린다. 
아이는 자기가 찾아낸 소중한 공을 
가슴에 꼭 안고 달아나야 할까? 
다른 아이를 위해 그공을 양보해야 할까?
양보하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과 
그 애가 나처럼 되지 않게 
구해 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나는 둘로 찢어진다. - P176

나는 이 암말을 
이름 없는 존재들 가운데,
이 이야기에서 누락된 모든 여성 존재의 
부재 가운데 한층 강렬한 
하나의 부재로서 기리고자 한다.
이 말이 여성인 존재였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여성이었고,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 P196

그 어둠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 
몸을 일으키게 돕고 있던 나는 어쩌면 
어떤 영혼의 쌍둥이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의 어느 날 밤, 
어느 강변의 난간에 앉은 채
술에 취해 울고 있던 내 몸을
끌어당겨 주었던 모르는 사람의 쌍둥이
오늘 그 여자의 몸을 흔들면서, 
어쩌면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예전의 내 몸을 흔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속에는 어떤 등가성이,
어딘가 기이한 상호 관계가 
새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속삭이면서, 
나는 어쩌면 슬픔과 고통에 잠긴 
우리 모두를 향해, 
그 여자의 고통을 향해, 
그 남자의 고통을 향해, 
그리고 나 자신의 고통을 향해, 
마법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법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괜찮아졌을 수도 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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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아침에는 
잠깐 공상에 잠기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10분쯤 읽기도 하지만, 
오늘 나는 다른 대부분의 날처럼 움직인다.
즉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
Caoineadh Airt Uí Laoghaire』의
지저분한 복사본을 집어 든 뒤,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초대해 
내 목구멍 속에 잠시 출몰하게 한다. 
하루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작은 침묵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채운다. - P21

내 번역은 내가 하는 집안일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에 틈이 생기고 만다.
나는 의자 밑을 진공 청소기로 미는 걸 
깜빡하기도 하고, 
몇 시간이나 창문을 닦고도 
여전히 얼룩을 남겨 놓기도 한다. 
가끔은 거미줄을 못 보고지나친다. 
종종 어딘가에 발이 걸려 비틀거린다. 
그래도 나는 계속한다. 
이 작업은 내게 아름다운 시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으니, 
내 삶의 몇 달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시의 끝이 다가오자 
나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 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59

나는 내 번역을 실패작으로 평가한다. 
거기엔 시인의 목소리 같은 것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실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실패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해 본다. 
나는 이 작업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 하나만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아일린 더브의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을 두고 
숙고했던 그 많은 방 안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요소는 텍스트 너머에서,
연과 연 사이의 공백에서, 
번역할 수 없는 곳에서 맴돌았다. 
그 공백에 난 계단 위에 서면 
한 여자의 숨결을,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숨결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 P61

내가 우는 건, 
그래, 무력감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가 아이의 고통을 목격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등을 떠미는 간호사들의 굳건한 
믿음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간호사는 고집하는 사람, 부모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 P68

그것들이 다 뭘 위한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내 집념을 소진해 버릴 수만 있다면 
결국 그 일에 싫증을 낼 수도 있으리라는 
그릇된 소망을 품고서.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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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도르노 강의 강의 중에 
꼭 인용하려고 했는데 그만 잊고
말하지 못했던 문장 하나: 
"우리는 아주 착한 동물이었는지모른다. 
그렇게 믿어도 되도록 사는 일, 
그것이 도덕은 아닐까?"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부정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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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여러분께

모든 괴로움이 다 누구 탓이거나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인도 해결책도 밖에서 찾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나의 무지 때문에 일어납니다.
눈을 안으로 돌리십시오. 
눈을 안으로 돌이키는노력이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할 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성취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기도할 뿐,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라도 모두 성취되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바가 성취되는 것이 
‘기도‘ 라는고정관념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종교나 종파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이 ‘기도‘ 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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