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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ㅣ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평점 :
#자작나무숲 #김인숙 #북다 #한국문학 #2023이효석문학상
<북다 출판사로부터 일파만파독서모임에 도서지원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김인숙작가는 한국문학의 중견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국내 문학상을 수상을 했고 최근에는 2023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그때의 단편 작품을 이번에 장편작품으로 탈바꿈시킨 소설이다. 그리고 이번에 북다 출판사에서 새로운 시리즈 <앙스트>가 나오는데 그 두번째 작품이다. 앙스트시리즈는 한국문단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공포'를 기반으로 한 장편소설로, 한국문단에서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로 구성해서 시리즈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읽기전 이 작품을 공포소설로 알았지만 그건 크나큰 실수였다. 읽어보면 알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공포'의 의미가 아니라 한 가족의 비밀스러운 서사에서 그 속에서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 여성의 시간과 서사가 축적된 이야기 이다. 공포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고딕소설이라는 것이 맞을 듯하다. 초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요소가 결합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이다. 이 작품의 도서 분류가 '공포,호러'로 분류가 되어있는데 이건 좀 수정해야 할 듯하다. 이 때문에 오해하며 읽는 독자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소설은 쓰레기를 모으는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그녀의 유일한 상속자인 손녀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쓰레기 집에서 쓰레기 더미에 깔려서 죽은 할머니를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 집구성에서 생존해 있던 의문의 한 인물, 그리고 쥐똥나무 아래에 뭍혀있는 유골까지.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 쓰레기집과 할머니에 대한 내력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소문이 무성하다. 그 쓰레기더미가 집보다 더 많이 쌓여있던 집의 소유자는 원래 일제시대 때부터 굉장한 부자였고, 지금도 소설속 지역인 산1번지의 거의 모든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을사람들의 소문을 더 크게 만든다.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 무덤에서 발견된 뼈들에 얽힌 사연들, 쓰레기 더미들이 쓰러질 듯 말듯 한 그 속에서 그 안에서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는 모든것이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다. 쓰레기 무덤의 비밀처럼 사람의 이야기 속에 얽힌 비밀들도 하나씩 드러나면서 집에 쌓인 쓰레기처럼 폐기되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 속에 점점 질식하며 쌓여간다. 어떤 비밀이 단절되지 않고 끝없이 대물림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이렇듯 추리적 기법을 사용해 염소가 포식자를 피해 절벽을 요리조리 다니듯, 쓰레기 더미 속 염소의 길로 다녀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좁은 곳을 헤메이듯 거짓을 지우며 진실에 다가간다. 할머니가 쓰레기 더미에서 깔려 죽은 것이 과연 단순한 사고였을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범죄일지를 소설의 마지막 까지 소설속 인물들을 의심해가며 찾아가는 소설이다.
한국 문학에서 고딕소설은 흔히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장르의 특이점이 분명히 장점이 되는 작품이다. 단편의 내용에서는 그것이 매우 임팩트있게 느껴졌었는데, 이번 장편에서는 좀 단점이 되는 점도 있다. 작가의 글솜씨는 매우 훌륭하다, 작품의 소재도 매우 훌륭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것은 사건의 흐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빠르게 진척이 안나간다. 후반부의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의 수상한 점을 이끌고 나가려고 했던 것은 알겠는데,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의 부제와 스토리의 속도감이 없다보니까 이 고딕 소설의 쫄깃함이 없던 것이 아쉬웠다. 좀더 빠른 산건진행과 그 속에서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깊은 이야기가 발현이 되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었으리라 생각했던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