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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트롤 : 치질라의 역습 ㅣ 래트브리지 연대기 2
앨런 스노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래트브리지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산다. 그 생명체들은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아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할아버지와 함께 해상 세탁소에서 일을 도와주던 어느 날, 지나가던 백작부인이 널어놓은 빨래를 보고 난리를 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일로 세탁소 식구들은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어내야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다. 기한 안에 갚지 못하면, 더 큰 벌이 기다리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큰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고 아서 할아버지가 아파 의사를 불러야 했지만 항상 처방이 같은 의사들을 믿을 수 없어 고민하던 중, 아픈 사람들을 공짜로 치료해주는 시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신문을 보게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아버지를 센터 의사에게 보이자 의사는 검은물약을 처방했고 할아버지는 아프기 전보다 더 건강해진다.
의사는 세탁소 식구들에게 한 번에 돈을 만들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다. 배를 타고 검은물약의 재료를 구해오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할아버지의 뒤늦은 허락으로 아서는 출항하지 못하고 박스트롤 피시와 함께 배가 정박하는 다음 항구를 향한다. 한편, 세탁소 직원들은 의사의 말에 따라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악랄한 치즈 사냥꾼인 스내처와 일당들이 나타나 이들을 협박하고 배의 지휘권을 빼앗는다. 겨우 배로 숨어 들어온 아서와 피시는 스내처가 장악한 배의 상황에 당황하지만 식구들과 협력하여 스내처를 몰아넣고 배의 지휘권을 돌려받는데 성공한다. 겨우 가둬놓은 스내처 일당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결국 도망치고, 다시 스내처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상상을 했다.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다녀야 할 때, '짐에 손.발이 달려 집까지 따라오면 좋을텐데'라는. 박스트롤을 처음 본 날, 난 그 상상이 실현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치즈들은 완벽하게 구현된 상상 속 캐릭터였다. 비록 난 무겁고 들기 싫은 물건에 한정되어 치즈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누군가가 잠시 꿈꿔봤던 세계를 글로 옮겨놓은 듯해 기분이 묘했다. 이름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박스트롤은 바깥보다 안쪽에서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에 충실한 작은 삽화들이, 가끔 나오는 신문의 기사가, 기계의 설계도가 그 이유다. 글이 빡빡하게 쓰여진 책만 보다 그림과 글이 있는 책을 보니 눈도 쉴 수 있고, 귀여운 그림에 웃음도 났다.
치질라의 역습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본문에 들어가기 전 나오는 치질라의 설명에 조금은 두근거렸다. 마지막으로 도쿄에서 발견되었다는 치질라가 어떻게 그곳까지 올 수 있었을까를 비롯해 표지에서 보이는 치질라는 귀여운데, 마냥 귀엽지는 않겠지, 주인공은 괴물퇴치기를 가지고 있을까하는 갖은 상상을 하며 치질라의 등장을 기다렸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기대감은 무너졌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귀여운 박스트롤과 용감한 아서, 그리고 세탁소 식구들의 모험담이 기대감보다 나를 더 즐겁게 해줬기 때문이다. 아서와 할아버지가 개성을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다양한 종족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은 행복한 느낌과 존경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책을 통해 모험은 꿈꾸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용기가 없어 모험을 하지 못하는 나 대신 친구와 모험을 떠나준 아서. 그들은 앞으로 어떤 유쾌한 모험을 떠나게 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