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2 - 미드나잇, 마가리타
아나이 지음, 허유영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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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앤디는 탄쭝민 대신 참석한 파티에서 아빠를 찾게 된다. 성메이는 사고 친 오빠의 뒷수습으로 바쁘다. 성메이의 엄마는 피해자 병원비를 독촉한다. 샤오샤오는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자오치핑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고, 잉잉은 샤오샤오의 조언으로 일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앤디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때마침 바이촨에게서 성메이의 집안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말을 듣는다. 걱정도 되고 정신 분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앤디는 같이 있던 특이점과 함께 성메이가 있다는 클럽에 찾아가 돈을 주지만 무시당한다.


성메이는 그동안 숨겨왔던 그녀의 구질구질한 상황을 앤디가 알아버렸다는 것과 자신이 내민 손을 피하면서도 돈을 건넨 앤디의 손이 신경 쓰인다. 앤디는 괜히 나서서 성메이와의 관계를 망쳐버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샤오샤오는 앤디로부터 치핑의 병원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환자가 있어 기부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갈 핑계를 찾아 기쁘다. 성메이는 오빠가 나왔다는 해방감도 잠시 뿐 이제는 오빠까지 합세해 전화하며 돈과 일자리를 요구한다. 게다가 추운 겨울날 가진 돈 없이 무작정 성메이 집을 향해 조카를 데리고 나왔다는 부모님이 성메이와 연락이 되지 않아 기차역을 헤맨다. 이웃들은 연락을 받고 기차역으로 가 성메이의 부모님을 찾는다. 눈물겨운 상봉도 순간이었다. 성메이의 식구와 쥐얼, 잉잉까지 타고 가는 샤오샤오의 작은 차 안에서 무료인 회사 기숙사에 살지 않는 성메이를 타박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녀를 비참하고 화나게 한다.


게다가 성메이의 아빠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성메이의 엄마는 수술비, 입원비, 후에 들어갈 약 값 모두를 성메이에게 떠넘긴다. 앤디에게서 해결권을 위임받은 특이점과 눈치 빠른 샤오샤오는 합심해 성메이 오빠 집을 담보로 잡고 1년 내에 빚을 갚지 못한다면 집을 팔겠다는 조건에만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의리가 넘치는 이웃들은 수술 후, 눈만 뜨고 누워 있는 성메이의 아버지를 고향집에 데려다주는 김에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올라온다. 이때 도움받은 바오이판은 앤디에게 호감을 표현한다. 특이점과 헤어진 앤디에게 걸맞은 상대라고 생각하는 샤오샤오는 바오이판과 잘 해보라며 앤디를 부추긴다.


헤어졌지만 치핑을 포기하지 않은 샤오샤오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친구 아들과 맞선을 보게 되어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잘되지 않을 방법을 이웃들과 상의한다. 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맞선남은 꽤 괜찮은 꽃미남이었고, 샤오샤오는 무척 아쉬워하지만 그녀의 계략을 눈치챈 맞선남은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연락한다. 자신의 웨이보를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치핑을 말을 떠올리고 앤디는 샤오샤오의 맞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올리고 치핑은 해방감과 동시에 묘한 아쉬움이 든다. 잉잉은 카페에 왔던 동향 사람에게서 커피 주문 문자가 온다. 살갑게 문자를 주고받다가 몸이 좋지 않다는 말에 집에서 보내온 고향 특산물로 덮밥을 만들어 집까지 가져다준다.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져 연휴를 보낸다. 샤오샤오에게 동행을 제안했던 거절당한 앤디는 외국으로 여행을 갔고, 바오이판이 마음에 들은 샤오샤오는 앤디의 일정을 바이오판에게 알려준다. 샤오샤오는 맞선남과 어울려 즐겁게 지낸다. 성메이는 고향집에 내려가 집안을 돌보고 바이촨과 식사를 한다. 쥐얼은 엄마에게 끌려다니며 맞선을 보고, 잉잉은 영업에 열 올린다.


