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묻고 답하다 5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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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모든 암 종양을 죽이는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류가 아직까지도 정복하지 못한 암을 죽인다니 암 환우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일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점이 생긴다.

인간은 왜 질병에 걸리는 것이며 사망에 이르는 것일까.

역사가 묻고 시리즈 가운데 이번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의 본문에서는 이처럼 인간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열 가지 키워드로 인간의 생명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출산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영리하게 진화해온 역사에서부터 유전, 질병, 노화 등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자료와 삽화가 독자의 이해를 높이도록 도와주었고 이어진 저자의 친절한 어원 설명까지 이어져 낯선 분야임에도 흥미를 갖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었다.

본문에서는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영화 가타카를 언급하기도 하며 생명과학 이야기를 펼치는데 전혀 문외한이었던 분야인 터라 이는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였다.

또한 흑사병의 원인이 우주 행성들의 독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나 우두 접종을 맞으면 사람이 소로 변한다는 엉뚱한 웃지 못할 가설들에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주제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어 과거 파리 여행 중 빠질 수 없는 루브르 박물관 관람에서 우연히 마주한 기이한 동상이 라마수였고 이 라마수가 국제 장기 이식 협회의 로고였다는 사실이나 현 인류와 과거의 인류 사이의 두개골이 다르다는 사실과 같이 처음 알게 되는 다양한 지식들의 향연에 지적 갈증마저 해소되었다.

여기에 과학자들이 언급했던 명언들까지 더해져 끊임없이 발전해 온 생명과학의 역사에 나 또한 겸손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생명과학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곳곳에서 생명과학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관심, 진심어린 우려가 드러나 크나큰 애정이 느껴져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이번 독서는 두통이 생기면 쉽게 먹는 진통제마저도 경험과 부합하지 않아 과학적 증명이 어려워 갖은 방해 요소 속에서 성장한 생명 과학과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나에게 주어진 오늘 역시 무탈하고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가슴 깊이 더욱 큰 감사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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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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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넘치듯 등장하는 스릴러 작품들의 홍수 속, 범인을 찾거나 피 튀기는 복수극이 아닌 독특한 전개의 새로운 스릴러 작품이었던 정보라 작가의 한밤의 시간표를 만났다.

이성적인 이미지가 공고한 연구소라는 소재와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대표적 상징인 스마트폰이 단절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이미지가 환기된 국면에 처한 작중인물이 소문만이 무성한 괴담과 무속신앙의 스산한 괴기스러움이 새로이 감싸는 이야기를 필두로 펼쳐지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 일곱 편으로 전개되었다.

에피소드들은 연구소라는 장소나 몇몇 소재가 일부 이야기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공통적 소재가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는 색다른 흥미로움에 각각의 이야기가 나누어져 있지만 하나인 듯 이어져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쉴 틈 없이 몰아 숨 가쁘게 읽을 수밖에 없는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자욱한 안개와 어둠 속의 배경이 선연히 그려지는 작품 속 장소들은 마치 영상을 보는듯한 사실적 묘사에 꿈에서 만난 적이 있는듯한 기시감을 주어 어느 순간 나는 터널에, 연구소 복도와 계단을 서성이는 작중인물이 되었고, 눈앞에 아스라이 펼쳐진듯한 데자뷰에 공포감과 이질감,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불안까지 함께 느끼게 되었다.

터부시해야 하는 것들의 영역에 다가간다면 어떤 후폭풍을 만나게 되는지, 무시와 침묵이 외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아이러니함도 흥미롭다.

본문 속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힘겹게 하루를 버티며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의 이들을 주로 그려 이들로 하여금 더욱 뚜렷하고 인상깊은 권선징악의 주제를 드러낸다.

게다가 현실과 환상. 아니, 환각의 경계선에서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해 나약해진 작중인물에게 적재적소의 위치에 배치된 판타지 요소와 섬뜩한 대사들은 감정이입을 더욱 심화시켰고, 실험동물인 양을 소재로 주제를 심화시키는 등 저자의 상상력과 기획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올여름, 내가 먼저 느껴본 이 독특하고도 이색적인 공포 작품을 함께 맛보고 싶다면 한밤의 시간표의 연구소에 놀러와 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14P) 뭔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면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그 ‘뭔가‘가 만들어져서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나요. 스스로 홀리고 혼자서 씌는 거예요.

45P)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소장님이 나타나서 막아 줄 것이다. 그것은 조금 특이한 안전 수칙이지만 연구소에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142p) 실험동물의 삶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224P) 모두가 깨끗하게 떠날 수 있었다면 이 연구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227P) 고양이는 그 천 사이로 물이 흘러나가듯 스르륵 빠져나갈 것이다. 고양이는 이미 조금씩 투명해지고 희미해지고 내 손가락 사이로 물이 흐르듯 스르륵 사라져간다. 목에 박힌 커다란 못만 점점 더 차갑고 딱딱하고 불길하게 단단해지고 있다.

233P) 우리는 생명 없는 존재가 밝은 세상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업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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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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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겨울 왕국.

이 작품은 단순히 신비로운 겨울 왕국의 배경 이외에도 엘사의 고민과 외로움을 다루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 흥행의 한 가운데에는 엘사를 고난 속에서 견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겨울 왕국을 가장 빛나게 했던 OST Let it go가 있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눈앞에 닥친 시련과 고민에 대해 다 잊으라고 말하며 시련을 견뎌낸다.

이처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마냥 안고 있는다면 해결이 될 리가 만무하다.

외려 깊은 골이 생겨 더 큰 상처로 이어지기보다는 다 잊는 방법이 가장 큰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번 도서 역시 신경정신과에서 경험을 쌓은 저자가 환자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듯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자상하게 다가와 고민을 삭여주는 이야기였다.

