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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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티비에서 비행기 한 대가 처음 보는 건물로 돌진했다.

그리고 비행기가 건물에 맞닿은 그 즉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시 어렸던 나머지 나는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어떤 고통과 아픔을 동반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그저 넋이 나간 듯 뉴스 속보 화면만을 응시하는 부모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장면은 20년이 넘게 흐른 오늘날에도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수 없을 끔찍한 최악의 자살 테러로 불리는 911테러였고, 그 이면에는 종교라는 이유로 목숨까지 내놓고 테러를 자행한 이들 또한 존재했다.

이와 같이 종교가 가진 힘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그 이상의 결과를 행동으로 가져와 목숨마저 바칠 수 있게 되는 두려운 존재다.

인센디어리스는 종교를 잃고 공허함과 자괴감에 휩싸인 한국인 이민자인 저자 권오경이 그린 작품으로 종교적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두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과 혼돈스러움을 녹여내 초반 도입부, 낯설고 생경한 분위기와 알 수 없는 위화감으로 시작된다.

각기 다른 것을 피하려 에드워즈에 오게 되어 만난 피비와 윌.

그들은 첫 만남부터 본인의 배경과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거짓으로 포장해가며 피폐한 가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각 속에서 자라 이를 감내하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위태롭고 조금이라도 손대면 바스라져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의 인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숭고해 보이면서도 음산하며 거짓으로 둘러싸인듯한 교주 존 릴이 등장한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저 나약한 존재인 피비에게 다가와 능수능란하게 영향력을 끼치는 존 릴과 극단주의 교단으로 드러나는 제자라는 모임은 피비뿐만 아닌 윌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작품은 가스라이팅이 종교적 신념과 융합해 시나브로 각인되어 정신 지배를 당한 사람이 어느정도까지 끌어내려 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그렸다.

섬뜩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신념은 나약한 이들을 자연스레 심연의 늪으로 손을 내밀어 절정으로 치닫게 했고, 이 위기가 강력한 추진력과 폭발력으로 스스로의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마저도 피폐함으로 물들게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소름 끼치기도,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았다.

때론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들을 유려하게 사용해 풍부한 감수성으로 하여금 그들의 감정을 더욱 치열하며 극적으로 그렸고 이민자 가정이나 차별, 가난과 같은 요소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잔인한 현실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도록 그렸다.

허나 자존감이 추락하고 상실의 절박함 속에서도 이를 시니컬하게 묘사한 세심함이 갖춰져 가슴 먹먹하도록 안타까운 현실이 돋보여 인물들에게 공감과 연민마저 불러일으켰다.

결말마저 시적으로 희미한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는 독자를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자연스레 재독을 하게 만든다.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게도 표현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읽게 되는 순간 가슴 저릿한 아픔과 처절함이 배가 되어 이를 진정으로 느껴 곱씹게 만든다.

과연 인센디어리스는 위험천만한 매력을 갖춘 선악과와 같은 마성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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