ファ-ストラヴ (單行本)
시마모토 리오 / 文藝春秋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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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반기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 퍼스트 러브.

아직 번역은 되지 않았지만 번역 출간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거의 거르지 않고 번역 되어 나오고 있는 나오키상 수상작이고 걸작이다.

읽는 내내 차오르는 먹먹함에 주체를 못 하면서도 결국 손을 뗄 수 없어서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주인공인 마카베 유키真壁由紀는 임상심리상담사이다.
어느날 그녀에게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어느 살인사건의 피고인을 상담해서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을 내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피고인은 아나운서 시험을 보던 취준생 히지리야마 칸나聖山環菜로 면접 도중에 기권하고서 백화점에서 부엌칼을 사서는 미술학교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찾아가 찔러서 살해했다.

그리고 그런 유키에게 소원한 관계에 있는 시동생인 안노 가쇼庵野迦葉의 연락이 온다.
피고인 칸나의 국선 변호사로서...

과연 이 사건을 쫓는 유키와 가쇼는 어떤 진실에 맞딱뜨리게 될까?

구체적인 감상을 풀어놓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문학은 어떻게 사람을 위로할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금 명확하게 깨달았다.
문학의 위로는 당신의 고통을 알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의 고통이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걸 이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심지어 스스로도 모를 수 있는 내밀한 상처와 고독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마치 걸작 스릴러인 양들의 침묵이 스릴러이기 이전에 클라리스 스탈링이란 여인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작품인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단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작품에서 언급되는 이른바 ‘동류의 인간‘ 뿐일 수도 있다.

나는 절반은 구원받았지만 절반은 아직도 분명 그 ‘동류의 인간‘이다.

보통의 인간과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깊은 심연이 가로질러 놓여 있다.
그래서 늘 고독하다.

그래서 작품의 느낌이 남달랐을 게다.

디테일은 다를지언정 평생 내 내면의 풍경을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묘사하는 글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동류의 인간‘인 분들은 본인과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거라 생각한다.

물론 ‘동류의 인간‘이 아닐지라도 이 작품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다.

살인사건의 진상과 그 범인의 내면을 추적해 들어가는 스릴러적인 소설이면서 피고인인 여성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에 다가가 결국은 자신들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도 직시하고 치유해가는 내용은 그 자체로 김동적이다.

동시에 작가가 정보를 공개하는 순서와 방식이 치밀해서 스릴러적인 재미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안노 가쇼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순간이다.

주인공 마카베 유키의 시동생 안노 가쇼庵野迦葉의 이름에는 의미심장한 의미가 담겨 있다.

가쇼의 이름에 대해서는 작품 안에서 짧게 언급되지만 일본에서는 정말 이상한 이름으로 불교에서 온 이름이다.

이 이상한 이름(?)은 실은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 대가섭大迦葉에게서 따온 이름이다.
염화미소拈花微笑라는 고사에서 등장하는 제자가 비로 대가섭.

중간 즈음에 갑자기 이 이름의 의미가 이해된 순간부터 책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 이름에 담긴 의미가 이해가 되는 순간 재미와 감동이 몇 배는 증폭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에 미래에 읽으실 분들을 위해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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