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앙은 자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맥 빠지는 의혹 속에서도 가장 생기 넘치는 희망을 끌어모은다.






내 안에서 뭔가가 부드럽게 누그러지고 있었다. 상처 난 마음과 사납게 날뛰던 손은 더 이상 늑대 같은 세상에 맞서지 않았다. 이 선량한 야만인이 내게 세상을 되찾아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의 이름 앞에는 불멸의 영혼이라는 의미심장하면서도 불경한 말을 쓰면서 왜 지구상에서 가장 먼 인도양으로 떠나는산 자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왜 생명보험회사는 죽어서 불멸의 존재가 된 자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가? 혹시 6,000년전에 죽은 줄 알았던 옛적의 아담은 아직도 꼼짝하지 못하고 영원히 마비된 채 치명적이고 가망 없는 혼수상태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죽은 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천상의 기쁨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왜 그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은가? 모든 산 자가 모든 죽은 자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건 무슨 이유인가? 무덤 속에서 죽은 자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에 도시 전체가 겁먹는 건 왜인가? 이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신앙은 자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맥 빠지는 의혹 속에서도 가장 생기 넘치는 희망을 끌어모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란드인》은 원래 영어로 쓰였으나 스페인어로 먼저 출간되었다. 쿳시는 영어권 소설가이지만 ˝영어가 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방식˝을 싫어해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먼저 출간했다고...








여자가 먼저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이어서 곧 남자가 그렇게 한다.

처음에 그는 여자가 누구인지 
아주 명확히 알고 있다.

그녀는 지적인 사람이지만 
생각이 많지는 않다. 
그녀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의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옴팡밭에 붙박인 인고의 삼십년,  삼십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한 세월이건만 순이 삼촌은 그러지를 못했다. 흰 뼈와 총알이 출토되는 그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신이 딸네 모르게 서울 우리 집에 올라온 것도 당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그 옴팡밭을 팽개쳐보려는 마지막 안간힘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오누이가 묻혀 있는 그 옴팡밭은 당신의 숙명이었다. - P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누트는 말한다

나는 그날, 대낮부터 
쿠션을 껴안고 소파에 드러누워 
낮은 소리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빗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특히 집앞 돌길 너머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빗방울이 돌에 닿는 경쾌한 소리와
흙에 스미는 보드라운 소리가 
알맞게 뒤섞여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