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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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을 선사한다.

바로 이번 작품이 그 최초라는 단어로 나를 떨리게 한 이야기인데, 작품은 심지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추리소설의 거장 아서 코난 도일의 최초 국내 번역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은 국내에 영어 원문으로만 들어와 있던 작품이었기에 무려 최초 국내 번역 작품이라는 소개는 나에게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열게 만들었다.

이동 중인 배, 도로 위 차 안, 미지의 섬과 같이 불안정한 공간적 배경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옴니버스식 구성과 피카레스크식 구성이 교차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단편들은 공통적으로 그의 전작 바스커빌가의 개를 떠올리듯 무언가를 좇는다.

이는 뚜렷한 존재일 때도, 미지의 모호한 존재일 때도 있으며 작중 인물들은 그를 맹신하기도, 하염없이 두려워하기도, 의심하기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는 복수나 탐욕 앞에 피로 얼룩진 결과로 나타난다.

이번 작품에는 사건에 맞서는 홈즈와 같은 해결사가 등장하지는 않았음에도 반전과 긴장감을 전혀 놓치지 않으며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비트랩을 설치해두었다.

또한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탐험과 모험,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원피스처럼 무시무시한 금기가 있거나 전설이 존재하는 등 신비로운 해적 이야기를 넘나드는 작품이 펼쳐내는 서사 역시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그리게끔 만들며 고조되는 긴장감과 함께 다양한 장치들로 독자를 이끈다.

서사를 전개하던 중 한순간에 급격히 묵직하게 달라진 공기를 느끼게 만드는 그의 필력에 역시는 역시라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열대야 극에 달하는 요즈음,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으로 남은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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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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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듣던 노래를 언제 어디선가 우연히 듣게 되면 음악만으로도 그 노래를 듣던 당시의 추억, 기억, 기분에 머무르게 된다.

현재와 동떨어졌음에도 그때의 향수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묘한 드는 기분.

이는 자주 걷던 거리를 걸을 때도, 감명 깊게 읽은 책에서도, 인상 깊게 보았던 미술작품에서도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지브리 작품을 수도 없이 감상했던 나에게는 추억의 마니, 고양이의 보은,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지브리 작품들의 OST가 듣는 순간 향수가 떠오른다.

특히 그중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ost 만으로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마성의 작품이었다.

본문은 나의 기억들을 엿보기라도 한듯 추억이 한껏 깃든 지브리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니메이션들로 하여금 본문에 등장한 대사를 통해 우리의 추억을 되새기며 위로를 전하고 희망을 건넨다.

작품이 만들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기도,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도 하며 흥미만을 추구하며 어린이를 타깃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작품이 아닌 가르침을 주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한다.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들은 어린 시절의 열정과 순수함을 가졌던 나 자신의 과오를 재고하며 동기를 부여하며 담금질해 도전하게끔 한다.

특히나 일본 특유의 정서가 짙게 배인 작품들에 얹어진 감성 한 스푼까지 지니고 있어 독자는 센치한 설렘과 신선한 시각으로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추억이 깃든 이야기들에 미소를 머금고 읽다 포켓몬스터 속 감초로 등장하는 로켓단 명대사가 등장하는데 얼마나 반갑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던지.

때로는 오래되고 익숙했던 것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움과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만나며 익숙한 새로움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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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 묘보설림 17
탕푸루이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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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문학동네의 티저북으로 만나게 된 바츠먼의 변호인은 놀랍게도 주인공 아버지의 살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한번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바츠먼에서 자란 주인공 퉁바오쥐가 가족과 지인들, 고향마저 환멸의 대상으로 느끼며 고향을 떠나 국선변호인으로 성장하는 작품은 살인사건이라는 파격적 스토리에 조금은 낯선 타이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소수민족인 아미족과 이민자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이 주는 신선함은 독자를 흡입력 있게 이끌며 이야기를 전개된다.

