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산뜻하다.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빛 벼의 모습이다. 샘터 10월호가 추수의 달에 풍성한 이야기 꾸러미를 갖고 찾았다.

 

맨 처음, 흥미를 끈 건 소위 SNS 공감시인이라 불리는 하상욱 작가의 인터뷰였다.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서는, 촌철살인의 미학이 그의 시에 들어있기에 평소에 궁금했었던 작가였다. 2013년 출간한 2권의 시집 <서울시>가 무려 16만 부나 팔렸고,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시집 4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 원천이 무엇일까?

처음에는 돌아이같은 놈이었겠죠? 그저 쿨하다거나 재밌다 정도로만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 글이 생각 없이 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눈치채신 것 같아요. 글 속에 진짜 공감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거든요.” (15)

역시 공감이었다. 그는 인터넷의 재밌는 뉴스나 댓글을 주의깊게 본다. 그렇게 접한 모든 이야기를 놓고 충분히 오래 고민한다고 한다. 이렇듯 짧은 글 한 편에도 그의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 있던 것이다.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작년엔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한 하 작가. 앞으로도 그의 공감에 대한 노력과 열정이 더 많은 열매를 맺길 기대한다.

 

 

<독립출판 서점, 오디너리북샵>도 흥미로웠다. 최악의 출판계 불황 속에서 이 서점이 갖는 전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시장성이 없거나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기성 출판계에서는 다룰 수 없는 출판물을 우리는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19)

김정은 대표의 말이다. 시장성이 없는 것을 다룬다니? 언뜻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런 독립출판 서점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아마 어딜 가도 똑같은 책들에 대해 질린 사람들이리라. 이런 독립출판 서점은 서울 홍익대 근처와 대학로, 용산 등지에 있다니, 한번 들리고 싶다.

 

영화 <귀향>을 만든 조정래 감독 이야기에도 눈이 갔다. <귀향>은 위안부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영화 제목 <귀향>에서 자를 귀신 귀()로 썼어요. 영화가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타국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소녀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83)

민감한 소재 탓에 처음에는 투자를 받기 상당히 어려웠단다. 다행히 크라우디 펀딩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배우와 제작진도 재능 기부로 영화 제작에 도왔다. 하지만 아직도 배급사를 찾지 못한다고 해 안타까웠다. 두 개의 천만 영화가 극장계를 휩쓴 요즘, 이런 의식 있는 영화가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드라마 치료, 게스트 하우스, 크로스핏, 문화 살롱, 한국의 옛 이야기 등 풍성한 소식이 이번 호에도 가득 찼다. 왠지 넉넉해지는 요즘, 샘터 <10월호>와 함께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가을을 맘껏 누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