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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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절 앞에 버려진 쌍둥이 란과 렌,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을 키워준 가족, 도연사의 주지스님과 그의 아들, 절 사람들의 일상이야기다. 이 일상의 이야기는 조금 독특하다. 배경이 절이기 때문이다. 나는 절이라고 하면, 석가탄신일에 절밥을 얻어먹으러 가는 곳,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도피장소로 이용하는 곳, 소원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곳, 스님들이 불교를 수행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절은 죽음과 가까운 곳이다. 신도들과 모임도 갖고 밥도 함께 먹지만 신도들이 도연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의 죽음 때문이다. 절, 죽음, 일상.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묘하게 섞여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 


책은 네 가지의 사건이 일어난다. 정말 소소한 것 까지 합치면 5가지 정도일까. 란이 전날 절에 데려온 남학생이 다음 날 목격된 사건, 장례식에서 조의금이 도난되는 사건, 란이 좋아하는 떡을 파는 가게의 아이가 떡을 집어던진 사건, 잇카이가 불륜남으로 오해받는 사건, 쌍둥이와 잇카이가 같은 듯 비슷한 꿈을 꾼 사건. 쌍둥이들은 이 사건들을 통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마음 속 얘기를 하기도 하고, 엄마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한층 성장한다. 


쌍둥이는 자라면서 반대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같은 상처를 한 명은 비뚤게 받아들여 렌은 사람의 나쁜부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란은 사람의 좋은 부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둘의 성격때문에 다른 결론이 나오는데, 어떤 때는 렌의 말이, 어떤 때는 란의 말이 옳아 특히 쌍둥이와 가장 가까운 주지스님의 아들. 즉, 젊은 스님 잇카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 란과 렌 중 한 명만 있어 한 쪽의 의견을 전달하고 집에오면, 정황을 전해들은 나머지가 다른 의견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를 수습하는 건 잇카이의 몫일 경우가 많아 열다섯 쌍둥이에 이리저리 치이는 서른 살 청년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이 책의 제목은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지만 "잇카이의 쌍둥이 성장 관찰일기"로 느껴지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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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JLPT N1 30일 완성 : 문법편 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JLPT
나무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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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해 봤던 "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JLPT N2 30일 완성"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N2는 상대적으로 쉬운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낯익고 자주들었던 문형들을 문자로 정확히 확인하는 식으로 공부했었다. N1의 난이도가 예상되지는 않았지만 비슷할 뿐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처음부터 어딘가에서는 들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문형이 나를 반겼다. 당혹스러웠고 반갑지 않은 문형들은 계속되었다. N2는 만만했을지 몰라도 N1은 어림도 없었다. N1부터 시작하거나 N2도 처음부터 모르는 문법들만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갑자기 높아진 난이도에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예정된 일차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전혀 알 수 없던 문법들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소리내어 읽어보니 드라마와 애니에서 들은 적이 있는 것들이었다. 다만, 문법공부를 하지 않아 정확한 짜임을 몰랐던것이다. 문장으로 확인하니 더 확실했다. 모르는 문법도 많았지만 아는 문형들이 종종 등장해 '내가 이렇게까지 몰랐나'싶었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줬다. 10일차부터 20일차는 단어를 다룬다. 단어의 앞, 뒤에 무언가 붙으면서 원래의 단어와 다른 뜻과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일본어의 깊이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예전, 고등학교 제2외국어를 선택할 때가 생각난다. 누군가가 중국어는 처음이 어렵고, 일본어는 뒤로 가면서 어려워진다고 했다. 한자의 벽을 넘지 못할 것 같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어 일본어를 선택했다. 문법보다는 말 위주로 배워 어지간히 알아듣는다고 자만했지만 책을 보니 내 일본어 실력은 아직 멀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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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약 - 약 안 쓰고 건강을 지키는
모리타 아츠코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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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민간요법 같고 왠지 불안한, 낯익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할머니가 엄마로부터 엄마가 할머니로부터 내가 엄마로부터 들으면서 자란, 친근한 것들이 많다. 다만, 그게 약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초기감기에 생강차를 마신다던가 잠이 오지 않을 때 국화차를 마시고, 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양배추를 즐겨 먹는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이 중 어떤 것들은 사극에서도 종종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쓰이는 걸 보면 효과를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쓴다. 먹기 싫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려면 약을 먹어야하지만, 가끔 이 약이 나에게 약이 되는 건지 독이 되는 건지 햇갈릴 때도 많았다. 증상 하나를 낫기 위해 다른 증상을 생기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약을 먹지 않고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허브를 알게 되었고, 식물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책을 보고 내게 효과가 있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허브를 찾았다. 그 후로 우리집에는 캐모마일, 라벤다, 펜넬, 페파민트, 로즈힙, 로즈마리, 레몬밤, 마테, 레몬그라스, 타임의 허브차가 끊이지 않았고, 라벤더와 페파민트가 함유된 마사지 오일도 떨어지지 않았다. 