어린아이마저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과 사형제도 존폐라는 민감한 사안, 외국인 이민자와 정치인들의 이야기에 영리한 퉁바오쥐의 활약이 시작되려는 시점까지의 내용만이 담긴 티저북의 내용은 그야말로 감질난다는 표현이 적절했고 이후 그의 활약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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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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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나 살인, 폭력 등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누구나 전적으로 경찰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안의 경중이 미묘하고 경찰에게 알리기 힘든 경우라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건의 피해자가 있다면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본문은 학폭 사건으로 고통받던 주인공의 친척 형 소이치가 경찰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학생 탐정 기타미를 만나게 되는 인연으로 시작된다.

기타미는 의뢰받은 골치 아픈 학폭 사건을 단숨에 그녀만의 수사 방식으로 멋지게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성인이 된 주인공 기세는 또 다른 사건의 의뢰를 위해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러 가는데.

재회한 그녀는 시각적 요소만으로 추리하는 고전적 수사부터 철두철미한 자료조사를 비롯해 관련 업종에 취업까지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추리로 탐정의 역할을 십분 발휘하는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정보까지 제공하는 뛰어난 탐정 기타미에게 기세가 의뢰한 사건은 바로 결혼을 앞둔 지인 마카베에게 지속적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는 익명의 누군가를 찾는 일.

범인이 오리무중인 사건에 기세와 기타미는 마카베를 조사하기 시작하며 그의 놀라운 과거와 마주한다.

기타미의 활약으로 하나 둘 안개가 걷히며 드러난 진실에 반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협박 편지들.

저자는 흥미롭게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혼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에 연루된 인물 중 믿음을 가졌던 이의 신뢰마저도 한순간에 떨어뜨리게 만드는 필력으로 독자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조련하며 이끈다.

등장인물에 대한 불신과 의심 또한 점점 커지게 되고 더불어 기타미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설들은 독자의 상상력은 더 다채로운 상상들로 박차를 가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호하며 그 경계마저 무너진 이야기는 2차 가해라는 이슈 또한 묵과하지 않고 드러낸다.

숨겨진 진실과 편지를 보낸 범인은 대체 누구인지, 어떤 사연과 모략이 숨어있는지를 두고 극에 달하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이어 제시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치닫게 된다.

작품은 우연과 운 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을 만큼 가히 대단한 정보력을 갖춘 대담하고 과감한 탐정 기타미를 필두로 상상할 수 없는 전개, 등장인물들의 증언들이 잇따라 결합해 꼬일 대로 꼬여 예상조차 할 수 없던 스토리와 더불어 충격적인 진실을 끝내 수면 위로 드러낸다.

올해 나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 되어버린 꽃다발은 독을 읽고 당신도 함정에 함께 빠져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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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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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는 단 닷새 만에 이루어진 서사였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나 킹콩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처럼 사랑은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지만 각자가 만들어내는 사랑은 너무도 다양한 모양을 띈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1929년에서부터 1939년까지를 감정의 연대기로 칭하며 시대적 상황과 함께 평범한 사랑에서부터 극단적이고 비윤리적인 사랑까지 유명인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의 에피소드로 포문을 여는 이야기는 타마라 드 렘피카나 독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이 등장하는 히틀러와 괴벨스까지 다룬다.

저자는 이번 이야기를 위해 무려 394권의 책을 읽고 자료조사를 했다고 한다.

이번 티저북만으로도 방대한 양의 지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정식 출간본에서 다룰 이야기들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일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감춰졌던 금단의 사랑, 누구하고나 결합이 가능한 으뜸패로 비유되었던 여성, 재혼에 삼혼을 넘어 몇 번이나 결혼을 했던 이들, 동성애와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전쟁과 유혈사태의 상황에서도 사랑을 이어갔던 에피소드까지 흔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오픈된 연애를 헐리우드를 빗대 칭하지만 본문에는 그 이상의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는 사랑으로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을 만나고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을 한다.

본문은 역사에 남을 위인 역시 우리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그것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며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통해 동질감을 부여한다.

극도로 안정만을 고수했던 나의 사랑과 표현 또한 조금 더 솔직한 감정으로 삶을 살아가도 될 것 같다는 위안을 선사한다.

작품을 읽으며 이와 더불어 이상과 김향안, 김환기 작가의 에피소드처럼 우리나라의 사랑 이야기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너무나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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