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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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장르를 종잡을 수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대강의 줄거리를 종합해 봤다. 읽기 전에는 새 학기도 아닌, 애매한 시기에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귈 시간을 놓쳐 혼자가 된 미치루가 방학에 성에 초대를 받게 되고 함께 초대를 받은 아이들과 지내며 친한 친구를 만드는 싱그러운 소녀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온다 리쿠이니 생각하지도 못할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예상은 어김없이 맞아 들어갔고.


평범한 듯 들리지만 묘한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여름 사람, 겨울성, 여름성, 녹색남자. 이 마을에 미치루만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지 여름남자를 그리라는 수업에 미치루를 제외한 모두의 그림이 같다. 녹색 그림자가 맹렬하게 쫓아와 허겁지겁 도망친 종업식 날, 자기도 모르게 가방에 꽂혀있는 초대장을 발견한다. 누구의 정확한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미치루는 어쩔 수 없이 적힌 지령에 따라 여름성으로 향하게 된다.


여름성에 와서도 이상한 일들뿐이다.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방비된 성에서 6명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지낸다. 몇 가지의 규칙은 있다. 수로에서 내려온 꽃을 발견하면 발견 장소, 꽃의 색, 개수를 적어놓기, 종이 한 번 울리면 식당에 집합, 종이 세 번 울리면 지장보살에게 가 세워진 거울을 보며 기도하기. 그 외의 시간은 숙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고 성에서 돌아가는 건 누군가가 데리러 와야만 가능하단다.


모든 것이 궁금한 미치루는 이유를 묻지만 곤란한 얼굴과 애매한 답이 돌아올 뿐.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의아함에도 그럭저럭 적응했을 즈음 한 명의 소녀가 실종된다. 해맑은 미소가 너무 예뻐, 이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걱정되어 어쩔 줄 모르겠는데, 미치루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은 그저 쓸쓸한 표정을 하는 게 전부다. 두려움으로 잠 못 이루기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듯한 얘기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소녀를 발견한다.


끝까지 침묵하려 했지만, 소녀들은 결국 미치루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슬프고 쓸쓸하고, 몰랐다면 더 좋았을지도, 알아서 더 아팠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첫 장을 넘기면서 예상했던 상큼한 청춘을 그린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인공과 독자 빼고 다 아는, 영문도 모르겠고 짐작도 되지 않는 상황과 실수로 툭툭 튀어나와 버린 말들에 궁금증만 늘어났고, 의심만 커져갔다. 잔뜩 깔아놓은 미끼에 비하면 풀어야 할 것 들이 적힐 종이는 너무 적게 남아있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잘 마무리되었지만, 첫 장을 넘겼던 설렌 첫 마음과는 다르게 쓸쓸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밖에 없어 아주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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