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문법 -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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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딴 어렵다. 책의 내용이 어려운것인지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이름이 어려워서 그렇게 느끼는건지 역사를 모르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술술 읽어지는 그런책은 아니다. 10장정도 읽고 다시한번 생각하고 앞장을 다시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런 내용이다. 특히나 르네상스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정도를 떠올리지,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라는 이름은 솔직히 처음 들었다. (_징크스가 그런 뜻이었어?? 개미잡이새도 첨들어보네)


역시나 이과생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기 전에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 든 첫 느낌은 "이 사람... 약간 아니 많이 사기꾼 같은데?"였다. 말년까지 메디치 가문의 측근으로 지냈고, 피렌체에서 급진적인 설교로 유명했던 사보나롤라와 가까워지면서 사상도 바뀌어 갔다고 한다. 게다가 비소 중독으로 31세에 사망했다는 이야기에 암살설까지 따라붙는다. 이 정도 배경을 알고 책을 펼치니 단순한 철학서라기보다는 뭔가 파란만장한 인물 이야기가 나오고 음모론과 영화로 만들어 질것 같은 기대감이 솟아났다. (_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안만든이유가 있을까?? 어려서부터 천재, 르네상스, 미스테리한 죽음, 메디치가문 이걸로만으로도 재밌게 만들수 있을거 같은데 유명하지 않아서?)


읽어보니 이 책은 단순히 한 철학자의 인생을 따라가는 전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왜 "언어"라는 것에 집착했는지를 계속 알려주는 느낌이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이나 글은 그냥 의미 전달의 도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피코에게 언어는 그 이상이다. 의미가 있든 없든, 말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군중 속에서 같은 구호를 외칠 때 묘하게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경험이 있는데, 그는 이런 걸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어떤 더 높은 차원의 연결로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천사들의 문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데, 처음에는 좀 과장 아닌가 싶다가도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진다.(_일본에는 말에 주술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는 언령신앙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데 시대도 장소도 다른데 뭔가 비슷한거 같아서 신기하다.)



역시나 "900개 논제" 이야기, 피코의 등장씬이기도 하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내용이라 그런지 가장 인생적인 내용이었다. 23세 나이에 유럽 학자들을 다 불러 모아 토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범상치 않다. (_아~ 자꾸 사기꾼으로 느껴지는건 왜일까 자꾸 이상한 소리내면서 어느나라 말이다 저나라말이다 하는것도 믿음이 안가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비용까지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다. 그런데 이게 결국 문제가 된다. 일부 내용이 이단으로 지목되면서 교황이 토론 자체를 막아버리고, 피코는 반박하다가 도망치고, 프랑스에서 체포되고, 다시 풀려나고 흐름이 거의 영화 같다. 이 부분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사람이 단순히 똑똑한 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확신이 생기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타협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일까지는 안 갔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고집 때문에 더 유명해진 느낌인데 그당시에는 낭만이 살아있는 시대여서 그런게 아닐까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책은 쉽게 읽어지지는 않는다. 르네상스 시대 이야기다 보니 역사나 지역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문장도 쫙~ 읽어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 수월해진다. 완벽하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피코가 이야기하듯 글과 언어의 힘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읽고 있다 이거는 무엇을 설명하려고 하는가와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특히 여러 사상과 종교, 철학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대담하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대 신비주의, 아랍 철학까지 다 끌어와서 하나로 연결하려는 모습은 뭔가 종합주의 같은 모든 명언과 철학을 한줄로 표현하고 싶어하는것 같다. 이표현도 글이 아닌 목에서 나오는 무언가로 나타내려하는것 같다.


읽으면서 계속 이게 단순히 옛날 옛날 이야기만 하는 책이 아니구나라고 생각됬다. 지금 우리는 학교에서 집에서 길에서조차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문장을 보고 듣는다. SNS에서 유행하는 말, 쇼츠 영상 속 자막, 누군가의 한 문장에 사람들이 웃고 화내고 움직인다. 피코가 말했던 "언어의 힘"이라는 게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언어가 우리를 끌고 다니는가 헷갈릴 때가 있다.



이 책은 명확한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언어는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인간은 그걸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을 피코는 그걸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_좀더 오래살아서 소크라테스정도 70대까지만 살았어도 결론을 내고 피코주의같은걸 완성했을텐데.. 아쉽다.)


피코가 누구야? 르네상스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지~ 그렇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언어에 관한 책이다. 단순히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쓰는 말과 내가 영향을 받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고전이라는 게 괜히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왜 사람들이 계속 고전을 찾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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