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 보다.
원래 책 읽는 페이스가 이렇게 빠르지가 않거늘.

성실하게 읽게 된 건 좋기는 하지만
이러다가 `이 책 읽었다`는 것 말고 죄 뇌에서 포맷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7월에 읽은 녀석들은 순서대로 이래와 같다.
1. 역사란 무엇인가 - EH 카(까치글방)    리디 페이퍼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리디 페이퍼
3. 下町ロケット변두리 로켓 - 池井?潤이케이도 준(小?館文庫소학관문고)    킨들
4.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시대의창)    리디 페이퍼
5. 상도 3권 - 최인호(여백)    리디 페이퍼
6.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열린책들)    리디 페이퍼
7. 금오신화 - 김시습(민음사)    리디 페이퍼
8. 죄와 벌 상권 - 도스토예프스키(열린책들)    리디 페이퍼
9. 海の見える理?店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荻原浩오기와라 히로시(集英社집영사)    킨들
10. コンビニ人間편의점 인간 - 村田沙耶香무라타 사야카(文藝春秋문예춘추)    킨들

역사란 무엇인가는 지난 달 초에 별도로 발제를 하기도 했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몇 번씩 읽다보니 매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껴져서 `멈춰 있지는 않았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
더구나 반세기나 지난 학술 서적을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고맙고 반가운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모르는 분이 더 적지 않을까 싶다. ^^;
정작 일본에서는 전자책으로 출간되고 있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작을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완전 득 본 느낌.


변두리 로켓은 아마 2015년에에 방송된 아베 히로시 주연의 드라마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은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의 작품.
한자와 나오키처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통쾌하게 손봐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정의하는 전반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이 작품으로인해 이케이도 준도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대열에 끼게 됐다.
다만 분명히 재미 있고 나름의 문제의식도 있는 소설이었지만 나오키상을 탈만한 작품인가 하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

드라마와는 다르게 소설은 사건들이 하나씩 순차적으로만 발생하는 단조로운 선형적 구성에다가 로켓 부품과 관련된 후반부의 갈등관계는 이케이도 준의 장기인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다소 무리하게 끌고 가는 측면이 크다.
(눈치 빠른 분들은 드라마를 보면서도 알아채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이전에도 위성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고 아베 히로시의 드라마판은 변두리 로켓2의 내용을 추가해서 제작한 리메이크.
덕분에 소설과 비교해보면서 원작이 가지고 있는 구성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나 스텝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짜냈는지 한눈에 들어와서 시청하는 내내 즐거웠다.
(2편에 해당하는 가우디 계획쪽은 소설을 읽지 않아서 아직 참고 있는 중. ^^;)
다만 안타깝게도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판권이 꼬였는지 국내에는 출간이 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는 1971년 네덜란드의 TV 방송에서 촘스키와 푸코가 대담을 나눈 것을 옮긴 책이다.
그 외에도 각각의 인터뷰나 강연 내용을 같이 엮었다.
덕분에 촘스키와 푸코에 입문하기에는 아주 쉽고 이해하기 편하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게 신기한 녀석이라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광기의 역사랑 감시와 처벌 좀 전자책으로 어떻게 좀... ㅜㅜ)


상도는 작년에 2권까지 읽고서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던 것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읽었다.
주인공 임상옥을 위기에서 구해줄 3번째의 비밀이 생각보다 평범해서 다소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비교적 무난한 마무리였다는 느낌.
10여년 전에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는 5권까지 있었던 것이
개정판을 내면서 잔문장을 대폭 손봤던 모양이다.
전체가 3권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신기하게 예전 5권짜리를 읽었을 때와 비교해 아무런 위화감이 없어서 다른 의미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린왕자는... 이번 달의 함정. 욘석 덕에 이번 달에 읽은 책이 10권이나 됐다.
실제로는 천천히 읽어서 2시간 만에... ^^;
어린 왕자는 다른 판본을 발견하면 우선 읽고 보는 게 버릇이라 이미 수십 번은 읽었지 싶다.
다만 이번 열린책들판은 생택쥐페리의 모국어인 프랑스어 판본을 가지고 번역했는데도 기존의 판본들에 비해서 문장이나 표현이 다소 튀는 편이어서 아쉬웠다.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 느낌이지만 다소 무라한 구석이 없지 않았나 싶다.


금오신화는 뭐 다 아는 그거. 꼼꼼한 주석과 번역 덕택에 작품에 등장하는 한시의 내용도 무리 없이 파악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 주된 이야기지만 시절을 잘못 타고난 탓에 생육신이 되어 벼슬도, 평범한 삶을 살지도 못하게 된 김시습 본인의 처지를 투영한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지른 게 책통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폭풍 세일을 할 때로 기억한다...
죄와 벌은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미뤄왔던 관계로 더는 늦추면 안되지 싶어서 시작했다.
꼼꼼한 추석과 전자책의 강점인 검색 기능 덕분에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 최대의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파악이 아주 수월해져서 내용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현재 하권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감상은 나중에 정리해 보는 걸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지난달 15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따끈따끈한 녀석.
주인공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면서 이발사의 생애를 듣는 구성이다.
일본인들이라면 다소 향수를 느낄 법한 쇼와시대의 느낌이 가득하기도 하고 마지막 반전에서 휴먼 드라마로 완성되는 구성은 아주 감동적.
(스토리로만 따지자면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편인 관계로 작가의 다른 단편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지만 표제작과 비교해서 이쪽은 많이 처지는 느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제작 하나만으로도 아쉽지 않다.


편의점 인간 역시 지난달 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녀석.
이 작품은 근래에 보기 드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154회에 수상했던 이류혼인담과 죽지 않은 자들이 구성에 휘둘려서 주제의식이나 메세지가 모호했던 것이나 현역 개그맨이 수상해서 화제가 됐던 153회 수상작인 불꽃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다소 머뭇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 것에 비해서 구성이나 주제의식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 번역되어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인데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일종의 사이코 패스.
타인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데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편의점에서 알바를 뛰면서 `사회화`를 이루게 되고 편의점의 `부속품`으로서의 자아에 눈뜨는 내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