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 양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기술
다카미 아야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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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겨우 20년을 살았다. 그런데도 많은 관계의 변화를 겪었다. 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오며 엄청난 관계의 변화를 겪었고, 아직까지도 매일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려 하니 내가 마냥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나의 몸과 마음을 많이 힘들게 했다. 이제는 비교적 성숙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툰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만난 사람이든, 이번에 새로 만든 사람이든, 어느 관계에서나 나는 여전히 초보다. 관계에 의한 혼란을 경험해 보아서 그런지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을 읽으며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 단순히 부탁을 거절하는 것과 관련된 책이 아니다. 스스로를 해치는 외부적, 내부적 요소들을 거절하고 나를 지키는 법에 관한 책이다.

착하게 살고 싶다고 꽤 오래 노력해온 탓일까, '거절해도 된다'이 그렇게 마음 깊숙히 파고든 적은 여태 없었던 것 같다. 결국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내가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거절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나의 마음은 나 아니면 지킬 사람이 없는데, 왜 남의 마음을 위해 내 마음을 해치며 거절하지 못 했나 싶었다.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는 '남'과 '나'의 관계와 '나'와 '나'의 관계를 주로 다룬다. 남을 위해 굳이 좋게만 행동하지 않아도, 좋은 말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리고 나의 불행까지 공유할 수 있어야 좋은 관계라는 부분이 내가 요즘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라 마음에 들었다. 몇 개월간 계속 아파서 골골대고 있는 상태인데, 초반엔 아픈 것을 티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 힘썼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나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과 행동을 서슴치 않고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참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결국 내 아픔도 남과 공유하지 않으면 더 많은 관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와 '나'에 대한 부분도 좋았다. 사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남이 싫어한다고 해서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닌데, 그 때는 그게 참 상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의 말에 흔들려 괜히 나 스스로가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것 같다. 이 부분을 이 책에서 짚어줘서, 다시 한 번 그 때를 생각해보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행복,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쓰여진 책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너무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쉽게 행복해지면 쉽게 불행해질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나는 밀크티를 엄청 좋아해서 길 가다 3, 4천원 짜리 밀크티를 사마시면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행복해진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단순하게 행복해지면 이상한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사실 아무 문제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할 때 너무 사소한 것으로 걱정해 그 행복을 망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그 고민들을 이유 없이 거절해도 된다. 남의 시선 뿐 아니라 나 스스로의 간섭까지 거절하는 법, 그게 아주 괜찮은 일이라는 메시지를 건네주는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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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 레터 -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 서한에서 밝힌 일과 성공의 14가지 원칙
스티브 앤더슨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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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내가 스스로 물건을 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너무나도 큰 기업이었다. 나에겐 아마존의 성공이 이미 사실이었다. 그래서 《베조스 레터》를 처음 펼치려 했을 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첫 이유는 방금 썼다 싶이 내가 베조스 레터 속 성공 원칙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별 감흥을 못 느낄까봐였다. 너무나 당연한 성공이기에 그 원칙 마저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두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나는 취업, 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하건대 꽤 읽을 만한 책이었다. 아마존의 성공이 당연한 Z세대, 그 중에서도 경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이 정도의 흥미를 느낀 걸 보니 많은 그 성공을 눈으로, 피부로 실감한 사람들이나 취업,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내가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개 방식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총 14가지의 원칙을 발견하고 그를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목차만 보면 어느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배열 방식이지만, 저자는 베조스의 삶의 어떤 요소가 이러한 원칙을 이끌어냈는지, 그리고 아마존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NASA나 애플과 같은 다른 단체, 기업체에서는 이 원칙들을 이용해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는지 설명한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베조스 레터의 발췌본을 먼저 읽은 뒤 실제 사례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용히했고, 다음 원칙으로 넘어갈 때 새로운 사례들이 반겨주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베조스라는 사람 자체가 꽤나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원칙 중 하나로 '장기적 사고를 적용하라'가 있는데, 그는 그 원칙에 있어서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무료배송, 신속배송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회원제나 개발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AWS 등 다양한 사업에 그의 식견이 앞섰다. 