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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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15년이 어색한 이 때, 한결 산뜻한 표지를 입은 <샘터> 2015년 해오름달(1)이 독자 곁을 찾아왔다. 표지뿐 아니라, 다채로운 내용의 이야기들로. 손정미 편집장은 “2015년 샘터는 다시 만남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인연을 맺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와 그 속의 울림을 찾고자 하기 때문입니다.”(119)라며 독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새롭게 단장한 샘터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이색 협동조합> 꼭지가 눈에 띈다. 같은 뜻을 지닌 이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희망차게 변화시켜 나가는 협동조합 사람들을 만나는 코너이다. 이번 호에는 중국동포 자녀들을 사랑으로 품는 지구촌협동조합의 이야기가 실렸다. 김해성 조합장은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연대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이 협동조합”(18)이라며 협동조합의 의의를 설명한다. 짧은 글이지만, 우리 주위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이 뜬다>도 흥미롭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소위 뜨는 공간으로 주목받는 장소를 찾아가는 코너다. 이번 호에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서점과 맥주를 결합해 독특한 동네서점으로 각광받는 북바이북을 찾아갔다. 다른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이 많았다. 빈 책갈피에 추천평을 적는 책꼬리, 요즘 읽는 책의 목록을 적는 독서카드 제도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주위의 핫한장소를 매달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생길 것 같다.

 

이밖에도 <내 몸 사용설명서>, <예술로 다독다독>, <공항 24>, <대학로 르네상스>, <내가 사랑한 이곳> 등의 알찬 코너가 독자들에게 새로 선보였다.

 

 

새로운 꼭지 외에도 샘터의 대표 꼭지라 할 수 있는 <행복일기>, <특집>도 여전히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전해 주고 있다.

 

행복을 얻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외적인 조건보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내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새해엔 좋은 뉴스를 만나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73)

 

시인 나희덕이 <나희덕의 산책>에서 독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 때, 곱씹어 볼 말이다. 아직 낯선 2015, <샘터>에 실린 다양한 감동과 소망과 함께 2015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그리고, 새해엔 곳곳에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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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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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그것도 우리나라 동화책하면 선입견이 있었다. 왠지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고, 아이들도 안 볼 것 같은 내용과 그림... 그렇지만, 어떤 동화책은 어른이 읽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고, 삽화도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는 후자이다. 수준 높은 이 동화책은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동화 작가 김은의, 이미지, 박채란이 함께하는 기획 집필 모임인 날개달린연필이 썼다. 명탐정, 세계기록유산을 구하라!로 제 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물원의 동물을 사실감 있게, 예술적으로 그린 이도 세 명이다. 박정은, 강재이. 이한솔.

   

 

동물원에 가면 각지에서 온 동물을 볼 수 있어요. 시베리아에서 온 호랑이, 아프리카에서 온 코끼리, 북극에서 온 북극곰, 사막에서 온 낙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까지 온갖 종류의 동물이 모여 살지요. 이 동물들은 어떻게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136)

 

작가가 글쓴이의 말에서 던진 질문이다. 동물원에 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다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던 질문일 것이다. 작가의 질문에 답하듯.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천둥, 시베리아 호랑이지만, 동물원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 가 본 적이 없다. 천둥은 우연히 이웃 표범에게 고향 이야기를 들은 뒤로, 진짜 숲을 모르는 자신이 호랑이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두루미 갑돌이는 평생을 같이 지낼 짝 갑순이를 동물원에서 잃는다. 우리의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때문에 발에 병이 난 갑순이가 죽고 만 것이다. 코끼리 꽁이는 좁은 우리가 너무 갑갑해서 벽을 차며 난동을 부린다. 가족과 함께 살던 고향에서 억지로 붙잡혀 동물원까지 오게 된 꽁이는 더 이상 인간을 믿지 않는다.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가 주인공 가 되어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특히 각 이야기는 실제 사례를 모티프로 써진 것. 독자들은 동물의 입을 빌려, 인간이 아닌 동물의 기준에도 동물원이 행복한 공간일지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천둥아, 너도 호랑이란 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이 아저씨가 주는 우유를 받아먹고 컸지만 너도 호랑이야.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져. 천둥처럼 울음소리도 크게 내고 말이야. , 천둥아!” (32)

