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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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순리로 한계가 정해져있는 유한한 삶이기에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다.

마지막이라는, 죽음이라는 것은 마냥 나쁘고 부정적 이미지로만 치부되어 언급부터 금기시되지만 이를 시한부라는 당혹스러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당사자는 더욱 고뇌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며 고통받게 된다.

그러나 세토우치해에 위치한 라이온의 집은 마지막을 아름답고 근사하게, 그리고 담담히 받아들이며 종국에는 행복하게 맞이하길 도와주는 곳이다.

라이온의 간식에서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33세라는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우미노 시즈쿠가 라이온의 집에 당도하며 시작된다.

적이 덮칠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고 자는 사자처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인 라이온의 집에는 마돈나와 식구들이 있다.

아침에는 죽, 점심 뷔페, 저녁은 개별로 차려지는 하루 세 번의 식사와 간식 시간.
특히나 간식 시간은 각자의 사연과 함께 먹고 싶은 추억의 간식을 뽑아 사연을 소개하며 함께 나누는 독특하고 소소한 나름의 행사다.

시즈쿠는 그곳에서 타인이 죽음을 맞기도 하고 각자의 삶과 사연들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통해 위로를 받고 그를 통해 본인의 죽음 또한 준비하며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변화한다.
사소한 삶에도 소중함을 느끼고, 생애를 톺아가며 행복을 다시금 만날 무렵 시즈쿠는 시나브로 옅어지고 희미해져 간다.

처음 섬에 도착 후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건 그만두기로 하고 마지막을 눈치 보고 양보하지 않으며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받아들이며 희생만을 하지는 않고 살아가려 한 시즈쿠.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 관에 인형을 넣어달라며 끝내 타인에게 쓰레기를 처분하는 짐까지 덜어주고자 하던 그녀의 모습은 짧은 생에 속 그녀가 가진 이타심과 인류애를 보여주었다.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한 번씩 물밀듯 밀려오는 먹먹함에 눈물을 훔치며 읽다 보니 나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마지막과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현재 주어진 삶에 더욱 감사하며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죽음은 두렵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과 약간은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이름에 담긴 뜻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롯카의 이름이 추운 겨울에 태어났을 거라는 내용에서는 일본어가 주는 낯섦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금함에 검색 찬스를 사용하여 확인해도 알 수 없어 미지수로 남겨진 이 부분은 일본어에 낯선 이들이 알 수 있게 각주로 설명이 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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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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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크로스로드 #crossroads

✍🏻#조너선프랜즌 #jonathanfranzen #강동혁 옮김

📚#은행나무 @ehbook_

성공이라는 것은 명확히 정해져 있는 개념이라기 보다 막연한 개념이지만 누구나 어떤 이가 살아온 삶이 성공한 삶인지 실패한 삶인지는 쉬이 구분할 수 있다.

힐데브란트 가족들은 겉으로는 모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티 나지 않게 부서지던 모래성은 시나브로 무너져 끝내 타락하고 실패를 맛보게 되고 말로는 자기최면으로 그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섬세한 인물 내면묘사와 배경 설명으로 이를 더욱 극대화하여 그려냈기에 인물간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잘 표현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지리멸렬한 삶의 주인공은 매리언이다.
힐데브란트 가족에게 고통을 불러온 이가 매리언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그녀의 삶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너무나 수많은 상처를 받아 상처인지도 모르는 너무 많이 아픈 사람이었던 매리언의 상담 내용을 읽을 때에는 울컥 눈물이 나기도, 본인의 주체성을 묘사하라고 할 때 날씬하다는 이야기뿐이었던 그녀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아니, 그 밑으로 추락해 있었고 페르소나의 삶을 살아가며 그것을 진심으로 여기는 그녀에게는 가족으로 조차 치유될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벼랑 끝에 서있는 그녀를 끌어올릴 힘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갱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잘못된 용기로 맞닥뜨린 현실에 아들 페리를 본인과 동일시하며, 그녀가 가장 애착하고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양육하던 그녀의 종국에는 업보가 되어버린 페리.