실패를 바탕으로 한 성공, 기업문화 유지 등 다른 원칙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거대한 성공을 이룬 것이겠지만, 사실 베조스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사업에 있어 탁출한 사람임이 이 책에서 잘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스티브 앤더슨이 분석한 14가지의 법칙으로 이루어진 사이클이 인간이 된다면 베조스라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한 번 아마존의 성공이 당연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Z세대가, 혹은 경영에 문외한인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왜 읽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한 가지는 매력적인 베조스라는 인물에게서 개인적으로 배울 점이 있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대한 관심이 실패를 기반으로 하는 성공으로 이어진 것처럼 개인의 관심이나 일상 속 무언가에서 자신이 살아가며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한 하나의 원칙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그의 성공 사이클을 우리 스스로와 주변을 경영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성공이나 실패, 발명과 혁신, 의사결정 속도 등 기업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우리의 삶과 크게 동떨어진 건 아니다. 《베조스 레터》를 통해 각 원칙이 기업 내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 살폈으니, 삶에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삶에 대한 태도를 성찰하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조금 고민해봤고, 장기적으로 생각하기처럼 여러 작은 실천 항목을 세웠다. (그리고 책의 표지가 앞을 바라보고 있는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추가되었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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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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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옌롄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언제 봐도 빨간 표지가 매혹적이네요.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 강력 후보로 옌롄커가 여러 차례 지명됨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선 《연월일》 리뷰에서도 말했듯, 중국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껜 다소 힘겨운 책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为人民服务, 마오쩌둥의 정치 슬로건이자 연설 중 한 말로 유명한 구절입니다. 나의 이익보단 국가 전체, 즉 인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의미인데 이 책 속에서는 오히려 마오주석의 뜻에 반하는 행위의 원동력처럼 사용된 말이라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재밌었습니다. 한 때는 이 말이 적힌 팻말을 떨어뜨리기만 해도 감옥에 갇히곤 했는데, 오히려 그 옛 상황을 꼬집는 것처럼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말을 반동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중국 사회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이 소설은 2005년 광동 지역에서 많은 부분이 검열된 상태로 공개된 적이 있어요. 아마 사단장의 아내 류롄과 우다왕의 긴밀한 관계 중 많은 부분, 그리고 반동 행위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삭제되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에서 전부 다시 회수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출판 자체를 금지시키지 왜 늦장대응을 한담?’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마 곱씹을수록 위험하게 느껴져 내린 조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현재도 이 책은 중국에서 출판, 판매가 금지되어 있고 아마 작가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이나 외국인들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많은 분들이 옌롄커라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중성과 책 자체를 둘러싼 이중성이 알면 알수록 재밌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류롄과 우다왕은 끊임없이 반동 행위로 여겨진 짓들을 벌입니다. 마오주석의 석고상을 깨고, 그의 어록과 초상에 낙서를 하는 등 당시에는, 또 지금도 중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웃으며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류롄과 우다왕은 한 명의 인민으로서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생활합니다. 기존 사회 체제에 도전하고 틀을 부수려는 인물이 등장할 법도 한데, 옌롄커의 소설에선 그런 인물이 절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없었으니까요. 책을 둘러싼 얘기를 해보자면, 옌롄커는 현재 인민대 문학원에 교수로 있는데, 인민대 문학원이라 하면 문학으로는 거의 중국에서 최고 대학입니다. 또, 중국 내에서는 루쉰문학상, 외에서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고 프란츠카프카 문학상을 받는 등 다양한 문학상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지요.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글을 쓰는 작가가 중국에서 가장 유력한 작가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인의 이름 아래 상을 휩쓴다는 것은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 웃음 지어 집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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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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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문체. 내용, 서론, 그리고 그 외 인터뷰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작가인 옌롄커의 작품을 우리말로 읽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부족한 중국어지만 번역본이 적어 짧은 단편을 바이두 상에서 읽곤 했는데,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연월일을 비롯한 네 편의 단편소설을 김태성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출판해주셨다. 깔끔한 표지와 중국홍으로 물든 年月日 세 글자. 개인적으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옌롄커가 받길 바랐다. 물론 지향하는 뜻에 차이가 있어 수상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그의 글이 알려지길 바랐다. 《딩씨 마을의 꿈》, 《물처럼 단단하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지금 읽는 중) 다음으로 한글로 접한 옌롄커의 글은 처음 받았던 그 인상 그대로 아프고 아려서 더 소중했다.