동성애자라는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과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경험마저 언급하며 상처 입은 사람들을 대하며 터득한 공감 짙은 이야기들로 저자는 독자의 고민이 사라지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빨리빨리가 일상이 되었고 그로 인해 빠른 결과 도출만을 위해 인내심이 고갈되어 모인 하루하루의 오늘을 사는 우리는 깔끔하고 간결하게, 해야 할 일은 바로바로, 미루지 않고 처리하기를 선으로 여긴다.

또한 섬세함을 잃고 그토록 유명한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던 나태주시인의 이야기는 잊은 채 상황이나 누군가를 쉬이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상처는 잊지 않고 꾸준히 지니며 스트레스를 쌓아만 간다.

이에 저자는 미룸의 미학을 다루며 조금이나마 여유를 느끼고, 내 안에 각박하게만 살 수밖에 없었던 조급함을 내려두고 별것 아니라는 듯, 고통은 잊고 신경 쓸 가치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길 제시하며 상실의 아픔과 심지어 과오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길 조언한다.

언제나 누구던 그럴 수 있고 당연하다고 포용해 주는 따스한 손길을 느끼다 보면 나 역시도 나의 뾰족함이 어느새 마모됨을 느끼고, 내가 가졌던 긍정적이지 못한 사고들과 행동들도 곱씹어 고칠 수 있게 변화한다.

작은 그릇밖에 될 수 없었던 나에게 큰 아량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조언과 슬럼프조차도 나비가 될 번데기 시기라는 아름다운 표현은 시나브로 나를 감싸주며 눈시울을 붉히게끔 했다.

사소한 발상의 전환만으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압박하며, 높은 기준과 비교 대상을 가졌던 나에게서 현실에 묶여있기보다는 이를 벗어나 여유를 안고 나의 결점 또한 수긍하고 그에 맞는 삶에 순응해 욕심을 버리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도록 자신감과 용기를 채워주었다.

상실의 고통에 빠져있거나 고민에 사로잡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멈춰있는 당신,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주었던 당신에게 독서룰 추천한다.

즉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슴 뭉클하고 따스한 안정을 지금 여기에서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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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와 함께 걷는 도시의 열두 달
이다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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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오는 폭염이나 혹한과 같이 자연은 항상 곁에 있지만 막상 이를 의식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나 그렇듯 소나기가 내린 후 나타나는 지렁이와 같이 피부로 느껴지고 눈에 들어오고 난 후 일뿐이다.

그제서야 아둔한 나는 그 아름다운 것들의 존재감을 미미하게 알아차린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기에 자연에 신경을 쓰기는 무리였던 터라 관심마저 내려놓고 집안에서 소소하게 금전수 정도만 키우며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중고서점에서 자연관찰일기를 발견 후 몇 년을 벼르다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연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의 자연관찰일기를 만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실적인 문제에 마주한 저자는 이사 후 단점투성이인 집에 대하여 자연관찰일기를 쓰며 자연을 관찰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큰맘 먹고 여가시간을 내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 이상 자연과 만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갖던 나에게 자연관찰일기는 종전에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내 프레임을 깨주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느꼈던 조급함과는 다른, 자연을 관찰하며 생기는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은 자연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관심으로 더욱 진심으로 다가왔으며 디테일하게 자연일기를 작성하고, 타인의 도움 없이 자연에 대하여 스스로 알게 된 기쁨과 발견의 쾌감은 나 또한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을 되살아나게 해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거미와 잠자리의 이점, 혼동될 수 있는 비슷한 종의 구별하는 차이점과 직접 식물 찾는 비법에 QR로 저자가 촬영한 영상까지 삽입된 자연관찰일기에는 저자의 열정과 정성이 넘치도록 가득 느껴졌고, 여기에 꾸준한 지구력까지 두루 갖춘 면모는 나 또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져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의욕마저 샘솟게 만들었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우리 주위 자연이 만들어낸 소소한 아름다움이 크나큰 벅참으로 다가와 자연으로 위로를 받게 되는 이야기와 저자가 사랑스럽게도 자연과 교감하며 소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독자마저 미소 짓게 만들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실험관찰을 하는듯한 일련의 행위들은 발명이 아닌 발견이었기에 더욱 뜻깊게 다가왔고, 늘 존재했음에도 익숙한 새로움들의 향연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며 세상에서 눈에 띄지 않게 나를 둘러싼 존재와 내가 공존하고 있음을,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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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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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언급되지만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기를 시도해 본 적 없던 단어인 인문학.

어쩌면 인문학은 이를 자주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단어 자체에서부터 조금은 생경하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과연 인문학의 범주는 어디까지이며 그 정확한 의미와 사전적 정의는 어떻게 될까.

사전을 찾아보니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저자는 이렇듯 낯설게 느껴질 인문학을 저자의 말에서 다른 사람에게 한마디 말을 하는 것 또한 인문학적인 행위라고 표현했다.

다양하고 친숙한 주제들이 나열되고, 이 주제들은 3부로 나뉘어 저자의 소소한 일상들로 포문을 열기도, 익숙한 소재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며 역사적 고증에서부터 과학적 논리까지 넘나드는 이야기는 심리, 스포츠, 환경까지 아우르며 시나브로 독자들을 인문학의 이야기로 매료시킨다.

이에 나 또한 단어의 어원과 사연들의 향연이 펼쳐지지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인문학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우리가 살아가며 불가결하게 알아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외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나 잘못된 정보들을 다시금 깨닫게 하여 지적 갈증을 시원하게 채워주고, 오묘한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저자의 친숙한 유머와 자연스러운 전개가 튼튼히 뒷받침되어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도서는 인문학이 조금은 낯선 나에게도 독서를 하는 동안 흥미와 지식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황홀한 경험을 만끽하게 해주는 경험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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