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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노나미 아사

Publisher: 시공사

Genre: 스릴러

Reading Period: 2012. 06. 02.

 

 

 

 

 

 

 

 

영화 하울링 원작소설 '얼어붙은 송곳니'입니다. 이 소설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추리할만한 트릭이 존재하지 않고,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죽였는지 형사들이 찾은 단서들로써 설명되기 때문에 추리이라기보다는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것 같아요. 여자주인공이 짧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띠지에 둘러져 있는 송강호씨와 이나영씨가 머릿속에 박혔는지 이 두사람의 얼굴을 대입시켜가며 책을 읽었답니다.  책 읽는 내내 여주인공 오토미치 다카코와 이나영씨의 이미지는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녀의 파트너 가키자와는 송강호씨보다 더 키가 작고 못생기고 심술궂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지만요.

 

책의 여주인공인 오토미치 다카코 본인과 그 가족들 이야기가 제법 나옴에도 불구하고 사건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이 책 얼어붙은 송곳니는 작가 노나미 아사의 오토미치 형사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라고 해요. 아내에게 배신을 당해 여자를 믿지 못하는 다키자와 형사와 역시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한 오토미치 형사는 이번 수사에서 '늑대 수사' 팀으로 엮어져 함께 움직이지만 서로를 탐탁치 않게 여겨 계속 티격태격하는데,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신뢰하게 되는 과정이 꽤 섬세하게 펼쳐져서 시리즈 콤비 구축 과정이라고 여겼더니 후속 작품에서 다키자와는 가끔씩 우정출연 캐릭터로 등장할 뿐이라네요. 이 소설, 여러모로 정신산만해…….

 

불에 타죽고, 커다란 늑대개에 연속해서 물려 죽는 사람들. 이 사람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범인이 이들에게 어떤 계기로 원한을 품게 된 걸까 궁금해서 처음에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그렇지만 범인이 누군지, 범인이 왜 이런 일을 벌인건지, 하다못해 어떻게 주인공이 범인을 잡았는지 어느 하나 임팩트 있는 부분이 없더라구요. 이 책은 결말마저도 밍숭맹숭합니다. 나중에는 이 책의 메인격인 늑대개 질풍이의 생사여부(?)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겼을 정도...

 

개인적으로 필요없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고 뼈대가 부실했던 소설보다는 영화 쪽이 더 기박감 넘치고 재밌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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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오주석

Publisher: 솔

Genre: 문화/예술/조선

Reading Period: 2012. 06. 05.

 

 

 

 

 

 

오주석씨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고 다른 작품에 대한 그 분의 설명을 듣고 싶어 책 속에서 저자 본인이 적극 추천하신 책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권을 구입했습니다. 김홍도의 <씨름>, <무동>은 [한국의 미 특강]에서 이미 접했기 때문인지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오주석씨께서 [옛 그림을 알려면 먼저 좋은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처럼,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친숙한 것일수록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가봐요. 사실 그림은 배운다보다는 본다는 표현이 익숙한 저에게, 우리 조상들은 간화가 아닌 독화라는 말을 즐겨썼다는 부분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는 전시회에 가서도 그림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한시간 내에 전시장을 한 바퀴 쓱 돌아보고 나오는 스타일이었는데, 오주석 씨의 책을 읽는 내내 오주석씨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크게 느껴져서 수묵화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림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아나더라구요. 조선시대 수묵화는 그 시대의 시대상, 화가의 삶, 가치관, 그릴 당시의 분위기와 본인의 마음 등이 두루 담겨져 있어서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고 한편의 소설을 보듯 천천히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책 1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옛 그림의 색채] 편입니다.

 

……그러나 옛사람들이 인간의 정서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성에 절망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현상의 무상함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던 그들은 한편으로 결코 겉에 드러난 외양에만 붙잡히지 않는 현명함을 또한 갖추게 되었다. 옛사람의 눈은 이러한 마음자리 위에 서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위대한 인간 또는 자연의 형상도 그 자체가 영원하다고는 보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렇게 그리지도 않았다. 현상은 변화하는 것이고 위대한 것은 오직 거기에 깃들었던 인간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그래서 사물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보았다. 마음을 그리는 것이었으므로 눈에 보이는 형태 그 자체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며, 특히 현상 속에 드러나는 색채 효과에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정신 풍토는 결국 점차 색깔을 배제하고 '수묵으로 그린 작품'에 대한 사랑을 배양하였다.

