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말 그대로 정말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낯선 곳으로 떠났다. 
어린아이처럼 철자를 익히고 말을 배웠다. 
그렇게 무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속인다거나
잃어간다는 감각으로부터, 
그 익숙하고도 거추장스러운 
나의 일부로부터 멀어지기를 소망했다. - P10

내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것이 살아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내 기억이 한꺼번에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삶이 다만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다행스러운일이다.
그렇다고 이 다행을 누군가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몫으로 주어진 다행일 뿐이다. - P35

그들이 언젠가는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 
고통을 견디는 동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숨쉬며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차라리 체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희망이다.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체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일상에 푸른 잎을 내보이는 희망이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