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과 ‘장애‘라고 부르는 것을 가르는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 걸까? 우리가 규정한 정상이라는 개념의 범주 밖으로 벗어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치료해야 할까? 누군가 자신이 예수라고 믿고 동네 수영장 물 위를 걸으려고 할 때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있을까? - P-1
... 가끔은 우리 마음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모들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이레놀을 100개 샀지만 그중 한 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오염된 약을 먹고 배탈이 날까 봐 99개만 먹고 자살시도를 한 일화처럼 말이다. - P-1
하지만 현실에서 그토록 극적으로 반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느새 나는 극도의 충격, 공포, 슬픔 같은 감정도 전문가답게 로봇처럼 흡수한다. 감정에 너무 많이 동요되지 않는 편이 더 견디기 쉬우니까. - P-1
나는 다른 사진들도 보았다. 비에 젖은 발굴팀원들이다. 백인도 있고 유피크인도 있는데, 모두가 웃는 얼굴로 흙 묻은 손으로 발굴품을 내밀고 있다. 모두 자원봉사자고 대부분 ‘베링 해변의 고고학 탐험‘을 위해 찾아온 학생이었다. 그들은 돈을 저축하고 열두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로 한 팀을 만들어 그곳으로 갔다. 사진 뒤쪽에는 바다가 반짝이기도 하고 멀리, 아주 멀리 툰드라 지대가 보이기도한다.그날 밤 나는 다시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유피크 유물들이 머리에 가득 찼다. 발굴이 손상된 문화를 되살리고 있다고 릭이 말했다. 회복력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고. - P-1
이곳 동굴들은 ‘뼈 동굴‘이라고 불린다. 오래전 이 나라에서 멸종한 많은 동물의 뼈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은 ‘순록 동굴‘인데 실제로는 뼈보다 뿔이 더 많이 나왔다. 1920년대에 이루어진 발굴 작업의 결과 수백 개의 순록뿔이 나왔고 대부분 암컷이었다. 너는 동굴 입구에 앉아 비를 바라보며 빙하기를 생각한다. - P-1
그들 셋은 세상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했다. 상상력과 용기로 꽃을 그려서 정부에 대항했다. "학생들은 심장이 죽었다고 말했어요." 엘레나가 말했다. - P-1
"우리는 마음이 아파본 뒤에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잖아요."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 엘레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을 떠올려라. 그들에게 기쁨을 줄 결심을 하라. 그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하라. 어쩌면 이러한 태도는 티베트 불교 학생도, 회복하는 마약 중독자도, 죽은 듯한 삶을 힘써 떨치고 기쁨을 향해 환생한 사람도 취할 수 있는, 잘 고안된 영적 자세인지도 모른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