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미유 클로델 -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이운진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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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미유 클로델을 만나기 이전까지 내가 카미유 클로델에 대하여 얕고 비루한 지식으로 밖에 알지 못하고 평가했던 과오에 대하여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모른다.

당시 천재적인 예술적 감각과 여성이라는 성별, 외모에 치중된 시기와 질투로 인한 고통은 그녀를 평생 따라다녔고, 이는 사후에도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로 인해 끝나지 않았으리라는 추측을 하니 가슴 한 켠 깊은 곳에서부터 송구스러운 마음과 묵직한 슬픔이 올라오는듯했다.

특히나 죽기 전까지 정신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끔찍한 상황과 어머니의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있던 베르트 모리조와 달리 고립되어 스스로의 예술만을 탐닉하며 이를 섬세하고 구체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만을 탐구하던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고 잔혹했다.

비극 클리셰의 모든 비극을 때려 넣어 오히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녀의 삶.

그 어떤 이가 찾아오는 이 없이 30여 년의 정신병원 생활 속에서도 자살시도조차 없이 기다림과 그리움만으로 버틸 수가 있을까.

떨어지는 외모와 스물네살이라는 나이 차이, 조강지처까지 있는 로댕은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전에 엄청난 분노를 유발했으며 작품을 파괴하며 궁핍 속에서 조각과 로댕만을 바라보며 살아간 안쓰러운 생애는 모든 독자를 침잠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신병원에서조차 낡은 옷을 뜯어낸 천 조각으로 조카의 이불을 만들어 보내는 따스한 성정의 인간 카미유 클로델을 비참함과 고독의 극한으로 밀어낸 어머니와 동생은 어떠한가.

부쳐지지 못한 수많은 편지들에서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고 충분히 카미유를 지지해 줄 수 있을 동생 폴 클로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동생에 대한 원망조차 없었던 카미유.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로댕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못할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최악의 상황으로 인하여 그녀의 부서진 작품들과 입원으로 인하여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작품 활동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겨진 기록이 부족해 저자가 카미유의 심경을 추측하는 독특한 형식이 오히려 매력적이었고, 카미유의 일생과 더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곳곳에서 벨 에포크의 파리 역사를 그려낸 부분도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카미유 클로델에게 푹 빠져있다 나왔다.

당신이 때로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지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카미유 클로델을 통하여 일상의 소중함과 살아갈 희망과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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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 - 5천 년 동안 그들은 어떻게 부와 성공을 얻었나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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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당시 유행하던 랍비가 전하는 탈무드 이야기를 종종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만화로만 읽었던 그때는 단지 지혜롭고 기발하며 슬기로운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이 흥미로웠던 반면, 성인이 되어 이를 다시 읽게 되니 노벨상 수상자의 22%라는 기염을 토하는 기록과 방대한 분량, 시대를 초월하는 혜안에 감탄하며 읽게 되었고, 나의 태도와 깨달음 역시 그 시절과 큰 차이가 있어 색다른 기시감과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말과 혀의 위험과 침묵의 중요성, 인간관계, 근면 성실, 나눔에 대한 강조와 진실함, 인내, 실패를 주저하지 말고 행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라는 가르침 등 탈무드에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다양한 덕목을 언급하며 이를 실천하길 조언한다.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라는 끔찍한 참상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남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한 번뿐인 삶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듯했고, 상위 1%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말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탈무드 정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의 리스크를 떠안고서도 끊임없이 시도하는 열정과 골드만삭스의 스파르타와 같은 시스템 속 자부심, 퓰리처와 조지 소로스의 나눔 정신까지.

좌우명으로 새길만한 명언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이번 독서 경험은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 노력과 열정을 채워주는 계기가 되었고, 나태한 삶을 죄악으로 여기며 진지한 태도로 한정적인 시간인 젊음과 삶을 살아가는 탈무드의 가르침을 통해 평생 동안 보전할 습관의 틀을 마련해 두어야겠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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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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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서평단 이벤트로 니콜 크라우스의 소설 남자가 된다는 것을 출간 전 티저북으로 만났다.

총 열 편의 단편 가운데 세 편의 단편이 실린 이번 티저북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스위스"였다.

삼십년 전 과거를 회상하는 화자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저마다의 다른 사연으로 여러 나라에서 모인 소녀들이 스위스에서 하숙 생활을 하던 이야기로 소라야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졌다.

