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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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심히 해도 인정을 못 받아. 열심히 해도 월급이 이래. 열심히 해도 승진이 안 돼. 열심히 해도 인기가 없어...”

 

만약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해 줄 수 있을까? “괜찮아, 나중에는 잘 될 꺼야, 힘내혹은 조금만 더 열심히 해 봐!” 정도가 할 수 있는 말이겠다. 한 일본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너도나도, 어디서도 노력을 말하는 이 때, 노력하지 말라는 말은 넌센스처럼 들린다. 작가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작가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성격 개선 전문 심리 카운슬러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력과 능률에 목 매어 살던 그. 다이어트 때문에 단식원에 들어가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필요한 건 이미 있다는 발상(25)이 그것이었다. 그 발상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존재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내 가치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미 나에게는 나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는데,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데, (27)

 

그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바탕으로 그는 강의 스타일을 바꾼다. 교토와 도쿄 양쪽에 열었던 학원도 교토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매출을 생각하자면, 올바른 결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 열심히 글을 쓰지도 않았고, 너무 열심히 홍보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더욱 유명해졌고, 그의 강의엔 더 많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흔히,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게으른 것 같고, 마냥 노는 것 같이 여겨진다. 일반적인 통념 앞에서 작가는 이렇게 권면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길만 고집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좀 더 여유롭게 보게 해줍니다. 시각이 넓어지는 만큼 가능성도 커집니다. 행운이라고도 하는 가능성이죠. (119)

 

어쩌면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바로 앞에 놓인 환경과 실적만을 바라보진 않는가. 작가는 그런 사각지대에 빠진 우리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다른 환경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묻는다면, 스스로 갖고 있는 자신만의 가치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른 책과 매체에서는 이런 소리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열심히 해라, 열심히 살아라, 더 열심히 무언가 해라’.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틀린 말은 아니리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명쯤은 남다른 삶의 패턴을 갖아도 되지 않을까.

 

순간순간 열심히 해도 성과가 오르지 않고, 낙담될 때, 이 책의 제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물론 이 책도 너무 열심히 읽을 필요는 없다. 곳곳에 숨겨진 지혜를 내 삶에 맞게 펼쳐내면 그만이다. 우린 그동안 너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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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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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산뜻하다.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빛 벼의 모습이다. 샘터 10월호가 추수의 달에 풍성한 이야기 꾸러미를 갖고 찾았다.

 

맨 처음, 흥미를 끈 건 소위 SNS 공감시인이라 불리는 하상욱 작가의 인터뷰였다.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서는, 촌철살인의 미학이 그의 시에 들어있기에 평소에 궁금했었던 작가였다. 2013년 출간한 2권의 시집 <서울시>가 무려 16만 부나 팔렸고,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시집 4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 원천이 무엇일까?

처음에는 돌아이같은 놈이었겠죠? 그저 쿨하다거나 재밌다 정도로만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 글이 생각 없이 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눈치채신 것 같아요. 글 속에 진짜 공감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거든요.” (15)

역시 공감이었다. 그는 인터넷의 재밌는 뉴스나 댓글을 주의깊게 본다. 그렇게 접한 모든 이야기를 놓고 충분히 오래 고민한다고 한다. 이렇듯 짧은 글 한 편에도 그의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 있던 것이다.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작년엔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한 하 작가. 앞으로도 그의 공감에 대한 노력과 열정이 더 많은 열매를 맺길 기대한다.

 

 

<독립출판 서점, 오디너리북샵>도 흥미로웠다. 최악의 출판계 불황 속에서 이 서점이 갖는 전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시장성이 없거나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기성 출판계에서는 다룰 수 없는 출판물을 우리는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19)

김정은 대표의 말이다. 시장성이 없는 것을 다룬다니? 언뜻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런 독립출판 서점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아마 어딜 가도 똑같은 책들에 대해 질린 사람들이리라. 이런 독립출판 서점은 서울 홍익대 근처와 대학로, 용산 등지에 있다니, 한번 들리고 싶다.

 

영화 <귀향>을 만든 조정래 감독 이야기에도 눈이 갔다. <귀향>은 위안부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영화 제목 <귀향>에서 자를 귀신 귀()로 썼어요. 영화가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타국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소녀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83)