2권의 주요 사건은 성메이 집안일 해결이다. 1권에서부터 조금씩 커진 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서로를 잘 이해해 결혼하고 잘 살 것 같았던 앤디와 특이점 커플은 헤어지고 앤디에게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특이점과 정반대로 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바이오판이다. 샤오샤오와 자오치핑은 아직 결별 중이다. 잉잉에게도 동향 출신의 잉친이 좋아한다 고백한다. 쥐얼은 평소에서 성실하게 일했고, 최근 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에 언니들의 말을 듣고 현명하게 대처해 정직원 심사를 통과한다. 성메이는 엄마의 하소연에 마음 약해지지 말자 다짐하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뭉치고 흩어지고 싸웠다 화해하는 정신없는 일상들이 또 이어진다. 모두 일적으로는 성장하지만 사랑은 쉽지 않다. 헤어지고, 잊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호감을 가졌던 사람에게 흥미가 떨어지고, 후보에서 제외했던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며 감정의 어려움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른 만큼 사랑의 형태를 보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문제를 만났을 때 내놓는 해결방안의 다양함도 재미 중 하나다.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함께 겪었어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몰라 오해하고 다툰다. 주변에 꼭 있을 법한 생생함 때문에 이들의 삶을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세 권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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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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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아파트 22층. 2202호에 3명의 여자가 세 살고 있다. 방 2개 구조의 아파트지만 집주인이 방 3개로 개조해 방 하나씩 세를 주었다. 오랜 경력의 인사팀 직원 판성메이, 연봉과 나이가 비슷한 사회 초년생 관쥐얼과 추잉잉이다. 셋 만 살던 22층에 재벌 2세 취샤오샤오와 뛰어난 능력으로 젊은 나이에 기업 임원인 앤디 두 여자가 입주한다.


관쥐얼과 추잉잉은 이사 온 날 취샤오샤오로부터 초콜릿 선물을 받으며 짧은 첫 만남을 가졌다. 판성메이는 돈 많은 킹카를 만나기 위해 유부남 파트너와 동행하기로 한 파티 참석 준비에 들떠있었다. 때마침 2202호를 지나가던 취샤오샤오는 자신이 가려던 파티 얘기에 멈춰 섰다가 성메이의 얘기를 듣게 된다. 속물을 싫어하는 샤오샤오는 그때부터 남자가 관련되면 성메이의 신경을 슬슬 긁는다. 앤디는 동생을 찾으러 중국으로 귀국해 22층으로 입주한다. 한적한 곳이 싫어 입지 좋은 곳으로 입주한 앤디는 성메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가고, 관쥐얼의 출근을 도와주며 서서히 이웃들과 친해진다.


샤오샤오의 아빠에게는 이혼한 전처의 두 아들이 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두 아들에게 아빠는 큰돈을 펑펑 준다.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번 아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으리라 결심한 샤오샤오는 사업을 해보겠다며 자금을 요구한다. 딸을 믿지 않는 샤오샤오의 아빠는 시간이라도 벌어보려고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공부와는 담쌓고 살던 그녀는 앤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의 부탁에 앤디는 마음을 움직였고, 관쥐얼도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준다. 샤오샤오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아빠의 시험을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다.


앤디는 외국에 있을 때부터 마음이 맞는 채팅 친구 특이점이 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자를 꺼려 했던 앤디는 특이점과의 만남을 고민하지만 실제로 만나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점점 편안해진다. 특이점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 여러모로 앤디를 배려해 준다. 특이점과의 만남이 지속되자 앤디는 결국 자신의 과거와 불안한 감정을 털어놓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관쥐얼은 호감가는 사람이 있지만 조심스럽다. 아직 인턴이라 꼭 정직원이 되야하고 연애금지 조항도 있기 때문이다. 업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회사에서 종종 일어나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아직 어려워 성메이와 앤디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많다. 같은 회사를 다니다 이직한 선배가 적극적으로 쥐얼에게 다가와 계획없는 여행을 하기도 하고, 고향에 같이 내려가자는 다른 선배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햇갈리기도 한다.


추잉잉은 회사동료 바이팀장과 호감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 바이팀장이 여자들의 파티에 초대 받은 날, 샤오샤오는 잉잉 모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 후로 둘의 사이는 안 좋아졌다. 바이팀장이 샤오샤오에게 연락했을 뿐 아니라 부유한 여자들과 어울리며 끝내는 잉잉과 헤어졌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본성을 빨리 알아 오히려 다행이라며 위로했지만 이미 바이팀장에게 빠진 잉잉에게는 소용없었고 샤오샤오에 대한 원망은 커져만 갔다. 회사에서 은근히 잉잉을 괴롭히는 바이팀장을 시원하게 망신시킨 날 그녀는 해고당했다.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 바이팀장을 만난 잉잉은 그가 해고된 이유를 면접관에게 알려주며 방해했고, 그녀가 맞지 않다며 퇴짜놨던 면접관은 즉시에서 잉잉을 고용해 카페에서 일하게 된다.