《연월일》은 연월일, 골수, 천궁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총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직설적이고 투박한데도 잘 읽히는 편이다. 중국에 몇 없는 '농촌서사'인데 아마 옌롄커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께는 다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히 사실적인 묘사가 그의 매력이라, 한 번 괜찮다고 생각하신 분은 끊임없이 찾게 될 것 같다. 센 할아버지, 요우쓰댁, 루류밍, 리좡 할아버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이루는 한 편 한 편의 서사가 참 사실적이라 소설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다.

'루쉰이나 위화는 알아도 옌롄커는 들어본 적 없는데?'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광인일기》와 《아Q정전》, 커다란 두 기둥 같은 글을 쓴 루쉰과 《허삼관매혈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위화, 중국문학을 즐겨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이 두 거장의 글을 읽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엔 엄연한 빈 공간이 존재한다. 루쉰이 글을 쓰던 1900년대 초반과 위화가 등단한 1980년대 사이의 시대는 중국 농촌에서 죽음이 너무나 당연하게 삶을 따라다녔던 시대다. 모옌과 위화가 농촌에서 도시로 나아가는 방향의 글을 쓰긴 했으나 점점 그들의 글 또한 도시의 삶을 많이 다루게 되었고, 현재 등단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80후', '90후'다. 그리고 옌롄커는 루쉰과 위화 사이의 빈 공간, 즉 농민의 삶으로 가득했던 그 시대의 아픔과 죽음을 서사로 담아낸다. 농촌의 아픔을 두 눈으로 본 '50후'인 옌롄커만이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 비록 홍보가 국가 차원에서 금지 당하는 등 출판 상의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읽고 알아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써내는 옌롄커는 현대에 참 소중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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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작은 아씨들 - 누구보다 자유롭고 다채롭게, 삶의 주인공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서메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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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작은 아씨들》이 서메리 작가님을 통해 《나의 작은 아씨들》로 우리 곁에 돌아왔네요 :) 저는 아마 초등학생일 때 문학전집처럼 구성되어 있는 동화 중 한 편으로 《작은 아씨들》을 접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된 지금 다시 떠올리자니 기억도 흐릿하고, 아마 아주 단편적인 이야기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어서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기억 속 《작은 아씨들》은 통통 튀는 한 편의 동화였다고, 딱 그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사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서메리 작가님이 매우 존경스러웠어요. 한 권의 책을, 동화책으로 시작해 원작 소설과 작가의 삶, 원서 뒤에 수록되어 있는 설명까지 세세히 읽고 생각할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 빠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진 일 같아요. ‘나도 이렇게 푹 빠졌던 무언가가 있을까?’하고 생각해봤지만, 반짝하고 떠오르는 게 없는 걸 보니 아직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몰두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그리신 일러스트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일러스트가 바로 위 사진이에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님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일러스트가 책의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해준답니다!


책 중간에 《작은 아씨들》의 문장들이 나오는데, 그 문장들이 에세이와 잘 어우러져서 참 좋았어요. 한 편으로는 얼마나 작가님이 원작 소설과 친밀한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편으로는 《작은 아씨들》 속 네 자매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외동이라 투닥댈 형제자매가 없는 게 항상 조금 아쉬웠거든요. 


사실 이 책을 어떤 책으로 분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체적인 느낌은 에세이 같은데, 하나의 엄청난 서평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수동적인 누군가, 스스로를 성별, 나이 등의 제약에 가두고 사고한 누군가 등 수많은 누군가에게 좋은 계발서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다 읽고 나니 뭔가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어요. 배송 받자마자 2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행복’이 무엇인지, 나는 작가님과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는지, 내 주변에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없는지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시험기간이라 마음이 메말라가고 있었는데, 시간을 쪼개 이 책을 읽은 게 저에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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