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죽음은 작은 대기실 같은 것이어서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디거나 한 번만 펄쩍 뛰면 방을 가로질러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데 반해, 그에게 죽음은 엄청나게 광활한 공간이라 그곳을 건너가기가 참으로 힘겹기만 했다. 아마도 노인이 너무 쇠약한 탓이리라.그의 곁에는 아내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사이에 바깥은 다시 어둠이 덮인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어. 마침내 아내의 입에서 이 말이 흘러나온다. - P-1
딸이 이제 조만간 깨닫게 될 사실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 P-1
‘문학성과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이라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 작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인물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데 모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쓰여진 덕분에 모나 정도의 나이만 되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읽힌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전혀 겁내지 않았고, 대화중에 자신의 실수와 오해를 깨달으면 웃음을 터뜨렸다. - P-1
"예술은 불꽃놀이 기술, 아니면 헛바람이야." 그는 작품 전체를 통해서건 하나의 디테일을 통해서건, 한 폭의 그림, 한점의 조각, 한 장의 사진이 존재의 감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 P-1
우리를 사회성 있는 존재, 환대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즉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세 단계.주는 법을 아는 것과 돌려주는 법을 아는 것, 그 사이에 인간 본성 전체를 떠받치는 요석 같은 중요한 단계는 받을 줄 아는 것.타인의 호의를, 기쁨을 주고자 하는 타인의 욕망을 맞아들이기, 자기가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 자기가 아직 될 수 없는 것을 맞아들이기. - P-1
언제라도 동작에 뛰어들어야 할 코메디아 델라르테가 갑자기 굳어버렸어. 축제에는 늘 끓은 부위가 있단다. 그러니까 축제를 경계할 필요가 있는 거야. 특히 축제가 습관화되고 하나의 사회적 의무가 될 때는 더더욱. 바토는 우리에게 말해주지. 희극, 게임, 분방함과 장난질은 우울한 쓴맛을 남긴다고. 결국 신체는 그런 것들로 기진맥진하기 마련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명령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것이니까. - P-1
여자의 말은 숭고했다. 아름답기까지 했다. 여자의 말이 진심으로 들려서 더 무서웠다. - P-1
그때 느낀 부끄러움이 얼굴에, 손바닥에, 눈동자에 쩍 들러붙어 반지영은 그 밖에 다른 일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 P-1
누구라도 지나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가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일을 할리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