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시선이 
내 시선을 따라갔다가 내게 돌아오더니
지침을 내려주길 기다린다. 
아이는 자기가 찾아낸 소중한 공을 
가슴에 꼭 안고 달아나야 할까? 
다른 아이를 위해 그공을 양보해야 할까?
양보하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과 
그 애가 나처럼 되지 않게 
구해 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나는 둘로 찢어진다. - P176

나는 이 암말을 
이름 없는 존재들 가운데,
이 이야기에서 누락된 모든 여성 존재의 
부재 가운데 한층 강렬한 
하나의 부재로서 기리고자 한다.
이 말이 여성인 존재였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여성이었고,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 P196

그 어둠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 
몸을 일으키게 돕고 있던 나는 어쩌면 
어떤 영혼의 쌍둥이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의 어느 날 밤, 
어느 강변의 난간에 앉은 채
술에 취해 울고 있던 내 몸을
끌어당겨 주었던 모르는 사람의 쌍둥이
오늘 그 여자의 몸을 흔들면서, 
어쩌면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예전의 내 몸을 흔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속에는 어떤 등가성이,
어딘가 기이한 상호 관계가 
새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속삭이면서, 
나는 어쩌면 슬픔과 고통에 잠긴 
우리 모두를 향해, 
그 여자의 고통을 향해, 
그 남자의 고통을 향해, 
그리고 나 자신의 고통을 향해, 
마법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법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괜찮아졌을 수도 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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