자연약 책은 누구나 겪을 수 있을법한 흔한 증상들과 고질병, 여성특유의 질환 대한 처방이 나와있다. 허브차를 마시는 간단한 방법부터 에센셜 오일을 이용한 치료 등 식물과 음식을 병행한 자연약을 소개한다. 이제껏 본 책들이 허브 각각을 설명했다면, 이 책은 증상과 병을 위주로 가장 효과적인 허브를 소개한다. 궁합이 잘 맞는 허브와의 블랜딩을 추천하기도 하고, 음식의 레시피, 에센셜 오일의 비율 등 알아두면 좋을 정보가 가득하다. 가벼운 일상질환에 그치지 않는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고혈압, 어지간하면 잘 낫지 않는 무좀, 욕창, 확정된 치료법이 없는 아토피 등 쉽게 낫지 않는 질환의 처방과 앞으로 걸리기 쉬운 질병에 대한 예방도 있다. 약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낫고는 싶은 나같은 사람을 위한 참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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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범죄 X-파일 -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
클레어 엮음 / 에코차이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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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모를 좋은 뉴스 하나를 보기 위해 몇 십개의 나쁜 뉴스를 보기는 싫었기에 범죄사건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접했다. 드라마에는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나라의 드라마라도 등장하는 인물. 즉,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었고, 여러 나라의 수사드라마를 봐온 결과 유형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미드는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많고, 아시아권 드라마들은 칼이 흉기인 사건들이 많았다. 미래지향적인 드라마가 아닌 이상 현실을 어느정도 반영하여 제작되기 때문에 드라마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범인의 체포과정도 그렇다. 범인은 총으로 쏴서 잡는게 아니라, 총으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경찰에게도 총기 사용규정이 엄격하기에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칼을 흉기로 사용할 수 밖에. 


요즘 내가 새롭게 개척한 분야는 중국의 수사드라마다. 전부터 수사드라마를 좋아해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는 봐왔었지만 중국드라마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내 취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국은 새로운 드라마 강자가 되었다. 탄탄하고 인기 많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수히 많은 웹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그 중에도 특히 수사드라마가 내 취향에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난 꽤 많은 중국 수사 드라마를 봤고, 드라마를 보다보니 드라마가 아닌 실제 중국에서 발생한 범죄가 궁금했다. 


중국에서 일어났던 범죄 중에 최악들을 뽑아 엮은만큼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않아 읽다 말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드라마와 소설은 만들어진 이야기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없다는 점에서 편하게 즐기며 봤지만 이 책은 허구가 아닌 실제였기에 냉정하게 볼 수 없었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볼 때는 아직도 어딘가에 이런 무서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책에서 다뤄진 사건들은 다양했다. 아동 성폭행, 여성강간, 부패한 정치인의 뇌물수수 및 매관매직,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살인, 즐기기 위한 살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화풀이식 살인, 오해로 인한 살인, 복수를 위한 살인,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 등. 내가 모를 뿐 한국에서도 발생했을범직한 범죄들이었다. 한국 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다만, 그 수법이 더 잔인하거나 희생자의 수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다. 소지하고 있는 땅 여러 군데에 켜켜이 시체를 매장한 사건은 피해자가 무려 48명이나 되었다. 말다툼을 하다 한 명을 죽인 어떤 범인은 한 명이던 두 명이던 어차피 살인이라며 자신과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폭탄테러를 했다. 그 결과 무고한 사람을 포함해 108명이 사망했다. 정말 최악의 범죄다. 


시대와 관계없이 강력범죄만을 모아놓은 만큼 일어난 시기가 다양해 당시 안고 있었던 중국의 사회문제가 사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공무원 임용시 결격사유가 되었고, 중국에서도 보이스 피싱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어려운 농촌 환경으로 학력이 낮아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찾았다 해도 저임금으로 생활이 궁핍했다. 결혼도 어렵고 결혼했어도 가난이 되물림 될 뿐이었다. 출구없는 가난은 범죄로 이어졌다. 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고,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으며 무시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사형당했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중국의 사형제도는 건재하다. 사실상 폐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그저 내가 본 중국드라마와 현실의 차이가 궁금해서 본 책이었지만, 차이점을 찾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있었다. 드라마는 "있을 법한 이야기"다. 실제 일어난 일은 드라마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건의 개연성이 없어 만들기 힘들다고. 책을 보고 그 말을 실감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혹했고, 변명과 핑계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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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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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라고는 단편적인 것 밖에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만약 인도라고 한다면, 공항에서부터 각종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고, 흙먼지 잔뜩 날리는 비포장도로에, 소와 같은 가축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깨끗하지 않은 강가에서 빨래와 목욕을 동시에 하는, 사람 많고 땅이 넓은 나라 정도다. 하지만 막상 인도에 가면 내 생각과 실제는 어쩌면 닮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면도 많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이 된 나라이고,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불안한 나라고, 공항에서부터 마늘냄새가 진동하고, 자신들은 너무나 예뻐하는 개를 먹는 미개한 나라가 한국일거라고. 


이 책은 한국을 방문했다가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고,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기로 결심한 한 영국남자의 한국생활 적응기이며 이해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느낌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고. 그의 말로만 보자면 신라시대를 생각하고 왔는데 타 도시와 비슷한 특별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외국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 한국에는 있고 외국에는 없는 것 등을 통해 한국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찜질방에서 먹었던 맥반석 달걀, 식혜, 미역국. 한식당에서 몇 번이나 리필해 먹은 물김치, 여름이면 식당마다 앞다투어 내놓는 콩국수, 술과 곁들여 먹는 수많은 안주 등 한국에서 밖에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이 신기하고, 좋고, 소중해진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생각되어지는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랐다고 해서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방식, 사고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 들이 많다. 외국사람 이라면 말 할 것도 없다. 겪지 않았지만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이 더해져 별세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은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 외국사람과 한국사람의 사고방식 차이로 생기는 같은 상황 다른 결과 등을 처음 자신의 생각, 대다수의 외국인이 가질 법한 생각, 시간이 흘러 한국사람과 비슷해진 지금의 생각을 통해 말한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관계의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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