민감한 소재 탓에 처음에는 투자를 받기 상당히 어려웠단다. 다행히 크라우디 펀딩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배우와 제작진도 재능 기부로 영화 제작에 도왔다. 하지만 아직도 배급사를 찾지 못한다고 해 안타까웠다. 두 개의 천만 영화가 극장계를 휩쓴 요즘, 이런 의식 있는 영화가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드라마 치료, 게스트 하우스, 크로스핏, 문화 살롱, 한국의 옛 이야기 등 풍성한 소식이 이번 호에도 가득 찼다. 왠지 넉넉해지는 요즘, 샘터 <10월호>와 함께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가을을 맘껏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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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시 - 한시 학자 6인이 선정한 내 마음에 닿는 한시
장유승 외 지음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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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를 읽고 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이미 경영 서적이나 처세 서적이 상위에 올라간 지 오래다. 실생활에 당장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딱딱 떨어지고, 휙휙 돌아가는 스마트한 시대에서 시 한 편은 잠깐 쉬어갈 틈을 준다. 그중에서도 한시. 옛 사람들이 읊었던 한시에서도 삶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

 

하루 한시. 약간 고루해 보이는 한시를 친절하게 소개한 책이다. 한시 학자 6인이 101편의 한시를 선정, 학문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시를, 우리네 일상 속의 언어와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장유승, 박동욱, 이은주, 김영죽, 이국진, 손유경 박사는 모두 한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시의 대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소개로 멀게만 느껴졌던 한시가 바로 내 옆에 친밀하게 다가온 느낌이다. 한 시 몇 편을 읽어 보자.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남겨두어

더위로 고생하는 사람 조용히 기다렸네 (20)

 

정약용의 시. 참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전철과 버스 안에서는, 거리에서는 누구나 다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 기다림이란 것은 얼마나 쓸 데 없는 것인가. 이 시를 소개한 김영죽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 효율성이 극대화된 지금, 기기를 통한 연계는 자연스러워지고, 직접 누군가를 마주하는 것은 낯설어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신 기기가 아니라 기다리고 숙시하는 끈기일지도 모른다. (22)

 

박제가도 한시에서 이렇게 권면한다.

 

붉을 홍한 글자만 가지고

눈에 띄는 온갖 꽃을 말하지 말라

꽃술도 많고 적음 있는 법이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들 보라 (35)

 

이렇듯 한시를 쭉 읽다보면, 옛사람들의 지혜와 경륜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시가 주는 가르침이 지금까지도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얘야, 네 아이 키우게 되면

그때야 저절로 알게 되리라 (193)

 

16세기 문인 이문건이 쓴 글이다. 이 짧은 시만큼 육아를 잘 설명한 글이 어디 있을까? 이 시는 손자의 육아일기 양아록에 실린 글로서 할아비의 마음을 손자가 알아줬으면 하는 소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은주 박사는 이 시를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자식으로서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주기를 원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가 어느덧 부모가 되고서야 자신 또한 아이 키우기에 부심하는 부모의 마음을 갖게 된다. (195)

 

 

101편의 한시. 옛 사람이 썼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구라도 감동과 교훈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좋은 글의 힘인가 보다. 머리말에서 장유승 박사는 이렇게 한시를 논했다.

 

한시를 고상한 문학작품으로 연구하는 학자들과 한시를 외면하는 대중 사이에서 우리가 할 일을 모색한 결과, 학문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시를 일상의 영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시는 원래 일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언어로 우리 시대의 일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7)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파랗고 높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보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흔히 말하는 요즘, 분주한 마음과 바쁜 일정을 잠시 내려놓자. 그리고, 옛사람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귀 기울여 보자. 지혜의 보고인 한시를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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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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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이 작품을 무슨 장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참 낯선 책이었다. 한 문장으로, 한 단락으로 정의될 수 없는, 아주 낯설고 지독하고 불편한 책이다. 굳이 한 문장으로 바꾸자면,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 참매를 키우는 이야기정도?

 

우선, 참매를 키우고 길들인다는 것 자체가 생경했다. 참매를 길들이는 풍경도 사뭇 의아했고, 관련된 단어도 낯설었다. 매잡이라는 것도 흔히 볼 수 없지 않은가? 큰 줄거리의 틀 안에서 여러 시점이 혼재해 헷갈린다. 참매를 기르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살펴본 여러 권의 고서적의 이야기도 쉽게 읽히진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조금씩 이 책의 참맛이 느껴졌다.

 

헬렌 맥도널드.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이다. 그녀는 큰 상실을 경험한다. 바로 그녀의 우상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이다. 사진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함께 매잡이가 되려는 꿈을 키웠던 헬렌,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충격에 휩싸인다.

 

물질에, 사랑에, 상실을 멈추어 줄 무엇이든 갈급했고,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가리지 않고 움켜잡으려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36)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랑도 실패한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희망이 남아 있을까? 그녀가 선택한 것은 오랜 꿈이었던 야생 참매 길들이기였다.

 

그때부터 참매는 내게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39)

 

쉽지만은 않았다. 야생의 존재, 그것도 하늘을 삼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참매를 한 여인의 손으로 길들이는 건 그야말로 넌센스. 먹이를 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체중을 조절하고, 날 수 있게 하고, 사냥을 하도록 하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헬렌은 평생의 사명처럼 이 일을 해 나간다. 1장 제목인 <인내>처럼 끊임없이 인내하며, 하나하나 해 간다. 때로는 시행착오를 해 가며, 어떨 때는 참매 관련 고서적을 탐독하며, 길들여간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서서히 헬렌은 성장한다.

