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오주석

Publisher: 솔

Genre: 문화/예술/조선

Reading Period: 2012. 06. 05.

 

 

 

 

 

 

오주석씨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고 다른 작품에 대한 그 분의 설명을 듣고 싶어 책 속에서 저자 본인이 적극 추천하신 책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권을 구입했습니다. 김홍도의 <씨름>, <무동>은 [한국의 미 특강]에서 이미 접했기 때문인지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오주석씨께서 [옛 그림을 알려면 먼저 좋은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처럼,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친숙한 것일수록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가봐요. 사실 그림은 배운다보다는 본다는 표현이 익숙한 저에게, 우리 조상들은 간화가 아닌 독화라는 말을 즐겨썼다는 부분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는 전시회에 가서도 그림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한시간 내에 전시장을 한 바퀴 쓱 돌아보고 나오는 스타일이었는데, 오주석 씨의 책을 읽는 내내 오주석씨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크게 느껴져서 수묵화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림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아나더라구요. 조선시대 수묵화는 그 시대의 시대상, 화가의 삶, 가치관, 그릴 당시의 분위기와 본인의 마음 등이 두루 담겨져 있어서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고 한편의 소설을 보듯 천천히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책 1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옛 그림의 색채] 편입니다.

 

……그러나 옛사람들이 인간의 정서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성에 절망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현상의 무상함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던 그들은 한편으로 결코 겉에 드러난 외양에만 붙잡히지 않는 현명함을 또한 갖추게 되었다. 옛사람의 눈은 이러한 마음자리 위에 서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위대한 인간 또는 자연의 형상도 그 자체가 영원하다고는 보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렇게 그리지도 않았다. 현상은 변화하는 것이고 위대한 것은 오직 거기에 깃들었던 인간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그래서 사물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보았다. 마음을 그리는 것이었으므로 눈에 보이는 형태 그 자체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며, 특히 현상 속에 드러나는 색채 효과에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정신 풍토는 결국 점차 색깔을 배제하고 '수묵으로 그린 작품'에 대한 사랑을 배양하였다.

 

그리고 가장 눈에 밟혔던 그림을 꼽자면 윤두서의 <자화상>.

친숙한 그림이었지만 동시에 부릅뜬 눈이 무서운 인상으로만 남아있었는데, 오주석씨로부터 윤두서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생을 살았는지, 어떠한 부분이 어떻게 지워져 지금의 미완성의 모습으로 남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나자 이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서른살의 나이에 백발이 나타날만큼 굉장히 기구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윤두서지만,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재물과 곡식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급하고 곤궁한 사정을 두루 돌보았다고 합니다. 친지 가운데 가난한 이가 추위 속에 옷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입고 있던 새옷이라도 벗어주고, 양어머니로부터 시골 장원의 묵은 빚을 받아오라는 명을 받아 내려가보니 그 액수가 퍽 많은데다 빚진 이 중에 곤궁한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는 그 문서를 가져다가 태워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굉장히 남성적이고 무뚝뚝해보이는 얼굴이지만 그에 대한 기록을 모두 읽고 다시 바라보니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사람의 얼굴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시의 <동자견려도> 편에서는 김시의 집안 내력 설명을 듣다가 그가 김안로의 셋째 아들이며, 그가 장가가던 날 김안로가 반역죄로 붙잡혀갔다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인천하를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아들의 결혼식 날, 임금이 내리는 술을 기다리던 김안로의 집으로 의금부도사들이 들이닥쳐 결혼식이 엉망이 되던> 장면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었거든요. 집안이 풍비박살이 났는데도 그의 아들 시는 살아남았다는 것과 한석봉의 글씨, 최립의 문장과 함께 그림으로 삼절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새로웠어요. 하긴, 그의 아버지 김안로 역시 어마어마한 꾀돌이였던데다가 다양한 재주를 갖춘 사람으로 묘사되었으니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좋은 그림과 좋은 글, 그리고 애정 어린 마음이 한데 묶여 만들어진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저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 소장가치도 충분히 있고, 남들에게 선물하기도 참 좋은 책입니다. 완전 강추! 오주석 씨의 책이 많지는 않지만 제법 되다보니 처음 읽어보시는 분들은 [한국의 미 특강]부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구어체라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있고 저자 오주석씨와 직접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한국의 미 특강이 마음에 드신 분들은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하구요 ㅎㅎ

 

 

Miss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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