 

그리고 가장 눈에 밟혔던 그림을 꼽자면 윤두서의 <자화상>.

친숙한 그림이었지만 동시에 부릅뜬 눈이 무서운 인상으로만 남아있었는데, 오주석씨로부터 윤두서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생을 살았는지, 어떠한 부분이 어떻게 지워져 지금의 미완성의 모습으로 남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나자 이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서른살의 나이에 백발이 나타날만큼 굉장히 기구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윤두서지만,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재물과 곡식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급하고 곤궁한 사정을 두루 돌보았다고 합니다. 친지 가운데 가난한 이가 추위 속에 옷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입고 있던 새옷이라도 벗어주고, 양어머니로부터 시골 장원의 묵은 빚을 받아오라는 명을 받아 내려가보니 그 액수가 퍽 많은데다 빚진 이 중에 곤궁한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는 그 문서를 가져다가 태워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굉장히 남성적이고 무뚝뚝해보이는 얼굴이지만 그에 대한 기록을 모두 읽고 다시 바라보니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사람의 얼굴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시의 <동자견려도> 편에서는 김시의 집안 내력 설명을 듣다가 그가 김안로의 셋째 아들이며, 그가 장가가던 날 김안로가 반역죄로 붙잡혀갔다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인천하를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아들의 결혼식 날, 임금이 내리는 술을 기다리던 김안로의 집으로 의금부도사들이 들이닥쳐 결혼식이 엉망이 되던> 장면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었거든요. 집안이 풍비박살이 났는데도 그의 아들 시는 살아남았다는 것과 한석봉의 글씨, 최립의 문장과 함께 그림으로 삼절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새로웠어요. 하긴, 그의 아버지 김안로 역시 어마어마한 꾀돌이였던데다가 다양한 재주를 갖춘 사람으로 묘사되었으니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좋은 그림과 좋은 글, 그리고 애정 어린 마음이 한데 묶여 만들어진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저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 소장가치도 충분히 있고, 남들에게 선물하기도 참 좋은 책입니다. 완전 강추! 오주석 씨의 책이 많지는 않지만 제법 되다보니 처음 읽어보시는 분들은 [한국의 미 특강]부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구어체라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있고 저자 오주석씨와 직접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한국의 미 특강이 마음에 드신 분들은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하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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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오주석

Publisher: 솔

Genre: 문화/예술/조선

Reading Period: 2012. 06. 06.

 

 

 

 

 

 

11편의 작품이 수록된 1권과는 달리, 이 책은 오직 6편의 작품만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저자 오주석씨가 2005년, 병마와 싸우다 안타깝게도 타계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주석씨를 아끼고 흠모하던 몇몇 사람들이 미완인 채로 남겨져 있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권의 원고를 정리하여 오주석 선생 1주기에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의 체재는 생전에 오주석 선생이 잡아놓은 틀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목차에는 들어 있으나 선생이 완결내지 못한 <일월오봉병> 등은 실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책의 두께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 책 속에 수록된 작품 작품마다 달린 선생의 해설풀이가 상세하고 여러 고전을 넘나들며 그 해박함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오주석씨의 [한국의 미 특강]에 이미 소개된 바 있던 작품─김홍도 산중맹호도, 마상청앵도, 그리고 이채초상─이 2권 수록작품의 반입니다. 이채초상과 산중맹호도는 [한국의 미 특강]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두 작품보다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가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모두 오주석씨의 설명 덕분입니다. 배경을 이해하고 비로소 마주한 매화쌍조도는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타 화원들의 작품에 비해 정교함이나 세련됨은 떨어지지만, 오랜 세월을 입어 빛바랜 아내의 치마자락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꽃 매화와 딸 부부를 뜻하는 두 마리 새를 정성껏 그려넣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떨립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자식 걱정을 하면서 꾸준히 자식들에게 편지를 부쳤을 만큼 자식에 대한 부정이 남다른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애초 6남 3녀를 두었으나 대부분을 잃고 2남 1녀만 곁에 두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정약용씨의 기원대로 딸 부부는 아버지 부부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아끼며 살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화쌍조도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리고 민영익, 명성황후의 친정 조카이자 개화기의 개화 업무를 이끌었고 일제세력에 발버둥치고 저항했지만 그 때마다 쓰디쓴 실패와 굴욕적인 조약을 당해 비참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던 분. 청나라 상해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와중 합방의 소식을 듣고 날이면 날마다 폭음으로 지새우다 끝내 짧았던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15세 어린 시절부터 서화로 이름이 높았다는 민영익은 추사 김정희의 학문을 이어받은 자로, 그 중에서도 문인화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목란을 잘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창숴, 포화 등 청나라 서화와 전각의 대가들이 그의 재주를 아껴 가까이 지냈을 정도라고 해요.

