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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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원서를 읽고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고 번역 체크도 하고 싶어서 한국어판을 읽었다.
원작의 힘이 대단하니 한국어판 역시 기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는 작품에 대해 추가로 생각한 것을 적어보려 한다.


주된 등장인물 3명의 이름에 대해서.

안노 가쇼庵野迦葉
마카베 유키真壁由紀
마카베 가몬真壁我聞


이 중 가쇼에 대해서는 기존 리뷰에서 석가의 10대제자 중 한 명이며 염화미소라는 고사의 주인공인 대가섭大迦葉에서 따왔다는 썰을 풀었으니 추가적인 설명은 불필요할 것 같다.


다음 마카베 유키.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의 한 사람인 유키 역시 작가가 이름 안에 담아둔 것이 있어 보인다.

먼저 마카베라는 성은 그녀의 남편인 마카베 가몬과 결혼하면서 바뀐 성인데 결혼 전의 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과거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바뀐 성인 마카베는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진짜 벽‘이라는 의미.

그녀의 직업이 임상심리사이며 또다른 주인공 히지리야마 칸나를 비롯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그 근원을 밝혀내고 풀어내야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이름이다.

마카베가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획득한 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의 운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름인 유키由紀 역시 일반적인 일본 여성의 이름이지만 ‘가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 行き와 발음이 같은 것을 고려하면 진짜 벽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의 벽을 넘어서 앞으로 가야하는 그녀의 인물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키의 남편인 마카베 가몬.
동생인 가쇼의 이름이 불교에서 따온 이름이듯, 가몬 역시 불교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든 불경에 등장하는 경구인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 아문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 가몬.

여시아문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는 의미를 가진 경구로 역시 석가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아난다阿難陀를 의미한다.

문자로 기록된 불경은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아난다가 석가의 말씀을 증언하는 형태로 되어 있기에 모든 불경에 여시아문이라는 경구가 등장한다.
이 경구처럼 그는 가장 많이 들은 자이기도 하며모두 이해하는 자이기도 하다.
유키와 가쇼가 품고 있는 비밀을 알면서도 지켜준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설정이다.
더불어 아난다는 굉장한 미남이었다니 가몬도...


마지막으로 한국어판에 대해 한 가지 푸념하자면 번역 문제를 들 수 있다.

베테랑 번역가이신 김난주님의 번역이라 기본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무난한 번역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의 없는 번역이 영 거슬렸다.

호르몬 야키ホルモン焼き를 곱창구이로 번역하지 않고 내장구이로 번역한 것이나 치노판チノパン을 면바지로 번역해도 됐을 것을 굳이 치노 판츠라고 번역한 것 등등등...

특히 지명 번역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성의가 아쉬웠다.
유키가 중간에 요코하마의 어느 호텔에 묵는 장면에서 나온 지면인 세키나이가 대표적이다.
이건 완전한 오역인데 원문은 関内.
이를 읽으면 세키나이가 아니라 칸나이.

물론 일본어 지명을 번역하는 건 극도로 어려운 일이고 関를 세키로 읽기도 하지만 산간벽지도 아니고 요코하마 같은 대도시에 있는 전철역 이름이라면 구글링 한 번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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