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오주석

Publisher: 솔

Genre: 문화/예술/조선

Reading Period: 2012. 06. 06.

 

 

 

 

 

 

11편의 작품이 수록된 1권과는 달리, 이 책은 오직 6편의 작품만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저자 오주석씨가 2005년, 병마와 싸우다 안타깝게도 타계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주석씨를 아끼고 흠모하던 몇몇 사람들이 미완인 채로 남겨져 있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권의 원고를 정리하여 오주석 선생 1주기에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의 체재는 생전에 오주석 선생이 잡아놓은 틀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목차에는 들어 있으나 선생이 완결내지 못한 <일월오봉병> 등은 실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책의 두께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 책 속에 수록된 작품 작품마다 달린 선생의 해설풀이가 상세하고 여러 고전을 넘나들며 그 해박함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오주석씨의 [한국의 미 특강]에 이미 소개된 바 있던 작품─김홍도 산중맹호도, 마상청앵도, 그리고 이채초상─이 2권 수록작품의 반입니다. 이채초상과 산중맹호도는 [한국의 미 특강]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두 작품보다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가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모두 오주석씨의 설명 덕분입니다. 배경을 이해하고 비로소 마주한 매화쌍조도는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타 화원들의 작품에 비해 정교함이나 세련됨은 떨어지지만, 오랜 세월을 입어 빛바랜 아내의 치마자락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꽃 매화와 딸 부부를 뜻하는 두 마리 새를 정성껏 그려넣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떨립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자식 걱정을 하면서 꾸준히 자식들에게 편지를 부쳤을 만큼 자식에 대한 부정이 남다른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애초 6남 3녀를 두었으나 대부분을 잃고 2남 1녀만 곁에 두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정약용씨의 기원대로 딸 부부는 아버지 부부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아끼며 살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화쌍조도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리고 민영익, 명성황후의 친정 조카이자 개화기의 개화 업무를 이끌었고 일제세력에 발버둥치고 저항했지만 그 때마다 쓰디쓴 실패와 굴욕적인 조약을 당해 비참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던 분. 청나라 상해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와중 합방의 소식을 듣고 날이면 날마다 폭음으로 지새우다 끝내 짧았던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15세 어린 시절부터 서화로 이름이 높았다는 민영익은 추사 김정희의 학문을 이어받은 자로, 그 중에서도 문인화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목란을 잘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창숴, 포화 등 청나라 서화와 전각의 대가들이 그의 재주를 아껴 가까이 지냈을 정도라고 해요.

 

 

 

노근묵란도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흙 밖으로 뿌리채 내던져진 난초의 모습을 보면, 나라를 잃고 그가 느꼈던 절망이 얼마나 크고 절절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저자 오주석씨는 그의 그림 위로 쓰여진 네개의 화제 중 오른편에 길게 내리쓴 제시, 오른편 중간에 적힌 제시는 각각 변절자 이도영과 최린이 쓴 평들로 [민영익이 결코 구천 아래서나마 자신의 그림 위에 적힌 모양새를 기꺼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은 민영익씨의 노근묵란도를 보면서 어떠한 감흥도 받지 못했을테고, 오히려 뜨악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의 표현이 눈에 밟힙니다. ……그의 시가 민영익의 화폭 위에 적힘으로 해서, 어쩌면 운미의 '뿌리 뽑힌 난초'는 뽑힌 채 다시 한 번 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으로 약탈당한 수많은 그림들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면, 일제침략기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나무'로서 세계로 건강하게 뻗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책 제목 그대로 옛 그림 읽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네요. 앞으로도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답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대에서도 오주석씨 같은 분이 태어나 그림 읽는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도록 말이예요.

 

 

 

 

Miss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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