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 관리인의 딸》

"혀에 까만 반점이 있어요. 엄마."
확실히 특이한 아이였다. 
마사의 막내딸은 
죽은 나비의 장례를 치러주고, 
장미꽃을 먹고, 
소가 지나다니는 길 웅덩이에
갇힌 올챙이를 건져다가 
다리가 자라도록 연못에 놔준다. - P97

팬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자 
마사가 밖으로 나가서 
최대한 큰 소리로 외친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절망이 
저 아래 아하울의 계곡까지 전해지고, 
계곡이 그녀의 말을 돌려보낸다.

그녀가 생각한다. 
마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 
무슨일이 일어나야만 한다. - P102

《물가 가까이》

그는 샤워를 하러 들어가 
뜨거운 물 아래 서서 
자신이 익사할 뻔했음을 깨닫는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목욕 가운으로 몸을 감싼다. 
그런 다음 전화번호부에서 번호를 찾아 
수화기를 든다. - P159

《퀴큰 나무 숲의 밤》

하지만 적어도 죽음만큼은 확신했다. 
누구나 무언가를 확신해야 했다. 
그래야 하루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마거릿의 집 뒷문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였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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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로움이 한낮의 꿈속이라 하더라도 괴로움의 감정이 꿈결같지는 않지요, 인생에서도요. 그럼에도 그 가운데에서도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삶들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위로를 주는 글이라는 평들이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적으셨는데, 위로의 말들이 피로하게 느껴지곤 하는 저에게는 오히려 이 글이 정말로 위로가 되었네요. 어떤 의도로 쓰셨건 위로하고 싶다고 위로가 건네지는 건 아닌데 작가님 시선에 따스함이 묻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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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작가의 작품들에 공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위계와 굴종의 역사가 유난히 우리와도 유사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작품들을 통해 수녀회를 비롯한 야만의 역사가 인생에 스며들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깊이 공명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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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무엇을 잃었었는지 알게 되어 코끝이 시큰해지는 청량한 이른 아침을 감각하게 되었다... 찬찬히 읽으며 보내게 된 좋은 시간...

당신은 이른 새벽의 보도 위에서 
여유롭고 경쾌하다. 
빵집의 거리 따윈 상관없다. 
당신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소설가 케루악의 포즈를 한 채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제치며 나아간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축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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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쓸 수 있다. 
아직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작은 커피컵을 쓰면서 
여러 번 커피를 따라 마시지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로 
잠을 깨는 날에는 
굳이 브렉퍼스트 컵을 꺼낸다. 
번거롭고, 귀찮지만, 여력이 있을 때 
하나하나 다 
별개의 이벤트로 만들어 즐긴다.
‘하고 싶다‘와 ‘할 수 있다‘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시간아, 가지 마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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