성메이는 파티에서 수확을 얻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 왕바이촨은 제법 능력있는 남자로 그녀 앞에 나타난다. 바이촨이 도시에 자리잡는 것을 도와주면서 그의 호감을 기분좋게 받아들인다. 때때로 들리는 사모님소리를 부인하지 않고 즐기기도 한다. 샤오샤오가 바이촨의 차가 렌트카라고 알려주기 전까지는. 성메이는 바이촨에게 실망하지만 티내지 않고 다른 남자를 물색한다.


샤오샤오는 앤디의 도움으로 계약을 무사히 따낸다. 기뻐하며 포옹하려고 뛰어오는 샤오샤오를 앤디가 피했고, 샤오샤오는 발목을 접질렀다. 앤디의 비서와 병원을 찾은 샤오샤오는 주치의에게 반했고,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밀당 끝에 성공하고야 만다.


환락송은 환락송 아파트 2동 22층에 사는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다. 나름대로 균형을 잘 유지하며 지내온 세 여자들에게 새로운 이웃이 생기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얽히는 사람도 많아 정신없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혔다. 무엇보다 1권 통틀어 가장 큰 사건인 성메이 가족 일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듯 해 어떻게 해결될 지, 등장인물 중 가장 맘에 든 샤오샤오와 의사 자오치핑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짧은 거주기간, 위험 방지 등으로 앞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삭막해졌다. 개인공간과 공유공간이 함께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가 있긴 하지만 독립된 공간인 아파트는 이웃 교류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으면 말 섞기조차 어렵다. 싸우다가도 막상 어려움을 만나면 제 일처럼 나서주는 사람들이 서로의 이웃이라 든든하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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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에 쓰고 100일 동안 고친다 - 딱! 10일 만에 초고를 쓰는 힘
추교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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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강렬한 제목이다. 그동안 책을 쓰고 싶었고 현재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손이 뻗을 만한 매력적인 제목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라 어떻게 10일 만에 책을 쓴다고 하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 모든 내용이 제목에 들어있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방법이다. 책의 기본 뼈대인 초고를 10일 내에 쓴다. 초고를 쓰는 기간을 정한 이유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시간 안에 완성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며, 책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고가 없어서라고. 초고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해 완성시킬 수 있단다. 유명한 작가조차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 한 권을 위해 몇 백 번을 고친다. 초고를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고치지 않은 글은 책이 될 수 없다. 책 쓰기의 핵심은 초고를 완성시킬 것.


책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제목 짓기부터 알려준다. 선택을 기다리는 여러 책 중에서 눈에 딱 띄어 저절로 손이 갈 제목을 짓는다. 주제와 목표층을 절묘하게 섞으면 좋다. 제목 다음에는 목차다. 알기 쉽고 궁금증이 생기는 아름다운 목차를 만든다. 아름다운 목차는 방향지시등 같은 거라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목차의 내용은 짤막하게나마 적어둔다. 말이 되지 않아도 되고, 매끄럽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으로 토대를 세운다. 표를 만들어 일정을 정한 후에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것만 따라 하면 초고 쓸 수 있다는 10일의 지침서도 있다.


초고의 중요성을 말하며 초고 쓰는 방법을 알려준 책은 내가 그동안 읽은 책 중에서는 처음이다. 저마다 다른 글쓰기 방법이 있었지만 이거라면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조금 난감했다. 책 초반에 실력이 없다고 생각해 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독려하는 저자의 말이 당황스러웠다. "시, 소설 같은 문학과 예술적 소질이 필요한 글이 아닌 일반 책 쓰기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본문 내용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쓰고 싶은 책은 하필이면 문학과 예술적 소질이 필요한 "소설"이었다. 실용서, 수필 등을 예문으로 들고 있는 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궁금했던 부분들을 알차게 담고 있었고, 조금만 변형하면 소설에도 적용 가능할 듯했다. 단어가 문장이 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예문은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줬다.


초고 쓰는 1일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누구나 쓸 수 있다지만 그 누구에 나는 들어가 있지 않나 보다. 자신감은 없지만 책을 읽기 전보다는 막막한 두려움이 적어졌다. 준비만 한다면 10일은 자신 없지만 20일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초고를 쓸 때 틈틈이. 다 쓰고 나서도 간간이 옆에 두고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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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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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100개의 소설을 담았다고 예상했었다. 100가지의 소설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책 두께가 마음에 걸렸지만, 단편 소설과 장편의 요약본 정도라면 이 정도 두께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곧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다. 소설 모음집과 소설 소개집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책은 1901년에서 1950년에 나온 추리소설 100개를 분류하고, 결말과 트릭,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 선에서의 아주 간략한 소개글만이 담겨있다.


