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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범죄 X-파일 -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
클레어 엮음 / 에코차이나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모를 좋은 뉴스 하나를 보기 위해 몇 십개의 나쁜 뉴스를 보기는 싫었기에 범죄사건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접했다. 드라마에는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나라의 드라마라도 등장하는 인물. 즉,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었고, 여러 나라의 수사드라마를 봐온 결과 유형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미드는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많고, 아시아권 드라마들은 칼이 흉기인 사건들이 많았다. 미래지향적인 드라마가 아닌 이상 현실을 어느정도 반영하여 제작되기 때문에 드라마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범인의 체포과정도 그렇다. 범인은 총으로 쏴서 잡는게 아니라, 총으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경찰에게도 총기 사용규정이 엄격하기에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칼을 흉기로 사용할 수 밖에.
요즘 내가 새롭게 개척한 분야는 중국의 수사드라마다. 전부터 수사드라마를 좋아해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는 봐왔었지만 중국드라마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내 취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국은 새로운 드라마 강자가 되었다. 탄탄하고 인기 많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수히 많은 웹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그 중에도 특히 수사드라마가 내 취향에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난 꽤 많은 중국 수사 드라마를 봤고, 드라마를 보다보니 드라마가 아닌 실제 중국에서 발생한 범죄가 궁금했다.
중국에서 일어났던 범죄 중에 최악들을 뽑아 엮은만큼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않아 읽다 말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드라마와 소설은 만들어진 이야기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없다는 점에서 편하게 즐기며 봤지만 이 책은 허구가 아닌 실제였기에 냉정하게 볼 수 없었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볼 때는 아직도 어딘가에 이런 무서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책에서 다뤄진 사건들은 다양했다. 아동 성폭행, 여성강간, 부패한 정치인의 뇌물수수 및 매관매직,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살인, 즐기기 위한 살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화풀이식 살인, 오해로 인한 살인, 복수를 위한 살인,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 등. 내가 모를 뿐 한국에서도 발생했을범직한 범죄들이었다. 한국 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다만, 그 수법이 더 잔인하거나 희생자의 수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다. 소지하고 있는 땅 여러 군데에 켜켜이 시체를 매장한 사건은 피해자가 무려 48명이나 되었다. 말다툼을 하다 한 명을 죽인 어떤 범인은 한 명이던 두 명이던 어차피 살인이라며 자신과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폭탄테러를 했다. 그 결과 무고한 사람을 포함해 108명이 사망했다. 정말 최악의 범죄다.
시대와 관계없이 강력범죄만을 모아놓은 만큼 일어난 시기가 다양해 당시 안고 있었던 중국의 사회문제가 사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공무원 임용시 결격사유가 되었고, 중국에서도 보이스 피싱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어려운 농촌 환경으로 학력이 낮아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찾았다 해도 저임금으로 생활이 궁핍했다. 결혼도 어렵고 결혼했어도 가난이 되물림 될 뿐이었다. 출구없는 가난은 범죄로 이어졌다. 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고,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으며 무시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사형당했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중국의 사형제도는 건재하다. 사실상 폐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그저 내가 본 중국드라마와 현실의 차이가 궁금해서 본 책이었지만, 차이점을 찾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있었다. 드라마는 "있을 법한 이야기"다. 실제 일어난 일은 드라마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건의 개연성이 없어 만들기 힘들다고. 책을 보고 그 말을 실감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혹했고, 변명과 핑계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