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미야베 미유키

Publisher: 북스피어

Genre: 사회파 스릴러소설

Reading Period: 2012. 06. 06.

 

 

 

 

 

 

 

 

미야베 미유키씨의 역사소설은 [외딴 집]으로 처음 접해봅니다. 서론과 본론을 건너뛰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제게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닌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던 탓인 것 같습니다. 책 날개 부분에 미야베 미유키씨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적혀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이 과연 저자의 의도대로 쓰여졌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책 1권은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모방범만큼의 분량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너무 많이 붙어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호에 얽힌 사정, 이야기는 1권의 1/4을 차지할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거든요. 저자는 저주로 태어난 아이가 악령이 깃든 남자, 가가님을 모시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호가 가가님을 모시러 들어가면서부터는 스토리에 꽤 몰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남은 책을 읽어냈습니다.

 

에도 시대는 우리나라로 치면 곧 조선시대입니다. [외딴 집]은 바닷가의 작은 마을, 마루미에 죄인 가가 님이 들어오면서 이를 이용하여 마을에 벌어지는 악행들을 다루는 소설입니다.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가님은 쇼군이 마루미에 맡긴 죄인이기 때문에, 가가 또는 그를 모시는 마을 주변에서 자그만한 소행이라도 벌어진다면 이를 빌미로 쇼군은 영주의 권한을 박탈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사용하여 온갖 악행들을 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본 일본 사람들은 미신을 철저히 잘 믿고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또 자신에게 주어진 일, 역할, 위치에 무엇보다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일본에만 있는 유명한 속담이죠. 그들은 철저히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악령 깃든 가가님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는 깨어있는 지식자들도 침묵하고, 무지한 백성들이 이를 믿도록 분위기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역할만 도맡을 뿐입니다. 만약 이 모든 일의 배경이 조선이라면 애초부터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었을 겁니다. 조선은 아무리 왕이 지시한 일이라도 부당하다 생각되면 목숨을 걸고 간할 선비들의 나라, 일을 쉬쉬하고 숨기기에 조선 사람들은 의협심이 남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 같아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착한 사람들, 깨어있는 사람들, 용기있는 사람들이 먼저 죽었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저는 이 책에서 고토에님과 가가님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왠지 조선 선비 느낌이 나는 캐릭터들이었어요. 소설 내에서 어리고 무지하여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호를 사람대접해주고 인내로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준 것은 이들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하고, 가감없고, 자신에게 다정한 고토에와 가가를 믿고 충실히 따르는 호도 굉장히 사랑스러웠습니다. 반대로 책 속에 등장한 주요 남자인물들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택한 이번 사건을 대하는 방식들이죠. 우사의 눈을 뜨게 했지만 동시에 그의 눈을 감기려고 한 게이치로, 사랑하던 여자의 원수를 칼부림으로 갚아낸 와타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와타베와 우사의 죽음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와타베와 우사가 투닥 투닥거리면서 마을의 사건을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운한 엔딩이 이어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인가봐요.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가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실제 이야기든 아니든 누군가가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닌 죽음을 맞이할 때는 아쉬움과 슬픔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휘말려 센치해집니다. 요코미죠 세이시의 소설을 읽은 느낌, 그래요. 뭔가 개운치 않은 여운이 리뷰를 하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Miss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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