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 삶을 배워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종종 무국적자 혹은 
난민으로 명명되었으며, 
신분증 하나 없는 미등록자나 
합법적인 절차 없이 유입된 
불법체류자로 표현될 때도 있었다. 
그는 또한 그 누구와도 
현실적인 교신을 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이기도 했고, 
인생과 세계 앞에서 
무엇 하나 보장되는 것이 없는 
다른 땅에서 온 다른 부류의 사람, 
곧 이방인이기도 했다.

마지막 희망, 마지막 꿈, 마지막 여행지. 
로는 직원으로부터 살짝돌아선 채 
안주머니에서 방수포를 꺼내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40유로를 셌다. 
방수포에 싸인 650유로.

나는 로기완이라 불리며
1987년 5월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 
제7작업반에서 태어났습니다.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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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말 그대로 정말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낯선 곳으로 떠났다. 
어린아이처럼 철자를 익히고 말을 배웠다. 
그렇게 무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속인다거나
잃어간다는 감각으로부터, 
그 익숙하고도 거추장스러운 
나의 일부로부터 멀어지기를 소망했다. - P10

내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것이 살아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내 기억이 한꺼번에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삶이 다만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다행스러운일이다.
그렇다고 이 다행을 누군가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몫으로 주어진 다행일 뿐이다. - P35

그들이 언젠가는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 
고통을 견디는 동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숨쉬며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차라리 체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희망이다.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체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일상에 푸른 잎을 내보이는 희망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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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를 좋아합니다. 역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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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커피를 골고루 마셔볼 수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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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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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미 도래한 시대를 그렇지 않다고 밀어붙이니 숨이 막히는 것이었나 보다. 역시 물 흐르듯, 구름 가는대로 흘러가는 게 맞는 듯 하지만 이제 내 마음이 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 나와 남을 끊임없이 옥죄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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