작가 이름을 봤을 때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 100선 안의 소설들은 몇 편을 제외하면 거의 영국 작가가 썼다. 이 말은 일본작가들의 책을 주로 봐 왔던 나에게 무척 생소하고 또 생소했다는 거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라고는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 뿐. 다른 작가들은 이름은 물론 책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했으니 볼수록 새로운 수수께끼를 만나는 것 같았다.


저자는 나름의 기준으로 작품을 분류한다. 작가가 좋아하고, 유명한 소설만 있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목적으로 모아진 목록이다. 추리 범죄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발달되었는지 알 수 있었고, 거의 다 모르긴 했지만 몰랐던 소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작가의 성향 및 소개, 전작과 후작, 대표작과 현재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의 주인공, 특별한 등장인물, 이야기의 전개 방향 등의 정보를 2장이 채 안 되는 분량으로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읽었어도 읽지는 않았으니 찝찝함과 애매함이 항상 남는다. 궁금증도 생기긴 한다.


책은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했다. 고전 추리범죄 소개집이니 소개만 하면 되니까. 나 같이 어느 한 나라의 소설만 읽고 그 나라가 영국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 책은 무척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소개된 작가들의 이름을 알 것이고, 읽어도 봤을 것이고, 몰라서 읽지 못했던 책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책을 읽기 위한 목록을 작성하느라 행복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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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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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장르를 종잡을 수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대강의 줄거리를 종합해 봤다. 읽기 전에는 새 학기도 아닌, 애매한 시기에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귈 시간을 놓쳐 혼자가 된 미치루가 방학에 성에 초대를 받게 되고 함께 초대를 받은 아이들과 지내며 친한 친구를 만드는 싱그러운 소녀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온다 리쿠이니 생각하지도 못할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예상은 어김없이 맞아 들어갔고.


평범한 듯 들리지만 묘한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여름 사람, 겨울성, 여름성, 녹색남자. 이 마을에 미치루만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지 여름남자를 그리라는 수업에 미치루를 제외한 모두의 그림이 같다. 녹색 그림자가 맹렬하게 쫓아와 허겁지겁 도망친 종업식 날, 자기도 모르게 가방에 꽂혀있는 초대장을 발견한다. 누구의 정확한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미치루는 어쩔 수 없이 적힌 지령에 따라 여름성으로 향하게 된다.


여름성에 와서도 이상한 일들뿐이다.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방비된 성에서 6명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지낸다. 몇 가지의 규칙은 있다. 수로에서 내려온 꽃을 발견하면 발견 장소, 꽃의 색, 개수를 적어놓기, 종이 한 번 울리면 식당에 집합, 종이 세 번 울리면 지장보살에게 가 세워진 거울을 보며 기도하기. 그 외의 시간은 숙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고 성에서 돌아가는 건 누군가가 데리러 와야만 가능하단다.


모든 것이 궁금한 미치루는 이유를 묻지만 곤란한 얼굴과 애매한 답이 돌아올 뿐.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의아함에도 그럭저럭 적응했을 즈음 한 명의 소녀가 실종된다. 해맑은 미소가 너무 예뻐, 이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걱정되어 어쩔 줄 모르겠는데, 미치루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은 그저 쓸쓸한 표정을 하는 게 전부다. 두려움으로 잠 못 이루기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듯한 얘기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소녀를 발견한다.


끝까지 침묵하려 했지만, 소녀들은 결국 미치루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슬프고 쓸쓸하고, 몰랐다면 더 좋았을지도, 알아서 더 아팠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첫 장을 넘기면서 예상했던 상큼한 청춘을 그린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인공과 독자 빼고 다 아는, 영문도 모르겠고 짐작도 되지 않는 상황과 실수로 툭툭 튀어나와 버린 말들에 궁금증만 늘어났고, 의심만 커져갔다. 잔뜩 깔아놓은 미끼에 비하면 풀어야 할 것 들이 적힐 종이는 너무 적게 남아있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잘 마무리되었지만, 첫 장을 넘겼던 설렌 첫 마음과는 다르게 쓸쓸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밖에 없어 아주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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