스위스라는 지리적 도구를 통해 인종차별을 드러내며 미성숙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마저 서툰 사춘기 소녀들의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나타냈으며 낯선 단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표현들이 의미를 극대화해 풍부해진 표현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어지는 에르샤디를 보다 역시 각자의 에르샤디를 설정함으로써 서로가 경험한 누군가의 에르샤디를 그려 인상적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사랑을 뜻하는 아무르 역시 난민 수용소에서 우연히 만난 소피로 하여금 소피와 에즈라의 개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사랑 이야기를 제 삼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그려 안타까운 그들의 인연을 더욱 익숙하고 친근하게 펼쳐내었다.

단편을 읽었음에도 장편 소설을 읽는듯한 서사와 특유의 감탄스러운 표현방식에 반했고, 민감한 문제들을 작품으로 비판하며 유려한 문체로 그를 영리하게 그려내 나를 매혹시켰다.

티저북으로 단 세 편의 단편을 맛보았지만 묵직하고 큰 울림을 주었기에 남자가 된다는 것의 전체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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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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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으며 당황스럽기는 처음이었다.

이념 대립으로 인한 북아일랜드 투쟁의 참혹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표현해 더욱 끔찍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표현이 난무한 블랙코미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다양한 트라우마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우매하고 몽매한 인물들로 하여금 점점 무뎌지는 참상은 아이들이 전쟁과 무기에 익숙해져가는 끔찍함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아비규환의 현실을 가십거리로 다룬다는 설정마저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비탄스러워해야 할 일들마저 자각하지 못하는 설정, 무덤덤한 어조로 현실을 표현하며 판타지적 요소까지 차용해 혼란과 혼돈을 더욱 극대화하는 천재적인 저자는 살인과 죽음이 일상이며 무엇이 우선인지 구분조차 못하며 사리분별이 불가한 판단력 상실의 카오스를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와 달리 일부만 읽었지만 작품을 읽을수록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기에 소설의 전체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되는 짜릿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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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수업 - 산지에서 브랜드까지 홍차의 모든 지식, 개정증보판 실용의 재발견 (글항아리) 1
문기영 지음 / 글항아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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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봄에 쉽게 볼 수 있는 꽃인 튤립이 투기로 인해 집 한 채 값을 웃돌았다고 한다.

헌데 이와 같이 우리가 카페나 집에서 티백으로 쉬이 접하며 즐겨 마시는 홍차 역시 1784년 세금 하락이 있기 전까지 중국에서 영국까지 가져오는 기간만 1년이 넘고 차에 부과된 119퍼센트라는 높은 세금으로 인해 매우 비싼 기호품이었다고 한다.

차와 함께하는 다양한 명화들의 향연으로 포문을 여는 이번 도서는 이와 같은 홍차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 역사와 종류, 지역, 차 우리는 방법 등 모든 것을 총망라하며 가히 홍차 백과 전이라 할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초반부 홍차, 녹차, 우롱차, 보이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차들이 모두 동일한 나무인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나무의 잎이며 가공법의 차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움과 흥미로 사로잡혀 두꺼운 분량에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그레이의 뜻이 그레이 백작이라는 사실이나 립톤이 토머스 립턴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조지 오웰이 홍차 애호가라는 사실들도 신기했다.

에비앙으로 우린 차는 칼슘과 마그네슘 비율의 차이로 마실 수 없을 정도라니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겠는가.

특히 저자가 해외 홍차 여행으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서술해 놓아 현지의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직접 경험한 꿀팁이 가득해 홍차를 자주 마시는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홍차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하니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홍차의 미래가 기대된다.

완독 후 서문에서 언급한 책 분량이 많아져 몇 개의 장이 생략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쉽던지.

공들여 정말 정성이 가득 깃든 열정으로 쓴 홍차 이야기를 일게 되어 정말 과분하게도 감사한 기분이었고, 홍차에 대해 품은 우려 역시 저자의 홍차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졌다.

이번 도서로 역사와 정치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홍차의 매력에 푹 빠졌기에 홍차 수업2가 기대된다.

완화된 코로나 상황에 저자가 추천한 숙소와 여행지들, 유구한 역사의 홍차 매장으로 홍차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는다.

기회가 된다면 현지에서 홍차 전문가의 원 데이 클래스도 함께.

다구를 구비하며 우선 '차' 는 단어를 만든 육우의 다경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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