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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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가운데 대다수는 귀족의 자제였다고 한다.

생계만을 위해 사는 삶보다는 주위를 돌아보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 중심으로 다양한 사고를 통해 철학의 발전이 일어났는 의미다.

이렇듯 인간이 사유함에 있어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현저하게 낮고 활동조차 제약이 있던 시기 역시 문학의 발전 또한 미미했을 터, 그에 따른 한계를 제시한 후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주어진다면 더 훌륭한 여성 문학가가 탄생할 것이라는 혁명과도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여성 작가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버지니아 울프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그녀의 작품 속 문장을 모아 저자가 해설과 함께 엮어낸 이야기다.

본문은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버지니아가 낯선 이들도 본문을 통해 그녀가 주장하는 바를 쉬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였다.

또한 의식의 흐름으로 쓰인 글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버지니아가 말하는 바를 요약과 해설로 독자를 이끌며 친근감과 익숙함으로 그녀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애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버지니아가 제기했던 여성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인권이 신장되어 적절한 보수가 지급될 때 건강한 사회가 이룩된다는 주장과 교육을 통한 평등권과 사회 정의를 지지하던 주장, 전쟁마저 그녀만의 논리적인 글쓰기로 자연스레 반대하는 모든 주장들을 만날 수 있었고, 버지니아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인 글들은 유려한 문체에 매료되어 쉬이 읽어가지만 기실 그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 어려워 수차례 곱씹고 반복해 읽게 된다.

때로는 삶을 바라보는 글로, 때로는 난해한 글로, 하루라는 시간만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등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해 스스로의 주장을 공고히 해온 그녀의 글을 면면히 살피다 보면 그녀만의 글쓰기 스펙트럼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모를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점차 다양하게 확대되는 주제와 세계관으로 넓디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찬란한 글로 하여금 우리네 삶을 겹쳐 되돌아보게 하며 통찰력은 수많은 퇴고보다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타고난 글이라고 느껴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한 시간에 불과한 병상에서조차 작품을 썼다는 그녀를 떠올리며 비단 짧게 마감한 안타까운 그녀의 생애만을 조망할 것이 아닌 여성문학가로서 개혁을 꿈꾸었던 혁명가라는 이미지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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