 

이 동화는 각각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준다. 아니,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도 동일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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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 예수님의 심장
하재성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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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긍휼 엿보다

 

간음하다 그 자리에서 잡히던 여인이 있었지요. 모두가 율법의 잣대를 들이밀며, 손가락질했습니다. 단 한 사람, 그 앞에서 땅을 향해 시선을 거두시고, 무언가를 쓰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예수님. 그는 철저히 외로웠고, 고립되었던 사마리아 여인과도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십니다. , 누구도 밟기 꺼려했던 사마리아 땅에서요. 어떤 일이라도 하면 안 되는 안식일에 손을 고치신 예수님은 또 어떤가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이해 못 할 행동. 그 이면에 흐르는 한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자원이며 묘약입니다. 그 사랑을 담으려고 성경에 긍휼의 돋보기를 대보았습니다. (7)

 

그렇습니다. 바로 긍휼입니다. 목회상담을 공부한 하재성 목사는 그의 전공을 살려 예수님의 행적에 긍휼의 돋보기를 갖다 대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긍휼, 예수님의 심장이라는 선물을 맛보았지요. 예수님의 긍휼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한 가지만 살펴보지요.

 

눈물이 마르지 않는 장례 행렬을 만나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시선은 눈을 어지럽히는 장례 행렬의 화려한 외관에도 헤매지 않았다. 그분의 시야와 마음은 딱 한 사람으로 가득 찼다. 그 장례 행렬에서 가장 마음이 슬픈 한 사람, 가장 깊은 신음을 안고 있는 바로 그 사람! 주님께서 그 여자를 보시고, 가엾게 여기셔서 말씀하셨다. “울지 말아라.”(56, 57)

 

역시 긍휼이었습니다. 긍휼의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슬퍼할 한 여인에게로 눈을 향하십니다. 그리고, 위로를 건네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요. 예수님은 율법을 어기시면서까지 관에 손을 대십니다. 이어 죽은 자를 부르시고, 죽은 자를 향해 명령하십니다.젊은이야, 내가 네게 말한다. 일어나라.”(61)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생명으로 이어졌지요. 주님께서는 울지 말라는 말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삶의 소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심을 명백히 증명하셨습니다. 작가는 그 소망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그분의 심장, 그분의 긍휼하신 성품에서 생겨난다(63)고 말합니다.

 

긍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긍휼이라는 단어의 구휼할 휼()자는 마음 심 변()에 피 혈()자가 합쳐진 것이다. 즉 심장에 피가 흐른다면 남을 불쌍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28)

 

지금도 어디에선가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혼모, 외국인노동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 취업준비생, 강제해직된 노동자, 최고급아파트 경비원, 노숙자.

 

머리로는 안다고, 이해한다고 주장하지만, 가슴으로는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는 그들의 아픔. 그들의 눈물. 그들의 가슴.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할수록,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연약함을 재차 발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에 제일 필요한 단어는 긍휼아닐까요? 그것도 예수님의 긍휼.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어 심지어 자신조차도 죽음에 내던지신 예수님. 그 예수님의 심장을 조금이라도 이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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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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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둥근데, 누구에겐들 평지가 주어질까보냐. 삶이란 움퍽짐퍽 이어지는 것. 우리 모두 평등하게 나이 먹을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워하자. 행운이란, 행복이란 우리의 근면과 성실 사이를 서성거리다가 서서히 자리 잡는다. 이 저물녘엔 자신에게 미소를 짓자. 그 마음 씀씀이 하도 어여뻐 행운의 여신도 미소 짓도록, 우리 찬찬히 그렇게 살자. (12, 정숙자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티> )

 

1년의 맺음달, 12월의 <샘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곱씹을수록 한해를 찬찬히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달이니만큼, 샘터 12월호에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려는 모습과 함께 힘차게 새해의 문을 열자는 바람이 가득 담겨 있다. 나희덕 시인도 <소멸의 방>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독자에게 건네 준다.