 

예전에 매를 날리면서 나는 슬픔에 매몰되었지만 이제 내 슬픔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 고요한 숲 장면을 제외하면 모든 게 없어졌다. 나는 이 안으로 큰 혼란과 실상을 놓아 버릴 심산이었다. (277)

 

그럼에도 슬픔은 헬렌을 완전히 떠나진 않는다. 순간순간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고개를 쳐들기도 했지만, 헬렌은 죽음이라는, 인생의 대전제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해 간다.

 

그리고 나도 죽는다는 사실이 날카롭게, 말 없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래, 나도 죽겠지.’(311)


헬렌이라는 사람에게 닥쳐온 어두운 터널. 그 터널을 힘겹게 빠져 나가도록 도와준 참매. 그것의 이름은 날카롭고, 용맹스러운 참매의 이미지와는 다른 메이블이었다. ‘죽음과 최대한 거리가 먼 이름을 택한 헬렌의 마음이 느껴진다. 헬렌은 메이블과 거의 한 몸처럼 생활한다. 메이블이 두려워하면 헬렌이 두려워하고, 메이블이 자유로우면 헬렌도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한다.

 

나는 속으로 중얼댔다. ‘내가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매를 위해서 난 행복해져야 해.’ (244)

 

다시 한 번 이 책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한 여성의 성장과 성숙을 다룬 자전적 소설? 치밀하게 참매와 자연을 묘사한 에세이? 참매를 길들이는 방법을 설명한 실용서? 하지만, 읽다 보면, 장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알 것이다.

 

메이블 이야기는 헬렌이라는 한 상처 입은 여인의 이야기다. 메이블을 길들이면서 성숙하는.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헬렌의 이야기만은 아니란 말이다. 많이 거절당하고, 실패를 수없이 경험한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상처 입은 헬렌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 겹쳤다. 울부짖고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했다. 그녀가 메이블을 길들이며, 순간순간 용기를 내고, 상처를 딛는 모습은 내게도 굳은 마음을 주었다. 오래도록 내 지침이 될 것이다.

 

극심한 슬픔과 낙심 속에서 주어진 시간을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또 그 속에서 사랑돌봄을 끊임없이 베푸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결국은 선택해야 할 한 가지일 것이다. 메이블 이야기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계속 쓰일 나만의 메이블 이야기, 어떤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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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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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토머스 하디, 윌리엄 워즈워스. 이들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이들은 계속 많은 사람이 찾는 명작을 후세에 남긴, 영국 작가들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다양한 성격의 등장 인물, 세세한 묘사. 어떻게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이들이 글을 썼던 공간. 그 공간으로 안내하는 책 작가들의 정원을 읽어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명의 작가들이 실제로 살았던 집과 정원이 수록되어 있다. 단순히 장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당시 정원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되었다. 거기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작품을 쓰는 공간 외에도 정원이 작가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정원은 작가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글을 쓰는 장소를 제고한다. ‘작가의 은신처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에 되살리고 싶어 한 이미지이다. (9)

 

삶의 치열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한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정진했을 그들. 그 모습에 왠지 숙연해진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정원은 어떠할까?

 

숲이 있었다. 내 상상 속에서 그곳은 뉴 포레스트만큼이나 거대하게 다가왔다. 나무에는 없는 게 없었다. 신비와 공포, 은밀한 기쁨, 범접하기 어려움, 초연함 등. 나무 그늘에서 나오면 마법은 사라졌다. 그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71)

 

애거서에게 정원은 글감의 원천이자, 상상력을 떠올리는 우물이었을 것이다. 애거서의 작품에서 그녀의 정원, 그린웨이는 실제로 묘사되기도 한다. 꼬부랑길이지만, 벼랑 끝에 다다르면 나폴레옹 시대의 포대가 나오는 그린웨이의 숲속 길이 대표적이다. 이 곳은 그녀의 소설에서 여러 번 등장했고, 다섯 마리 아기 돼지에는 거의 똑같이 묘사되었다고 한다.

 

낯선 이름과 지명이 가득해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직접 내가 정원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정원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 또한 위안과 안식을 얻은 듯 했다. 다른 책 판형과 다른, 거의 정사각형인 판형의 책도 산뜻함을 주었다. 마치 좋은 그림 도감을 보는 듯, 책장을 넘기는 기쁨이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바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집과 작업실에 대해서. 잘 보존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형편이다. 좋은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고, 작가가 어떤 과정으로 글을 썼는지 잘 보여 주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흔히 얘기하는 문화의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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