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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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는 단 닷새 만에 이루어진 서사였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나 킹콩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처럼 사랑은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지만 각자가 만들어내는 사랑은 너무도 다양한 모양을 띈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1929년에서부터 1939년까지를 감정의 연대기로 칭하며 시대적 상황과 함께 평범한 사랑에서부터 극단적이고 비윤리적인 사랑까지 유명인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의 에피소드로 포문을 여는 이야기는 타마라 드 렘피카나 독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이 등장하는 히틀러와 괴벨스까지 다룬다.

저자는 이번 이야기를 위해 무려 394권의 책을 읽고 자료조사를 했다고 한다.

이번 티저북만으로도 방대한 양의 지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정식 출간본에서 다룰 이야기들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일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감춰졌던 금단의 사랑, 누구하고나 결합이 가능한 으뜸패로 비유되었던 여성, 재혼에 삼혼을 넘어 몇 번이나 결혼을 했던 이들, 동성애와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전쟁과 유혈사태의 상황에서도 사랑을 이어갔던 에피소드까지 흔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오픈된 연애를 헐리우드를 빗대 칭하지만 본문에는 그 이상의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는 사랑으로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을 만나고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을 한다.

본문은 역사에 남을 위인 역시 우리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그것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며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통해 동질감을 부여한다.

극도로 안정만을 고수했던 나의 사랑과 표현 또한 조금 더 솔직한 감정으로 삶을 살아가도 될 것 같다는 위안을 선사한다.

작품을 읽으며 이와 더불어 이상과 김향안, 김환기 작가의 에피소드처럼 우리나라의 사랑 이야기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너무나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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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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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계급이나 종족, 신분 등을 이유로 분리된 상황의 세계를 그린 판타지 장르의 작품들은 그 독특한 배경이 현대사회의 이슈를 조명해 문제점을 더욱 배가시켜 드러내 주었기에 내가 선호하는 장르 가운데 한 갈래였다.

대표적으로 이완 맥그리거의 주연의 영화 아일랜드와 같은 희생과 필요에 의해 분리된 세계를 그린 작품이나 특성에 따라 나뉜 해리 포터, 다이버전트 시리즈, 계급에 따라 나뉜 설국열차가 이에 해당하는데, 버블은 이와 같이 중앙과 외곽이라는 분리된 세상을 바탕으로 그려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작품이었다.

본문에는 이름 없이 숫자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소통이나 걷기, 심지어 눈을 뜨는 자유마저 차단되어 타인과의 간단한 대화 또한 제한된 중앙이라는 배경, 그리고 여기에 거주하는 주인공 07.

그는 주민들을 평가하는 일을 하며 폐쇄적인 중앙 생활에 대하여 다소 불편함을 갖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어느 날, 그에게 통제된 중앙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인 외곽으로 떠나자는 떠날 것을 제안하는 126이 다가온다.

부적응자라는 스스로의 인식과 새로운 지역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126에 대한 미묘한 믿음이 준 용기를 갖고 떠난 07은 외곽에서 적응하기 위한 평가를 받게 된다.

눈을 감고 걸음마저 정해주는 중앙에서 떠나 직접 발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처음 겪는 주체적 생활이지만 07은 섬세한 126을 통해 천천히 외곽의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간다.

그러던 중, 곧 07에게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작품은 기본적인 소통과 교감이 차단된 중앙에서의 그로테스크하고 무미건조한 이미지를 통해 마치 멋진 신세계나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미러를 떠올려 낯선 이미지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경함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배경이 낳은 신비로운 이질감으로 독자를 더욱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외부와 차단되어 차갑고도 외로움이 깃든 생활에서 벗어난 이들이 외곽에서의 사회생활을 마주하며 난관에 부딪히며, 때로는 서로 위로받고 적응해나가는 모습 등을 정제된 문체와 예리한 감정 표현이 깃든 인물 묘사를 통해 더욱 실감 나며 섬세하게 그려냈다.

낯선 개념인 버블과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인물들, 여기에 이번 작품이 블라인드로 숨겨진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까지 작품은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키며 매력을 더욱 어필했다.

07이라는 인물이 외곽에 적응해나가고, 호기심과 탐구로 단지 스스로가 숫자가 아닌, 정체성을 띤 주체적 자아의 인물로 변모해나감에 따라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인지해 성장한다는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반전의 요소들은 절정에 이르러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을 극단적인 사회적 구조로 그려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밖을 향해 스스로 굳게 세운 벽이나 편견이라는 틀을 깨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버블은 파도처럼 물밀듯 맞이하게 되는 뭉클한 감동과 따스한 감정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각박함과 이기심 대신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 낸 알을 깨고 나아가 인류애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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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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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 불리던 시절은 누구나 예외 없이 동화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 시절 나의 추억 속에도 마찬가지로 동화가 깃들어있었는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 동화는 바로 인어공주와 성냥팔이 소녀 등으로 익히 알려진 안데르센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바로 그 안데르센과 그의 작품에 주목한 이야기였다.

사실 어린 시절 동화를 읽던 시기 초미의 관심은 오롯이 주인공들에 쏠려있었기에 작품 속 배경이나 상황에는 집중을 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저자의 성장 배경이나 시대상은 파악할 일이 만무했었다.

