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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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으로 포문을 열며 우리 몸의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한 이번 이야기는 감각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역사적 지식들을 나열해 독자의 지적 갈증과 허기를 가득 충족시킬 수 있는 뷔페와도 같은 도서였다.

엄청난 스펙트럼의 방대한 정보들의 홍수는 독자로 하여금 크나큰 환희와 쾌감마저 선사했으며, 감각의 묘사 역시 감각을 다룬 도서답게 생경한 감각과 표현들을 융합하여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묘사로 시너지효과를 보이며 나타냈다.

하여 이 찬란함의 향연은 읽었던 문장과 문단들을 수차례 곱씹고 음미하며 읽기를 반복하도록 했다.

지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과학적 정보의 제공은 전문성을 높였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페이지를 절로 넘기도록 만들었다.

선대가 느낀 감각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복기하고, 그 깊은 감동의 향연은 더욱 큰 울림을 낳았다.

또한 감각과 함께 깃든 기억과 추억들은 다시금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켜 감각이 마치 도미노와 같이 연거푸 밀려와 자극을 주었다.

내 몸에서 이루어지는 예상치도 못한 일련의 활동들에는 신비로움을 얻었으며, 놀라우리만큼 정교하고 범접할 수 없는 속도의 과학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이상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인체에 대해서는 경탄을 머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미미하지만 이번 독서로 조금은 깊고 새로워진 나의 관점에서 본문에 지속적으로 언급된 헬렌 켈러는 가히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위대한 인물로 다시금 덧씌워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번 독서로 하여금 감각에 대하여 넓어진 나의 식견이 앞으로 내가 디딜 세상을 더욱 넓고 큰 세계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기대와 넓어진 시야를 통해 내가 만나 볼 세상이 더욱 새로이 보일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설렌다.

유일무이할 내 삶을 더욱 감각적으로 찬란히 보고, 느끼고, 음미할 수 있도록 나의 세계를 넓혀준 이 책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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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 지금 멈춰 있다는 것은 곧 나아갈 거라는 말이니까
양경민(글토크) 지음 / 빅피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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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때때로 과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과 같이 나는 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에 열정과 욕심이 너무나 많았고 이를 이루고 성취감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패배했다는 자괴감과 후유증으로 번아웃을 느끼며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하루를 보낸 후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직전까지 달성하지 못했던 계획이나 완벽하지 못함을 곱씹었기에 스스로를 각박함에 가두고 살았다.

그 일련의 행위의 여파였을까, 전자의 적극적인 삶과는 극으로 대비되는 나의 삶의 그늘에는 무기력감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를 반복하는 나 또한 존재했다.

과열된 욕심과 일상에 지쳐 나약해진 삶의 경계선상에서 매일매일을 외줄타기하듯 긴장감이 반복되는 패턴은 혼란과 혼돈 속에 나를 더욱 침잠하게 했고 이런 나에게 이번 독서는 글자 그대로 답답하고 꽉 막힌 삶에 문을 열어주어 스스로를 환기를 시켜 성장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저자 역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았지만 이따금 의욕이 꺾일 때도 있다는 경험담을 토대로 지나치게 추구하던 완벽을 내려놓고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며 휴식과 쉼이라는 여유를 가지는 태도는 외려 아름답고 찬란한 나의 인생과 소중한 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고 초조해서 골머리를 앓았던 걸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재고하고 안정을 되찾는 준비가 필요했던 것인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나를 더욱 좀먹게 했던 것이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에 저자의 조언과 본문의 이야기들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고 점차 다른 시선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바라볼 수 있는 혜안과 성숙함을 얻게 해주었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 나에게 더 이상의 계획과 새로운 다짐보다는 내 가치와 소중함을 떠올리며 내려놓기를 실천해 스스로를 안고 보듬어주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물론 그렇다면 올해 세웠던 새해 다짐은 다시 고쳐야 하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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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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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들과 함께 떠난 여행.

그곳에서 이들은 한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 방치된 지하 건축물을 찾아 들어서게 된다.

이후 한 가족이 산속에서 길을 잃어 그들 또한 함께 뒤따라 건물에 들어오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모두 그곳에 갇히고 만다.

건물 구조상 한 명의 희생자 없이는 도무지 탈출할 수 없는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그곳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한 명이 희생하지 않을 경우 전원이 갇혀 죽고 마는 마치 트롤리 딜레마를 떠올리는 상황에 열 명은 이 문제를 두고 고뇌하게 된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그들에게는 뜻밖에 당혹스럽게도 살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덮쳐오는데…

혼란 속 점입가경으로 파도처럼 몰아치는 위기들은 일행의 발목을 붙잡고, 범인의 입맛에 맞게 TPO가 맞춰지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의문투성이인 살인범의 범행은 클리셰와 같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전개와 반전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또한 다양한 소재로 하여금 독자 스스로가 복선이라 여기거나 또 다른 추론을 하도록 미끼를 던지지만, 이를 물게 된 독자의 상상은 저자가 그려낸 전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놀랍도록 예상치 못한, 주목하던 소재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드러나는 실마리와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드러나며 독자는 외려 더욱 깊은 혼란의 수렁에 빠진다.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전개와 도무지 알 수 없는 범행 동기와 방법은 빠르고도 탄탄한 전개에 힘입어 심리적인 요소까지 결부된 이야기로 영향력을 넓혀 활화산과 같이 빠르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드러내며 흘러간다.

