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와 함께 걷는 도시의 열두 달
이다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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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오는 폭염이나 혹한과 같이 자연은 항상 곁에 있지만 막상 이를 의식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나 그렇듯 소나기가 내린 후 나타나는 지렁이와 같이 피부로 느껴지고 눈에 들어오고 난 후 일뿐이다.

그제서야 아둔한 나는 그 아름다운 것들의 존재감을 미미하게 알아차린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기에 자연에 신경을 쓰기는 무리였던 터라 관심마저 내려놓고 집안에서 소소하게 금전수 정도만 키우며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중고서점에서 자연관찰일기를 발견 후 몇 년을 벼르다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연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의 자연관찰일기를 만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실적인 문제에 마주한 저자는 이사 후 단점투성이인 집에 대하여 자연관찰일기를 쓰며 자연을 관찰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큰맘 먹고 여가시간을 내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 이상 자연과 만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갖던 나에게 자연관찰일기는 종전에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내 프레임을 깨주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느꼈던 조급함과는 다른, 자연을 관찰하며 생기는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은 자연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관심으로 더욱 진심으로 다가왔으며 디테일하게 자연일기를 작성하고, 타인의 도움 없이 자연에 대하여 스스로 알게 된 기쁨과 발견의 쾌감은 나 또한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을 되살아나게 해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거미와 잠자리의 이점, 혼동될 수 있는 비슷한 종의 구별하는 차이점과 직접 식물 찾는 비법에 QR로 저자가 촬영한 영상까지 삽입된 자연관찰일기에는 저자의 열정과 정성이 넘치도록 가득 느껴졌고, 여기에 꾸준한 지구력까지 두루 갖춘 면모는 나 또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져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의욕마저 샘솟게 만들었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우리 주위 자연이 만들어낸 소소한 아름다움이 크나큰 벅참으로 다가와 자연으로 위로를 받게 되는 이야기와 저자가 사랑스럽게도 자연과 교감하며 소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독자마저 미소 짓게 만들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실험관찰을 하는듯한 일련의 행위들은 발명이 아닌 발견이었기에 더욱 뜻깊게 다가왔고, 늘 존재했음에도 익숙한 새로움들의 향연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며 세상에서 눈에 띄지 않게 나를 둘러싼 존재와 내가 공존하고 있음을,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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