하여 이번 독서를 통해 언제나 익숙하고 대중적이었던 동화의 아름답지만 단순한 결말 ‘착한 주인공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는 사뭇 달랐던 안데르센의 동화는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저자의 생경한 낯섦에 더욱 기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다른 동화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던 사회적 배경과 인간의 명암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사회적 현실 반영하여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고, 틀에 박힌 구성이 아니라는 사실에 신선함이 배가되며 외려 성인이 되어 만나니 좀 더 다각도로 바라보고 더 다양한 상상으로 교훈을 주는 방법으로 읽게 되어 다양한 해석을 통한 감상이 가능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학창 시절 독서했던 어린 왕자나 데미안을 성인이 되어 읽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른 것과 같이 동화 또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낯선 시각으로 만나니 더욱 경이로운 교훈으로 깨달음이 배가되는 경험이었다.

때론 인간의 탐욕에 깊은 탐구를 녹여낸 작품으로 심오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가 한 소년만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는 예상을 깨는 반전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 풍자하는 이야기, 권선징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교훈을 주는 작품, 미운 오리 새끼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본인 투영 스스로도 성장하는 등 다양한 동화로 그는 다채로운 매력을 표출했다.

또한 아름다운 작품의 배경과 달리 결말이 향하는 잔혹함과 어둠이 포함된 다수의 작품이 그의 성장 배경으로 인한 결과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는 설명으로 안데르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자전적 요소가 짙게 녹아든 작품에서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현대적 해석으로는 그의 작품이 외모지상주의라는 평가도 있지만 외려 나에게는 그의 작품이 그의 여리고 순수한 성정이 빚어낸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왔기에 안데르센의 작품이 왜 아직까지도 단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작품으로 남지 않고 남녀노소에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야기로 남아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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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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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보다 혹은 무리 내 도태될까 두려워 주위는커녕 나 자신조차도 돌아보기 어려운 경쟁 사회 속 오늘날, 우리는 인간관계마저 사회생활의 연장으로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아가는 생활은 자연스레 스트레스로 시나브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패턴이 일상이 되어만 간다.

한 번뿐인 인생에 이 악순환의 고리 끊고 후회 없이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신과 의사 토미가 전 작 ‘고민이 사라지는 말’에 이어 짧은 조언만으로 한 층 더 여유로운 생활을 위한 처방을 내리는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을 출간했다.

저자는 생활 속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사소한 상처와 결함마저 먼저 알아채 조언과 격려, 위로의 말들을 건넨다.

본문은 현대인에게 마냥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포기하고 버릴 만한 것은 쉬이 내려놓고 걱정 또한 비운 뒤 좀 더 여유로운 양질의 삶을 권한다.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기보다는 때론 쉬어가 스스로를 챙기며 여유를 갖고 포기의 미학은 저자의 조언을 따르며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크나큰 긍정의 효과로 나타난다.

심지어 최악의 상황마저 기회로 발판 삼아 좋은 것 만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독자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용기를 전한다.

루틴에서 어긋나 조금은 귀찮은 일을 시도해 보며 욕망을 갖고 갈구하기보다는 외려 지금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토미의 조언은 탐욕적이며 세속의 욕망을 버리고 좀 더 나를 나답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항상 곁에서 지켜보던 지인의 따스한 어조와 격려는 독자로 하여금 안정감마저 선사하며 독서로 치유됨을 느끼게 만든다.

언젠가부터 시간에 쫓기며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한 신중한 선택을 기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토미의 조언들은 비움과 포기로 오히려 더 소중하고 값진 것들을 얻게 되는 이야기였다.

#지극히짧고도사소한인생잠언 #정신과의사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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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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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가운데 대다수는 귀족의 자제였다고 한다.

생계만을 위해 사는 삶보다는 주위를 돌아보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 중심으로 다양한 사고를 통해 철학의 발전이 일어났는 의미다.

이렇듯 인간이 사유함에 있어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현저하게 낮고 활동조차 제약이 있던 시기 역시 문학의 발전 또한 미미했을 터, 그에 따른 한계를 제시한 후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주어진다면 더 훌륭한 여성 문학가가 탄생할 것이라는 혁명과도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여성 작가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버지니아 울프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그녀의 작품 속 문장을 모아 저자가 해설과 함께 엮어낸 이야기다.

본문은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버지니아가 낯선 이들도 본문을 통해 그녀가 주장하는 바를 쉬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였다.

또한 의식의 흐름으로 쓰인 글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버지니아가 말하는 바를 요약과 해설로 독자를 이끌며 친근감과 익숙함으로 그녀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애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버지니아가 제기했던 여성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인권이 신장되어 적절한 보수가 지급될 때 건강한 사회가 이룩된다는 주장과 교육을 통한 평등권과 사회 정의를 지지하던 주장, 전쟁마저 그녀만의 논리적인 글쓰기로 자연스레 반대하는 모든 주장들을 만날 수 있었고, 버지니아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인 글들은 유려한 문체에 매료되어 쉬이 읽어가지만 기실 그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 어려워 수차례 곱씹고 반복해 읽게 된다.

때로는 삶을 바라보는 글로, 때로는 난해한 글로, 하루라는 시간만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등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해 스스로의 주장을 공고히 해온 그녀의 글을 면면히 살피다 보면 그녀만의 글쓰기 스펙트럼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모를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점차 다양하게 확대되는 주제와 세계관으로 넓디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찬란한 글로 하여금 우리네 삶을 겹쳐 되돌아보게 하며 통찰력은 수많은 퇴고보다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타고난 글이라고 느껴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한 시간에 불과한 병상에서조차 작품을 썼다는 그녀를 떠올리며 비단 짧게 마감한 안타까운 그녀의 생애만을 조망할 것이 아닌 여성문학가로서 개혁을 꿈꾸었던 혁명가라는 이미지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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