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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 - 나답게 살기 위한 부엌의 기본
주부와 생활사 지음, 정연주 옮김 / 샘터사 / 2019년 10월
평점 :
먹방 전성시대이다. TV에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유튜브에는 각종 요리 레시피들이 가득하다. SNS에는 맛있는 음식을 예쁘게 찍은 사진이 널려 있다. 단순히 한 끼만 때우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음식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색다른 요리책이 출간되었다. 『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 일반 요리책처럼 요리 레시피만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서 흥미로웠다. 어떤 특별한 요리를 소개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매일의 식탁’을 말한다.
사람들의 일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매일의 식탁’.
몸 상태나 식성이 달라지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심신 모두 건강학 지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정리하고
지금 나에게 딱 맞는 식사를 시작하게 된다. (프롤로그)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7명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요리 철학과 레시피를 전하고 있다. 수필가 히라마쓰 요코는 17년 전에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60대가 된 이후, 그녀는 레시피 없는 자유로운 요리를 하고 있다.
그런 히라마쓰의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는 손이 너무 많이 가지 않고 냉장고에 거의 언제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다. 봄에는 유채꽃과 산나물, 겨울에는 배추와 무처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 (11쪽)
그녀의 요리의 특징은 요리 재고를 만들어둔다는 것이다. 그런 재고는 다양한 요리로 변형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그녀는 녹색 채소 찜, 파드득나물 김 무침, 물냉이 수프 등을 추천한다. 바로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것이다.
요리는 단순히 내가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는 음식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 사회 운동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에다모토는 식재료를 선택하는 일은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사회에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렇게 작은 행동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먹는 행위가 사회 운동으로 이어진다는 가치관을 개개인이 갖추게 되면 사회도 변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47쪽)
이 책의 부제는 <나답게 살기 위한 부엌의 기본>이다. 먹거리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때, 책에서는 다양한 요리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그 철학들과 음식들을 살펴보며, 나의 식생활은 어떤지 돌아볼 수 있었다.
먹는 것은 식사 시간에 한 번 먹는 행위로 그치지 않는다. 그 음식은 남아서 나의 몸과 마음을 결정하고, 건강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중에라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음식을 잘 만들진 못하지만, 만들면서 나만의 음식 철학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