 

우리에게도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시간의 캔버스가 놓여 있다. 둥근 점이 빼곡하게 들어차듯 한 순간 한 순간이 모여 어느새 한 해의 궤적을 이루었다. 그러니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 대해서는 저 수많은 점에게 물어야겠다. (73)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샘터>의 대표적인 꼭지라 할 수 있는 특집 제목이다. 쉰일곱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늦깎이 교사, 2년 동안 암투병을 해 온 전문의 등 고난을 이겨 내고, 새롭게 소망을 부여잡은 우리네 이웃들. 그 치열한 삶을 보며 올해 이루지 못한 것을 붙잡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여러 연재가 마무리된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버스로 시티투어>, <남편 육아기>, <헌책이 말을 걸었다> 등 정들었던 연재가 끝나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새해에 더 풍성하고 깊은 내용의 글들이 찾아올 것이기에 기대도 갖는다.

 

온 국민의 가슴이 많이도 아팠던 2014년도를 잘 도닥여 보내고 조금은 더 깊은 진실과 조금은 더 아름다운 정의, 그리고 평화를 나눌 수 있는 2015년을 맞길 기원합니다. (116, 현경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지혜> )

 

참 다사다난하고 아픔도 많았던 2014. 신학자 현경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샘터 12월호와 함께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잘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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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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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의 기억이 없는 새로운 장소, 전적으로 몰개성적인 공간으로서의 호텔 방에 들어선다. 불편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여행자, 즉 순전히 이동하는 존재로서의 자질이 강화된다. 우리는 호텔 방에서 우리 삶의 은유들을 좀 더 발견해야만 한다. (53쪽, '호텔 방')

 

누가 호텔 방에 대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마주치고, 지나치는 일상. 그 일상의 면면을 세밀히 관찰하고, 일상이 풍기는 향기를 전한 이가 있다. 바로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가이자 영화감독 필립 클로델. 그의 공감각적 산문집 향기가 찾아 왔다.

 

아카시아, 마늘, 구운 베이컨, 곰팡내, 전나무, 하수 처리장, 노인, 교도소, 교회, 잠든 아이. 작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경험했던 물건, 장소들을 현재로 소환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물에 얽힌 경험을 나눈다. 작가에겐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했고, 사물 하나 하나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마늘에 대한 그의 추억은 이렇다.

 

할머니는 재봉가위를 가지고 스테이크 위에 파슬리를 조금 떨어뜨려 섬세하게 장식해 작품을 마무리한다. 싱싱한 허브 향이 풍겨 나온다. 그러고 나면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할머니는 안 먹어요?”

내가 물으면 할머니는 대답해 준다.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난 배가 부르단다.”

할머니는 내가 여덟 살 때 돌아가셨다. (15)

 

많은 음식에 들어가는 마늘’. 작가는 이 마늘을 볼 때마다 할머니가 떠올랐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많은 독자들에게 우리 곁에 있지만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선사한 것이다. 작가는 작은 사물을 통해 세계관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양배추’.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지속되는 냄새. 요컨대 너무나 흔한 나머지 다른 향기가 그 냄새를 흉내 내어 그 정체성을 빼앗고야 마는 냄새.

사실상,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마 그 때문에 오랫동안 아무도 아닌 이들의 식사였을 것이며 그들의 피부에 달라붙었을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비난당하고 추방당한 약자.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그런.

나는 오랫동안 여전히 양배추 냄새가 나기를 바란다. (70)

    

시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아니면 개인의 일기장과도 같은 향기. 짧은 글들이지만, 문장 하나 하나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진한 향기가 배어 나온다. 아마도 작가의 인생 순간순간에서 깊이 길어 올린 생각과 감정이라 그럴 것이다. 한번 주위를 돌아보자.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물과 순간에서 놓치고 있는 비범함은 없는지.  

 

글자 하나가 하나의 냄새를, 동사 하나가 하나의 향기를 품고 있다. 단어 하나가 기억 속에 어떤 장소와 그곳의 향기를 퍼뜨린다. 그리고 알파벳과 추억이 우연히 결합하여 조금씩 직조되는 텍스트는, 꿈꾸는 삶과 지나온 삶과 다가올 삶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경이로운 강물이 되어 흘러간다. 수천 갈래로 갈라지며 향기를 뿜으며.

(271,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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