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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호호호 웃으면 마음 끝이 아렸다
박태이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월
평점 :
박태이 작가님이 외동딸, 두 아이의 엄마(워킹맘), 아내 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며 써내려가는 글이지만, 제일 마음이 아팠던 내용은 아무래도 '부모'에 관한 글이었다. 학창 시절, 나는 학업 과 보수적인 부모님에 대한 스트레스로 심하게 반항을 했던 적이 있다. 남동생은 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무뚝뚝하고 애교가 없는 나에 비해, 애교가 많고 눈치가 빨라 항상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던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도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였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철이 든다고 결혼을 하고 남편이랑 살다보니 부모님 생각만 하고 미안한 마음 뿐이고 '내가 좀 잘해드릴걸' 후회만 많이 든다. 그래서 부모님에 관한 에피소드만 나오면 울컥한다.
물론 박태이 작가님은 나와는 다르게 '철이 들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라는 거.
제목 : 엄마가 호호호 웃으면 마음 끝이 아렸다.
작가 : 박태이
출판사 : 모모북스
본문중에서
친정 엄마가 가사와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부럽다. 물론 고충을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직 엄마에게 자식으로 취급받으며 '힘들어, 도와줘' 하며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p20)
내가 울 수 있는 차례는 보통 엄마가 전화를 끊은 다음에야 찾아왔다. 외할머니 집으로 가던 골목길에서는 대체로 울고 있었지만, 대문 앞에 다다르면 어느새 눈물은 말라 뺨이 당겼다. 외할머니가 깨는 게 미안해 도둑 걸음으로 대문을 열던 새벽들도, 자기 전에 옥상에 올라가 꺼지지 않은 동네의 불빛들을 세어보는 일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p24)
엄마는 오랜 기간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동안 확실한 자신만의 생활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일터, 목욕탕, 성당 등으로 하루 일과는 빼곡하였고 거기에 아버지가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다. (p37)
아버지는 유조선의 기관장이었다.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수십 날의 낮과 밤을 선박을 운행하며 시간을 썼다. 빈 배로 항구를 떠나 원유를 싣고, 다시 항해를 시작해 지상에 원유를 이송했다. (p57)
요컨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으로 사는 일도 쉽지는 않지만, 부모로 사는 일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 역시 엄마가 되려고, 그러니까 나를 만나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했었다.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아서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들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까 의학적 기술도 지금보다는 충분치 않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혼자라고 느꼈을 것이다. 남들이 쉽게 생기는 그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더더욱. (p69)
한편으로는 나잇값을 하려면 감정을 잘 숨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 후 감정을 보이는 일이 마치 성숙하지 못한 것처럼 여겨져서 그렇다. 운다는 건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울지 않고 참지만, 만약 참지 못할 만큼 서러운 일이 생겼다면 나는 차 안에서 핸들을 붙잡고 운다. (p179)
내가 만약에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면, 존중받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남편에게는 이해심이 있는 지혜로운 아내가 될 수 있을까?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런 딸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