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말 그대로 정말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낯선 곳으로 떠났다.
어린아이처럼 철자를 익히고 말을 배웠다.
그렇게 무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속인다거나
잃어간다는 감각으로부터,
그 익숙하고도 거추장스러운
나의 일부로부터 멀어지기를 소망했다. - P10
그들이 언젠가는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
고통을 견디는 동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숨쉬며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차라리 체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희망이다.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체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일상에 푸른 잎을 내보이는 희망이다. -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