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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ㅣ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제인 오스틴,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토머스 하디, 윌리엄 워즈워스…. 이들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이들은 계속 많은 사람이 찾는 명작을 후세에 남긴, 영국 작가들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다양한 성격의 등장 인물, 세세한 묘사. 어떻게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이들이 글을 썼던 공간. 그 공간으로 안내하는 책 『작가들의 정원』을 읽어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명의 작가들이 실제로 살았던 집과 정원이 수록되어 있다. 단순히 장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당시 정원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되었다. 거기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작품을 쓰는 공간 외에도 정원이 작가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정원은 작가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글을 쓰는 장소를 제고한다. ‘작가의 은신처’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에 되살리고 싶어 한 이미지이다. (9쪽)
삶의 치열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한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정진했을 그들. 그 모습에 왠지 숙연해진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정원은 어떠할까?
‘… 숲이 있었다. 내 상상 속에서 그곳은 뉴 포레스트만큼이나 거대하게 다가왔다. …나무에는 없는 게 없었다. 신비와 공포, 은밀한 기쁨, 범접하기 어려움, 초연함 등. 나무 그늘에서 나오면 마법은 사라졌다. 그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71쪽)
애거서에게 정원은 글감의 원천이자, 상상력을 떠올리는 우물이었을 것이다. 애거서의 작품에서 그녀의 정원, 그린웨이는 실제로 묘사되기도 한다. 꼬부랑길이지만, 벼랑 끝에 다다르면 나폴레옹 시대의 포대가 나오는 그린웨이의 숲속 길이 대표적이다. 이 곳은 그녀의 소설에서 여러 번 등장했고, 『다섯 마리 아기 돼지』에는 거의 똑같이 묘사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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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과 지명이 가득해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직접 내가 정원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정원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 또한 위안과 안식을 얻은 듯 했다. 다른 책 판형과 다른, 거의 정사각형인 판형의 책도 산뜻함을 주었다. 마치 좋은 그림 도감을 보는 듯, 책장을 넘기는 기쁨이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바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집과 작업실에 대해서. 잘 보존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형편이다. 좋은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고, 작가가 어떤 과정으로 글을 썼는지 잘 보여 주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흔히 얘기하는 문화의 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