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계급이나 종족, 신분 등을 이유로 분리된 상황의 세계를 그린 판타지 장르의 작품들은 그 독특한 배경이 현대사회의 이슈를 조명해 문제점을 더욱 배가시켜 드러내 주었기에 내가 선호하는 장르 가운데 한 갈래였다.

대표적으로 이완 맥그리거의 주연의 영화 아일랜드와 같은 희생과 필요에 의해 분리된 세계를 그린 작품이나 특성에 따라 나뉜 해리 포터, 다이버전트 시리즈, 계급에 따라 나뉜 설국열차가 이에 해당하는데, 버블은 이와 같이 중앙과 외곽이라는 분리된 세상을 바탕으로 그려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작품이었다.

본문에는 이름 없이 숫자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소통이나 걷기, 심지어 눈을 뜨는 자유마저 차단되어 타인과의 간단한 대화 또한 제한된 중앙이라는 배경, 그리고 여기에 거주하는 주인공 07.

그는 주민들을 평가하는 일을 하며 폐쇄적인 중앙 생활에 대하여 다소 불편함을 갖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어느 날, 그에게 통제된 중앙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인 외곽으로 떠나자는 떠날 것을 제안하는 126이 다가온다.

부적응자라는 스스로의 인식과 새로운 지역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126에 대한 미묘한 믿음이 준 용기를 갖고 떠난 07은 외곽에서 적응하기 위한 평가를 받게 된다.

눈을 감고 걸음마저 정해주는 중앙에서 떠나 직접 발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처음 겪는 주체적 생활이지만 07은 섬세한 126을 통해 천천히 외곽의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간다.

그러던 중, 곧 07에게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작품은 기본적인 소통과 교감이 차단된 중앙에서의 그로테스크하고 무미건조한 이미지를 통해 마치 멋진 신세계나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미러를 떠올려 낯선 이미지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경함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배경이 낳은 신비로운 이질감으로 독자를 더욱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외부와 차단되어 차갑고도 외로움이 깃든 생활에서 벗어난 이들이 외곽에서의 사회생활을 마주하며 난관에 부딪히며, 때로는 서로 위로받고 적응해나가는 모습 등을 정제된 문체와 예리한 감정 표현이 깃든 인물 묘사를 통해 더욱 실감 나며 섬세하게 그려냈다.

낯선 개념인 버블과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인물들, 여기에 이번 작품이 블라인드로 숨겨진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까지 작품은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키며 매력을 더욱 어필했다.

07이라는 인물이 외곽에 적응해나가고, 호기심과 탐구로 단지 스스로가 숫자가 아닌, 정체성을 띤 주체적 자아의 인물로 변모해나감에 따라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인지해 성장한다는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반전의 요소들은 절정에 이르러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을 극단적인 사회적 구조로 그려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밖을 향해 스스로 굳게 세운 벽이나 편견이라는 틀을 깨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버블은 파도처럼 물밀듯 맞이하게 되는 뭉클한 감동과 따스한 감정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각박함과 이기심 대신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 낸 알을 깨고 나아가 인류애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