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론은 이 세계가 정해진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입자들로 구성된 것이라는 세계의 이미지를 부숴버렸지만, 우리가 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양자론의 수학은 세계의 실재를 기술하지 않으며,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들은 서로 마법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질은 유령같은 확률파동으로 대체되고….
양자론이 실재 세계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자문해보는 사람은 누구나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양자론의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선구적으로 제시했던 아인슈타인도 그것을 소화하지 못했고,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아무도 양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썼습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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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시선이 
내 시선을 따라갔다가 내게 돌아오더니
지침을 내려주길 기다린다. 
아이는 자기가 찾아낸 소중한 공을 
가슴에 꼭 안고 달아나야 할까? 
다른 아이를 위해 그공을 양보해야 할까?
양보하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과 
그 애가 나처럼 되지 않게 
구해 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나는 둘로 찢어진다. - P176

나는 이 암말을 
이름 없는 존재들 가운데,
이 이야기에서 누락된 모든 여성 존재의 
부재 가운데 한층 강렬한 
하나의 부재로서 기리고자 한다.
이 말이 여성인 존재였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여성이었고,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이 말이 존재했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한다. - P196

그 어둠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 
몸을 일으키게 돕고 있던 나는 어쩌면 
어떤 영혼의 쌍둥이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의 어느 날 밤, 
어느 강변의 난간에 앉은 채
술에 취해 울고 있던 내 몸을
끌어당겨 주었던 모르는 사람의 쌍둥이
오늘 그 여자의 몸을 흔들면서, 
어쩌면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예전의 내 몸을 흔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속에는 어떤 등가성이,
어딘가 기이한 상호 관계가 
새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속삭이면서, 
나는 어쩌면 슬픔과 고통에 잠긴 
우리 모두를 향해, 
그 여자의 고통을 향해, 
그 남자의 고통을 향해, 
그리고 나 자신의 고통을 향해, 
마법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법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괜찮아졌을 수도 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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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아침에는 
잠깐 공상에 잠기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10분쯤 읽기도 하지만, 
오늘 나는 다른 대부분의 날처럼 움직인다.
즉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
Caoineadh Airt Uí Laoghaire』의
지저분한 복사본을 집어 든 뒤,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초대해 
내 목구멍 속에 잠시 출몰하게 한다. 
하루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작은 침묵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채운다. - P21

내 번역은 내가 하는 집안일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에 틈이 생기고 만다.
나는 의자 밑을 진공 청소기로 미는 걸 
깜빡하기도 하고, 
몇 시간이나 창문을 닦고도 
여전히 얼룩을 남겨 놓기도 한다. 
가끔은 거미줄을 못 보고지나친다. 
종종 어딘가에 발이 걸려 비틀거린다. 
그래도 나는 계속한다. 
이 작업은 내게 아름다운 시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으니, 
내 삶의 몇 달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시의 끝이 다가오자 
나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 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59

나는 내 번역을 실패작으로 평가한다. 
거기엔 시인의 목소리 같은 것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실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실패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해 본다. 
나는 이 작업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 하나만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아일린 더브의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을 두고 
숙고했던 그 많은 방 안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요소는 텍스트 너머에서,
연과 연 사이의 공백에서, 
번역할 수 없는 곳에서 맴돌았다. 
그 공백에 난 계단 위에 서면 
한 여자의 숨결을,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숨결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 P61

내가 우는 건, 
그래, 무력감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가 아이의 고통을 목격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등을 떠미는 간호사들의 굳건한 
믿음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간호사는 고집하는 사람, 부모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 P68

그것들이 다 뭘 위한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내 집념을 소진해 버릴 수만 있다면 
결국 그 일에 싫증을 낼 수도 있으리라는 
그릇된 소망을 품고서.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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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도르노 강의 강의 중에 
꼭 인용하려고 했는데 그만 잊고
말하지 못했던 문장 하나: 
"우리는 아주 착한 동물이었는지모른다. 
그렇게 믿어도 되도록 사는 일, 
그것이 도덕은 아닐까?"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부정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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