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 삶을 배워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종종 무국적자 혹은 
난민으로 명명되었으며, 
신분증 하나 없는 미등록자나 
합법적인 절차 없이 유입된 
불법체류자로 표현될 때도 있었다. 
그는 또한 그 누구와도 
현실적인 교신을 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이기도 했고, 
인생과 세계 앞에서 
무엇 하나 보장되는 것이 없는 
다른 땅에서 온 다른 부류의 사람, 
곧 이방인이기도 했다.

마지막 희망, 마지막 꿈, 마지막 여행지. 
로는 직원으로부터 살짝돌아선 채 
안주머니에서 방수포를 꺼내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40유로를 셌다. 
방수포에 싸인 650유로.

나는 로기완이라 불리며
1987년 5월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 
제7작업반에서 태어났습니다.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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