본인 스스로의 사리사욕의 당위성을 위해 자녀를 위한다는 핑계를 앞세워 가식과 위선 속 착각하며 행동하는 무지몽매함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역지사지란 개념따위는 없는 초라한 러스.

내면에서는 악의 정의에 대해 끊임없는 토론을 이어가고 당위성을 찾으려 선과 악,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가지 개념의 명확한 갈림길에서 혼종의 삶을 살아가며 성장에 있어 고통을 느끼는 페리.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인종차별, 여성해방론자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70년대 미국의 향수를 흠뻑 적시게 해 주며 가족의, 인간의 변모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조너선 프랜즌의 모든 신화의 열쇠 다음 편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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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해하면 그대로 둔다 - 김다슬 에세이
김다슬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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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어 웅크리고 있던 작은 감정들을 되살아나게 하며, 이로 하여금 공감과 뉘우침, 자기반성, 탄식 등의 여러 감정들을 이끌어 내는 글들의 연속이었다.

그 안의 몇몇 글들은 나의 과오를 톺아가며 우매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었다.
과거를 반성을 하지만 나는 이로 인해 과거의 나의 행동과 발언들, 가졌던 감정들에 대하여 지금 당장 수치를 느끼지 않았다.
과거 나의 행위에 대해 반복되지 않게 보다 앞으로의 성숙할 수 있을 여지를 주었기에 성장할 수 있을 기회를 얻은 것 같아 후회만 남지는 않았다.

환부에 약을 발라 주듯 화자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약자의 입장에서 서술했다.
그들이 처한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에 대해 위로를 건네기도, 외려 그 감정에 대해, 그 관계에 대해 체념과 단념을 종용하기도 한다.

본문의 글들은 특별한 글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모르던 바를 발견해 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누구나 알고 있던 이야기이지만 익숙함에 속아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기에, 덮어두고 외면했던 사실이었기에 저자는 우리에게 잊었던 사실을 되짚어주며 독자로 하여금 더욱 크나큰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문장들과 공감이었다.

각박하고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오늘의 바쁜 나날을 살아가는 나의 감정 속 빈틈을 비집고 그 빈틈에 여유와 사랑, 이해, 온기를 가득 불어넣어 주는 감사하고 행복하며 가끔씩은 울컥한 감정을 느껴 눈물을 흘리게 해준 값진 경험의 시간이었다.

감정에 더욱 솔직해지며 한 뼘 더 성장한 만큼 나의 주변에도 그 밝은 빛이 함께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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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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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퀄리티를 보고 어떻게 그낭 지나치겠어요.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입니다.
하루 빨리 실물로 영접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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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해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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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인생은 동화가 아니듯 그들의 아메리칸드림 또한 쓸쓸한 인생의 뒤안길로 변모했다.

실패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소개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금껏 보아온 고생을 했던 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렇게까지 지리멸렬한 에피소드는 처음이었다. 그들의 미국 생활은 흔한 말이지만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으며 초반부터 너무나 황당무계한 사건들로 인해 어쩜 이렇게 처참한 일들만 벌어지는 건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독자로서도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기에 중반부 이후부터는 저자와 가족을 응원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처한 상황으로 하여금 가족 간에도 흠집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배가되었고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영어라는 장벽과 총기가 허용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불안한 보안, 인종차별과 영주권, 경제적 고통까지 안고 그들은 온갖 무시와 차별의 시선들을 감내해나가고 있었다.

온 가족이 경력과 지향하는 바와 전혀 상관없이 생계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온몸으로 시련을 감내하는 처절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민 생활의 민낯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어 충격의 연속이었기에 무언가를 도전할 때 특히 지금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고 다시금 결정을 심사숙고하길 바라게 되는 책이었다.

이렇게까지 저자를 응원한 적은 처음이지만 특히나 해길저자와 부모님에게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꼭, 제발! 빛나는 희망만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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