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 -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으로 읽는 우주 탄생
크리스 페리.게라인트 F. 루이스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6년 1월
평점 :
#크리스페리 #우주는어디에서왔을까 #시공사 #양자물리학과천문학으로읽는우주탄생 #우주과학
<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
우주에 대한 질문은 늘 크고 멀게 느껴진다. 빅뱅, 블랙홀, 은하의 끝 같은 말들은 듣기만 해도 장엄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일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거리감부터 좁히기 위해 가장 작은 세계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자 크리스 페리와 천체물리학자 게라인트 F. 루이스가 함께 썼다. 서로 다른 분야에 서 있는 두 과학자는 공통된 태도를 공유한다. 설명을 억지로 쉽게 만드는 대신, 이해할 수 있는 직관을 만들어 주자는 것. 그래서 이 책은 교과서처럼 답을 쌓아 올리는 대신 질문 하나를 던지고, 그 질문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도록 자연스럽게 흐른다.
우주는 이렇게나 거대한데, 출발은 왜 이렇게 미세했을까? 저자들은 이 질문을 ‘양자 요동’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광대한 우주는 사실 완벽히 고요한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진공조차도,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늘 미세하게 흔들린다. 에너지는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완전한 정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바로 이 작디작은 불안정성이 별을 만들고, 은하를 낳고, 지금의 우주 구조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 묘하게 감성적인 설명이다.
우주는 처음부터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었고, 아주 작은 흔들림을 안고 스스로를 키워온 존재였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으로 이어진다. 우리 역시 우연과 불완전함 위에서 지금의 자리에 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용히 남는다.
가장 작은 세계의 법칙이 가장 큰 우주를 만들었다면, 우리의 사소한 생각과 선택도 지금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거대한 답을 찾기 위해 꼭 거대한 출발이 필요한 건 아니듯이. 책을 덮고 나면 우주는 여전히 멀고, 여전히 크다. 하지만 더 이상 막막하지는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가 아니라,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주를 향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다.
과학이 궁금하지만 수식 앞에서 늘 멈칫했던 사람에게, 우주를 좋아하지만 경외감만 남아 있었던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된다. 가장 작은 흔들림에서 시작된 우주처럼, 이 책 역시 조용한 질문 하나로 생각을 흔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