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아침에는 
잠깐 공상에 잠기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10분쯤 읽기도 하지만, 
오늘 나는 다른 대부분의 날처럼 움직인다.
즉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
Caoineadh Airt Uí Laoghaire』의
지저분한 복사본을 집어 든 뒤,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초대해 
내 목구멍 속에 잠시 출몰하게 한다. 
하루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작은 침묵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채운다. - P21

내 번역은 내가 하는 집안일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에 틈이 생기고 만다.
나는 의자 밑을 진공 청소기로 미는 걸 
깜빡하기도 하고, 
몇 시간이나 창문을 닦고도 
여전히 얼룩을 남겨 놓기도 한다. 
가끔은 거미줄을 못 보고지나친다. 
종종 어딘가에 발이 걸려 비틀거린다. 
그래도 나는 계속한다. 
이 작업은 내게 아름다운 시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으니, 
내 삶의 몇 달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시의 끝이 다가오자 
나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 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59

나는 내 번역을 실패작으로 평가한다. 
거기엔 시인의 목소리 같은 것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실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실패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해 본다. 
나는 이 작업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 하나만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아일린 더브의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을 두고 
숙고했던 그 많은 방 안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요소는 텍스트 너머에서,
연과 연 사이의 공백에서, 
번역할 수 없는 곳에서 맴돌았다. 
그 공백에 난 계단 위에 서면 
한 여자의 숨결을,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숨결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 P61

내가 우는 건, 
그래, 무력감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가 아이의 고통을 목격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등을 떠미는 간호사들의 굳건한 
믿음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간호사는 고집하는 사람, 부모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 P68

그것들이 다 뭘 위한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내 집념을 소진해 버릴 수만 있다면 
결국 그 일에 싫증을 낼 수도 있으리라는 
그릇된 소망을 품고서.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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