과연 이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 희생자가 발생될까? 끝날 때까지 이리도 수많은 의문점을 하나 가득 안고 손을 놓지 못하고 읽게 되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나른한 봄, 새로움과 신선함을 원한다면 저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낯선 충격을 선사하는 <방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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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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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지리멸렬한 삶을 살다 보면 집에 놓여 있는 평범한 옷장 속, 세상과 동떨어진 신비한 세계가 그려진 나니아 연대기와 같이 우리 주변 어딘가에 또 다른 세상에서 펼쳐져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소재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그 어딘가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존재하며 언젠가는 나 또한 그곳에 당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 피터팬 증후군마저 앓게 한다.

이와 같이 판타지 작품은 때때로 벗어나고 싶은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탈출구가 되어 준다.

판타지 작품인 엘랏소에 역시 평행 세계에서 죽은 동물의 영혼을 불러내고, 유령을 소환한다는 매혹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 엘리(엘랏소에)가 사촌 트레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며 시작된다.

엘리는 안타까운 사고로 떠난 그를 애도하지만 사촌 트레버는 엘리의 꿈에 나타나 본인은 사고가 아닌 살인을 당했다고 고백하는데...

그러나 트레버가 지목한 범인은 누가 봐도 살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인물로 보여진다.

엘리와 친구 제이가 그에 대한 증거를 하나씩 찾아가며 수사망을 좁혀들어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살인범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는 판타지 요소에 미스터리 요소까지 완벽히 갖추어 독자를 점점 매료시킨다.

휴대폰, 네일아트, 컬러렌즈와 스트리밍 방송까지 타 판타지 작품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현대 문물의 소재들이 가미되어 판이한 매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전개되는 작품은 성인이 아닌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가 화자로 이야기의 주추가 되어 전개되기에 독자는 더욱 순수한 설렘을 가지고 이야기에 몰입하며 평행우주로 떠나게 된다.

또한 어린 작중인물이 이끌어가는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 기묘한 이야기나 웬즈데이가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가져갔다면 이와는 달리 엘랏소에에는 위트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해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번역에서 톡톡 튀는 센스가 돋보여 엘리와 제이의 우정의 티키타카가 너무나 귀엽게 느껴졌다.

가족과 친구의 신뢰를 바탕으로 따듯한 사랑을 느끼기도, 상실에 대한 깊은 슬픔까지 놓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린 다양한 매력의 향연은 엘랏소에가 판타지적 요소가 짙은 작품임에도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매력을 배가시킨다.

리판 아파치 부족 출신인 저자가 리판 아파치어를 활용해 독특한 매력을 더하며 원주민이 마주할 수 있는 차별마저도 가감 없이 드러내 다양성까지 갖춘 이야기는 판타지 작품임에도 크나큰 비밀과 놀랍고 충격적인 반전을 영리하게 해결해나가 기대 이상의 숨겨진 매력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매력의 집합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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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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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티비에서 비행기 한 대가 처음 보는 건물로 돌진했다.

그리고 비행기가 건물에 맞닿은 그 즉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시 어렸던 나머지 나는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어떤 고통과 아픔을 동반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그저 넋이 나간 듯 뉴스 속보 화면만을 응시하는 부모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장면은 20년이 넘게 흐른 오늘날에도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수 없을 끔찍한 최악의 자살 테러로 불리는 911테러였고, 그 이면에는 종교라는 이유로 목숨까지 내놓고 테러를 자행한 이들 또한 존재했다.

이와 같이 종교가 가진 힘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그 이상의 결과를 행동으로 가져와 목숨마저 바칠 수 있게 되는 두려운 존재다.

인센디어리스는 종교를 잃고 공허함과 자괴감에 휩싸인 한국인 이민자인 저자 권오경이 그린 작품으로 종교적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두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과 혼돈스러움을 녹여내 초반 도입부, 낯설고 생경한 분위기와 알 수 없는 위화감으로 시작된다.

각기 다른 것을 피하려 에드워즈에 오게 되어 만난 피비와 윌.

그들은 첫 만남부터 본인의 배경과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거짓으로 포장해가며 피폐한 가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각 속에서 자라 이를 감내하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위태롭고 조금이라도 손대면 바스라져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의 인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숭고해 보이면서도 음산하며 거짓으로 둘러싸인듯한 교주 존 릴이 등장한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저 나약한 존재인 피비에게 다가와 능수능란하게 영향력을 끼치는 존 릴과 극단주의 교단으로 드러나는 제자라는 모임은 피비뿐만 아닌 윌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작품은 가스라이팅이 종교적 신념과 융합해 시나브로 각인되어 정신 지배를 당한 사람이 어느정도까지 끌어내려 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그렸다.

섬뜩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신념은 나약한 이들을 자연스레 심연의 늪으로 손을 내밀어 절정으로 치닫게 했고, 이 위기가 강력한 추진력과 폭발력으로 스스로의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마저도 피폐함으로 물들게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소름 끼치기도,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았다.

때론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들을 유려하게 사용해 풍부한 감수성으로 하여금 그들의 감정을 더욱 치열하며 극적으로 그렸고 이민자 가정이나 차별, 가난과 같은 요소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잔인한 현실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도록 그렸다.

허나 자존감이 추락하고 상실의 절박함 속에서도 이를 시니컬하게 묘사한 세심함이 갖춰져 가슴 먹먹하도록 안타까운 현실이 돋보여 인물들에게 공감과 연민마저 불러일으켰다.

결말마저 시적으로 희미한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는 독자를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자연스레 재독을 하게 만든다.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게도 표현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읽게 되는 순간 가슴 저릿한 아픔과 처절함이 배가 되어 이를 진정으로 느껴 곱씹게 만든다.

과연 인센디어리스는 위험천만한 매력을 갖춘 선악과와 같은 마성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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