 

 

 

노근묵란도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흙 밖으로 뿌리채 내던져진 난초의 모습을 보면, 나라를 잃고 그가 느꼈던 절망이 얼마나 크고 절절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저자 오주석씨는 그의 그림 위로 쓰여진 네개의 화제 중 오른편에 길게 내리쓴 제시, 오른편 중간에 적힌 제시는 각각 변절자 이도영과 최린이 쓴 평들로 [민영익이 결코 구천 아래서나마 자신의 그림 위에 적힌 모양새를 기꺼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은 민영익씨의 노근묵란도를 보면서 어떠한 감흥도 받지 못했을테고, 오히려 뜨악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의 표현이 눈에 밟힙니다. ……그의 시가 민영익의 화폭 위에 적힘으로 해서, 어쩌면 운미의 '뿌리 뽑힌 난초'는 뽑힌 채 다시 한 번 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으로 약탈당한 수많은 그림들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면, 일제침략기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나무'로서 세계로 건강하게 뻗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책 제목 그대로 옛 그림 읽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네요. 앞으로도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답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대에서도 오주석씨 같은 분이 태어나 그림 읽는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도록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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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미야베 미유키

Publisher: 북스피어

Genre: 사회파 스릴러소설

Reading Period: 2012. 06. 06.

 

 

 

 

 

 

 

 

미야베 미유키씨의 역사소설은 [외딴 집]으로 처음 접해봅니다. 서론과 본론을 건너뛰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제게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닌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던 탓인 것 같습니다. 책 날개 부분에 미야베 미유키씨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적혀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이 과연 저자의 의도대로 쓰여졌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책 1권은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모방범만큼의 분량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너무 많이 붙어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호에 얽힌 사정, 이야기는 1권의 1/4을 차지할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거든요. 저자는 저주로 태어난 아이가 악령이 깃든 남자, 가가님을 모시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호가 가가님을 모시러 들어가면서부터는 스토리에 꽤 몰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남은 책을 읽어냈습니다.

 

에도 시대는 우리나라로 치면 곧 조선시대입니다. [외딴 집]은 바닷가의 작은 마을, 마루미에 죄인 가가 님이 들어오면서 이를 이용하여 마을에 벌어지는 악행들을 다루는 소설입니다.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가님은 쇼군이 마루미에 맡긴 죄인이기 때문에, 가가 또는 그를 모시는 마을 주변에서 자그만한 소행이라도 벌어진다면 이를 빌미로 쇼군은 영주의 권한을 박탈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사용하여 온갖 악행들을 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본 일본 사람들은 미신을 철저히 잘 믿고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또 자신에게 주어진 일, 역할, 위치에 무엇보다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일본에만 있는 유명한 속담이죠. 그들은 철저히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악령 깃든 가가님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는 깨어있는 지식자들도 침묵하고, 무지한 백성들이 이를 믿도록 분위기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역할만 도맡을 뿐입니다. 만약 이 모든 일의 배경이 조선이라면 애초부터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었을 겁니다. 조선은 아무리 왕이 지시한 일이라도 부당하다 생각되면 목숨을 걸고 간할 선비들의 나라, 일을 쉬쉬하고 숨기기에 조선 사람들은 의협심이 남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 같아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착한 사람들, 깨어있는 사람들, 용기있는 사람들이 먼저 죽었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저는 이 책에서 고토에님과 가가님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왠지 조선 선비 느낌이 나는 캐릭터들이었어요. 소설 내에서 어리고 무지하여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호를 사람대접해주고 인내로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준 것은 이들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하고, 가감없고, 자신에게 다정한 고토에와 가가를 믿고 충실히 따르는 호도 굉장히 사랑스러웠습니다. 반대로 책 속에 등장한 주요 남자인물들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택한 이번 사건을 대하는 방식들이죠. 우사의 눈을 뜨게 했지만 동시에 그의 눈을 감기려고 한 게이치로, 사랑하던 여자의 원수를 칼부림으로 갚아낸 와타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와타베와 우사의 죽음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와타베와 우사가 투닥 투닥거리면서 마을의 사건을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운한 엔딩이 이어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인가봐요.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가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실제 이야기든 아니든 누군가가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닌 죽음을 맞이할 때는 아쉬움과 슬픔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휘말려 센치해집니다. 요코미죠 세이시의 소설을 읽은 느낌, 그래요. 뭔가 개운치 않은 여운이 리뷰를 하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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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돈 윈슬로

