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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ㅣ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동화, 그것도 ‘우리나라 동화책’ 하면 선입견이 있었다. 왠지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고, 아이들도 안 볼 것 같은 내용과 그림... 그렇지만, 어떤 동화책은 어른이 읽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고, 삽화도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는 후자이다. 수준 높은 이 동화책은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동화 작가 김은의, 이미지, 박채란이 함께하는 기획 집필 모임인 ‘날개달린연필’이 썼다. 『명탐정, 세계기록유산을 구하라!』로 제 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물원의 동물을 사실감 있게, 예술적으로 그린 이도 세 명이다. 박정은, 강재이. 이한솔.

동물원에 가면 각지에서 온 동물을 볼 수 있어요. 시베리아에서 온 호랑이, 아프리카에서 온 코끼리, 북극에서 온 북극곰, 사막에서 온 낙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까지 온갖 종류의 동물이 모여 살지요. 이 동물들은 어떻게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136쪽)
작가가 글쓴이의 말에서 던진 질문이다. 동물원에 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다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던 질문일 것이다. 작가의 질문에 답하듯.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천둥, 시베리아 호랑이지만, 동물원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 가 본 적이 없다. 천둥은 우연히 이웃 표범에게 고향 이야기를 들은 뒤로, 진짜 숲을 모르는 자신이 호랑이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두루미 갑돌이는 평생을 같이 지낼 짝 갑순이를 동물원에서 잃는다. 우리의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때문에 발에 병이 난 갑순이가 죽고 만 것이다. 코끼리 꽁이는 좁은 우리가 너무 갑갑해서 벽을 차며 난동을 부린다. 가족과 함께 살던 고향에서 억지로 붙잡혀 동물원까지 오게 된 꽁이는 더 이상 인간을 믿지 않는다.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가 주인공 ‘나’가 되어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특히 각 이야기는 실제 사례를 모티프로 써진 것. 독자들은 동물의 입을 빌려, 인간이 아닌 동물의 기준에도 ‘동물원’이 행복한 공간일지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천둥아, 너도 호랑이란 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이 아저씨가 주는 우유를 받아먹고 컸지만 너도 호랑이야.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져. 천둥처럼 울음소리도 크게 내고 말이야. 응, 천둥아!” (32쪽)
이 동화는 각각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준다. 아니,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도 동일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책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