Publisher: 황금가지

Genre: 스릴러소설

Reading Period: 2012. 06. 07. ~ 06. 10.

 

 

 

 

 

 

 

 

 

[개의 힘]은 영화보다 더 큰 스케일, 그리고 어쩌면 영상보다 더 잔혹한 폭력을 갖추고 있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을 받고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첫 인트로를 읽고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잔혹함에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1권은 읽는 중간 중간 잔혹한 장면이 나오면 잠시 덮고 "이거 소설 맞지?" 재차 확인해가면서 몇일에 걸쳐 나눠 읽었습니다. 각각의 인물이 서로 어떻게 얽히게 되는지, 1권은 2권의 빠른 진행을 위한 초석다지기 파트였기 때문에 2권을 들게 되면 이야기에 가속도가 붙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습니다. 사실 1권보다는 2권이 거의 1.5배 더 두꺼워요.

 

이 책의 배경은 멕시코와 미국이며, 그리고 돈, 권력, 폭력, 섹스가 주된 소재입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그래서 출판사에서는 친절하게 등장인물을 정리해놓은 한장의 A4 용지를 책 사이에 끼어두었습니다.), 중남미 내에서 거대한 마약 사업을 벌이고 있는 바레라 카르텔(티오, 아단), 이를 소탕하려는 마약 수사 전담반(아트), 치미노 조직(칼란), 성직자(후안)과 매춘부(노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나쁜 놈을 제압할 수 있는 건 그보다 더 나쁜 놈일 수 밖에 없다고, 결국 악을 징벌하기 위해 마약사건에 뛰어든 아트는 티오의 계략에 휩쓸려 더 큰 악을 만들어 냅니다. 이후로 아트는 자신이 (도와)만들어 낸 악을 제압하기 위해 사건에 관여하면 할 수록 추악한 진실, 정부간의 거래, 타락한 종교를 직면하게 될 뿐이며 자신이 제압하려는 상대 이상으로 폭력에 푹, 몸을 담게 됩니다. 절대적인 선은 없지만, 악과 더 큰 악, 절대적인 악만이 존재하는 현실을 그려낸 작품이랄까.

 

 

너무 끔찍한 죽음들을 연속해서 목격한 증인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어니 이달고.

필라르와 그녀의 어린 아이들.

파비안.

 

만약 내가 소설 속 인물 중 하나였더라면, 두려워서 그 현실에서 눈돌리거나 아니면 못본 척 눈을 감아버렸을 텐데,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그 사건의 중심부로 걸어들어간 노라의 용기와 대담함, 지혜, 강인함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노라예요. 그 다음으로 매력적이었던 캐릭터를 꼽자면 션 칼란, 글로리아를 사랑하는 아빠 아단과 필라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남편 게로 멘다스였어요. 노라와 칼란에 비해 나머지 이 두 캐릭터는 너무 비인간적인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에 일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가 더 부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

 

[개의 힘]은 제가 제일 싫어하고 끔찍히 여기는 폭력과 잔혹함으로 잔뜩 도배된 책이예요. 추리스릴러액션을 좋아하면서 잔혹한 건 싫어한다니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을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냈다는 점이겠지요.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개의 힘]을 읽을 수 있도록 추천해준 크롱님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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